대전의 대학병원 '틀린 에이즈 판정'… 십년감수한 부부

  • 문화
  • 건강/의료

대전의 대학병원 '틀린 에이즈 판정'… 십년감수한 부부

병원 앞에 에이즈 검사 결과 비판하는 플래카드 걸리기도

  • 승인 2019-08-19 16:27
  • 신문게재 2019-08-20 5면
  • 박전규 기자박전규 기자
862765766
게티이미지뱅크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양성 판정을 받았다가 번복된 여성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해당 병원이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19일 지역 의료계 등에 따르면, 대전에 사는 50대 여성 A 씨는 지난해 12월 다니던 직장에서 넘어져 코가 찢어지고 코뼈와 무릎뼈 등을 다쳐 대전에 있는 한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혈액검사 후 의사로부터 ‘에이즈 양성’이라는 말을 들었다.



에이즈 확진 판정은 보건소·병원 등에서 진행된 1차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후 각 시도의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이뤄진 2차 검사에도 같은 결과가 나오면 받게 된다.

에이즈 양성 판정 이후 A 씨와 가족들은 보건환경연구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해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린 10일 동안 서로를 의심하는 등 극심한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A 씨는 2차 검사 결과에서 에이즈 음성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신뢰가 깨진 부부 사이나 가족 관계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화가 난 A 씨 남편은 대학병원 앞에 최근 항의 내용의 글이 담긴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A씨가 이 같은 일을 겪은 건 에이즈 선별 검사의 '위양성'(가짜 양성) 때문이다. 이는 원래 음성이어야 할 검사결과가 잘못돼 양성으로 나오는 것을 뜻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혈액 검사로 이뤄지는 1차 검사의 경우 감염 의심자나 확진자를 거르지 않기 위해 민감도가 높아 몸 상태나 복용 중인 약에 따라 양성 판정이 나올 확률이 높다. 이 가운데 실제 확진자는 4%도 안 된다.

A 씨처럼 선별 검사로 인해 심리적 불안을 느끼는 환자도 있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검사의 민감도를 낮출 경우 오히려 '위음성'(원래 양성이어야 할 검사결과가 잘못돼 음성으로 나온 것)이 높아져 에이즈 환자에 대한 관리가 허술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틀린 에이즈 판정과 관련, 병원 측은 의료법을 따랐다는 입장이다.

해당 대학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 에이즈 검사는 민감도가 높은 검사이며 검사의 민감도를 낮출 경우 오히려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현행법상 선별 검사 후 확진 검사를 하게 돼 있다. 병원은 선별 검사를 하고 확진검사는 보건환경연구원이나 질병관리본부에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경기 프리미엄버스 P9603번 운행개시
  2. [기획] 의정부시, 우리동네 정책로드맵 ‘장암동편’
  3. 유성복합터미널 3개사 공동운영체 출범…터미널·정류소 흡수·통합 본격화
  4. 첫 대전시청사 복원활용 탄력 붙는다
  5. 누리호 4차 발사 D-4… 국민 성공기원 분위기 고조
  1. '세종시=행정수도' 진원지, 국가상징구역...공모작 살펴보니
  2. '최대 30만 원 환급' 상생페이백, 아직 신청 안 하셨어요?
  3. 충남도 청렴 파트너 '제8기 도민감사관' 출범
  4. 헌법파괴 비윤리적 2025 인구주택총조사 국가데이터처 규탄 기자회견
  5. 홀트대전한부모가족복지상담소, 대전아동기관단체와 협약

헤드라인 뉴스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6대 광역시 중 두번째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6대 광역시 중 두번째

대전지역 자영업자들이 극심한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폐업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도소매업의 경우 대출 증가와 폐업률 상승이 두드러지면서, 이들을 위한 금융 리스크 관리와 맞춤형 정책 지원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4일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가 발표한 '대전지역 자영업 현황 및 잠재 리스크 점검'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기준 대전지역 자영업자 수는 15만 3000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 이후 감소세를 보인 다른 광역시와 달리 대전의 자영업 규모는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다. 전체 취업자 수 대비 자영업자가 차..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대전 유성구파크골프협회가 맹꽁이와 삵이 서식하는 갑천 하천변에서 사전 허가 없이 골프장 조성 공사를 강행하다 경찰에 고발당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나무를 심으려 굴착기를 동원해 임의로 천변을 파내는 중에 경찰이 출동해 공사가 중단됐는데, 협회에서는 이곳이 근린친수구역으로 사전 하천점용허가가 없어도 되고 불법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24일 대전시하천관리사업소와 대전충남녹색연합에 따르면, 유성구 탑립동 용신교 일대의 갑천변에서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굴착기가 땅을 헤집는 공사가 이뤄졌다. 대덕테크노밸리에서 대덕구 상서동으로 넘어..

세종 도시재생 `컨트롤타워` 생긴다… 본보 지적에 후속대책
세종 도시재생 '컨트롤타워' 생긴다… 본보 지적에 후속대책

<속보>=세종시 도시재생사업을 총괄 운영할 '컨트롤타워'가 내년 상반기 내 설립될 예정이다. 국비 지원 중단 등 재정난 속 17개 주민 거점시설에 대한 관리·운영 부실 문제를 지적한 중도일보 보도에 후속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중도일보 11월 19일자 4면 보도> 세종시는 24일 오전 10시 기자간담회를 통해 도시재생 사업의 주민 거점시설 운영 현황과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본보는 10년 차 세종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광역도시재생지원센터와 현장지원센터 5곳이 폐쇄한 작금의 현실을 고발하며, 1000억 원에 달하는 혈세 투입..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주렁주렁 ‘감 따기’ 주렁주렁 ‘감 따기’

  •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