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가게인 줄 알았는데…" 구직 과정서 성매매로 유인되는 여성들

  • 사회/교육
  • 사건/사고

"건전한 가게인 줄 알았는데…" 구직 과정서 성매매로 유인되는 여성들

여성들과 유대감 형성 신뢰감 쌓은 뒤
판단력 흐리게 만들어 성매매로 유도
정신적 지배 '그루밍 성범죄' 피해 심각

  • 승인 2022-02-23 18:01
  • 신문게재 2022-02-24 5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20대 초반 여성 혹은 미성년자가 학업과 생계를 위해 시작한 구직 활동이 오히려 그들을 성매매 나락으로 몰아넣고 있다. 일자리를 찾다가 성매매로 유인되는 사례가 지역에서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친근하게 교묘히… 그루밍의 덫]

1. 구직 과정서 성매매로 유인되는 여성들

2. 피해 심각한데, 단속은 미온적



3. 가까워진 성매매 입구 통로… 해결 논의 시작해야

게티삽화
/그래픽 일부 게티이미지뱅크
#1. 얼마 전 대전의 한 성피해 상담소에 한 여성이 도움을 요청했다. 여성은 22살 김윤(가명) 씨로 구직 과정에서 성매매로 유인돼 성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당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윤 씨는 구직사이트에서 '초보자도 고수익 보장'이란 문구를 보고 일을 시작했다. 해당 업소는 고객들과 이야기만 나누는 '건전 토킹바'라며 퇴폐업소가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했고 주변 지인들도 가끔 바에 모여 건전하게 술을 마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업체의 말을 믿게 됐다. 업주는 일을 시작한 윤 씨를 출퇴근 시간 매일 집 앞까지 데려다주며 가족처럼 다가왔고 어느 순간 깊은 유대감이 형성됐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업주는 윤 씨에게 과도한 꾸밈을 요구했다. 윤 씨에게 업주는 '친절을 베푼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해 그의 말대로 명품 옷과 비싼 화장품을 구매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지출은 수익을 넘어섰고 결국 믿었던 업주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라며 그녀에게 성매매를 집요하게 권유했다. 이미 돈에 발이 묶인 윤 씨는 판단력을 잃은 채 그의 요구대로 성매매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2. 10대 청소년인 정하영(가명·18) 양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가 끔찍한 성피해를 입었다. 가정사로 집을 나온 하영 양은 당장 묵을 집과 돈이 필요했기에 숙식을 제공해 준다는 구직사이트의 한 광고를 보고 일을 시작했다. 업무는 마사지샵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초보자도 가능한 일이었고, 하영 양이 미성년자인 것을 알고 있던 업주는 하영 양과 상황이 비슷한 또래 친구들과 함께 지낼 숙소도 마련해 줬다. 그녀에게 업주는 꼭 필요한 존재인 것만 같았다. 그러나 업주는 그 믿음을 이용해 "내가 이렇게까지 잘 해주는데 너도 그에 맞춰줘야지"라며 당장 일을 그만두면 거리로 나가야 했던 하영 양에게 집과 돈을 빌미로 성매매를 강요하기 시작했다. 결국, 업주의 강요에 등 떠밀리듯 성매매를 시작한 하영 양은 자신이 불법을 저지른 사람이라는 두려움에 빠져 수 개월간 원치 않는 성피해를 받아야 했다.

최근 구직 과정에서 사회 경험이 적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이 성매매에 쉽게 유인돼 성피해를 입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강압적으로 폭행하거나 협박해 여성들을 성매매로 끌어들였던 과거와 달리 최근 여성들을 성매매로 유인하는 등 수법은 더 교묘해 졌다.

이들은 구직 과정에서 여성들에게 퇴폐업소가 아니라며 안심시킨 이후 친밀감을 형성해 성매매로 유인하는 '그루밍 성범죄'를 일삼는다. 그루밍 성범죄의 경우 신뢰를 쌓아 성폭력을 저지르는 범죄로 피해자의 판단력이 흐려져 자신의 피해를 알지 못하거나 강하게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까지 이른다.

이들은 구직 사이트에서 건전 업소로 속이고 있으나 퇴폐 업소라는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 경제적 취약 상태인 여성과 청소년이 성피해를 입을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이에 지역에서는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오기 전에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과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체계가 확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지역의 한 여성인권단체 관계자는 "구직 과정에서 불건전 업소라는 것을 판단하지 못하고 업주의 말에 현혹돼 자신도 모르게 성매매에 빠져들게 된 피해 사례가 최근에도 발생했다"라며 "처음부터 성매매를 시작한 여성보다 이 같은 과정처럼 점차 성매매 늪에 빠지게 된 경우가 더 많다. 하루빨리 이를 막기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학교 급식 파행 사태 초등학교까지 번지나…학부모 우려
  2. 행정수도특별법 드디어 국회 심사 돌입…충청 총력전 시급
  3. 국정과제 포함된 2차 공공기관 이전… 충남도 유치 재시동
  4. 수강 안한 의대생 위해 학칙 개정?… 개강 앞둔 지역 의대 구제 방안 고심
  5. 충남건설본부-전문건설업계 상생발전 방안 모색
  1.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서비스 개별1:1 지원서비스 제공지관 역량강화 특강
  2. "그린캠퍼스 조성"… 충남도-도내 7개 대학, 다회용기 사용 협약
  3. [2026 수시특집-우송정보대] 지역혁신 넘어 글로벌브랜드-K 선도… 전문기술인재 키운다
  4. '공연예술 특화도시' 세종시, 하반기에도 즐거움 가득
  5. 충남교육청 원문 공개율 87.4%… 전국 최고 수준

헤드라인 뉴스


의대생 유급 대신 특별학기?… 개강앞둔 지역대 구제방안 고심

의대생 유급 대신 특별학기?… 개강앞둔 지역대 구제방안 고심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지역 의과대학들이 의대 정원확대 갈등 여파로 1학기를 수강하지 않았거나 시험을 치르지 않은 학생들에 대한 구제 방안을 고심 중이다. 당초 교육부는 미복귀 의대생에 대해 유급 처분을 지시했으나,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의대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유급 대상자들의 2학기 복귀를 허용하면서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은 특별학기 개설이나 1학기 연장 등을 통해 정상 진급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방침이지만, 학사 일정 조정은 물론 학칙 개정까지 필요해 골머리를 앓는 분위기다. 19일 중도일보 취재 결과, 최근 교육부의 기조에..

`아산 경찰병원` 예타 통과로 건립 본격화… 300병상 규모 건립
'아산 경찰병원' 예타 통과로 건립 본격화… 300병상 규모 건립

충남 아산 경찰병원 건립이 본격화된다.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다. 충남도는 이번 예타 통과로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에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도는 20일 임기근 기획재정부 제2차관 주재로 연 '2025년 제8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아산 경찰병원 건립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최종 통과했다고 밝혔다. 전액 국비 사업인 아산 경찰병원은 총사업비 1724억원을 투입해 아산시 초사동 일원 경찰종합타운 내 8만 1118㎡ 부지에 심뇌혈관센터 등 6개 전문의료센터와 24개 진료과,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수준으로 건립될 예..

충남도, 전국 최초 민간 참여 지역 모펀드 결성… 김태흠 "시너지 기대"
충남도, 전국 최초 민간 참여 지역 모펀드 결성… 김태흠 "시너지 기대"

충남도가 전국 최초 민간 참여 지역 모펀드를 결성했다. 도는 이를 통해 대한민국 미래 경제를 이끌 '유니콘'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도는 20일 소노벨 천안에서 김태흠 지사와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이대희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 김인태 IBK기업은행 부행장, 백남성 NH농협은행 부행장, 이동열 하나은행 부행장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충남 기업성장 벤처펀드' 결성식을 개최했다. 충남 기업성장 벤처펀드는 비수도권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해 중기부가 실시한 모펀드 공모에 도가 선정됨에 따라 조성한다. 펀드 규모는 1011억..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드론테러를 막아라’ ‘드론테러를 막아라’

  • 폭염에도 가을은 온다 폭염에도 가을은 온다

  • 2025 을지훈련 시작…주먹밥과 고구마로 전쟁음식 체험 2025 을지훈련 시작…주먹밥과 고구마로 전쟁음식 체험

  •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안 부결…시의회 거센 후폭풍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안 부결…시의회 거센 후폭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