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전 박힌 탄환… 잊지못할 그날”

  • 사회/교육
  • 미담

“19년전 박힌 탄환… 잊지못할 그날”

대전청 생활질서계 송균헌 경위… 1995년 부여대간첩작전 투입 무장간첩과 총격전서 동료 잃어… “사명감 하나로 죽음과 맞서”

  • 승인 2014-10-20 17:42
  • 신문게재 2014-10-21 5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 오늘 경찰의 날 - 순직자 故 나성주·장진희 경사를 아시나요

▲ 경찰교육원에 설치된 고 나성주·장진희 경사 부조상 앞에서 송균헌 경위가 19년 전을 회상하고 있다.
▲ 경찰교육원에 설치된 고 나성주·장진희 경사 부조상 앞에서 송균헌 경위가 19년 전을 회상하고 있다.
대전경찰청 생활질서계 송균헌 경위(49)는 10월 이맘때쯤이면 오른쪽 어깨에 통증을 느낀다. 적탄에 맞은 지 14년만에 탄환을 빼냈고, 그러고도 5년이 지났지만, 탄환이 박혔던 몸은 1995년 10월 24일을 기억했다.

송 경위는 19년 전 그날 부여경찰서 교통조사계 경장으로 근무하던 중 부여대간첩작전에 투입됐다.

북에서 넘어온 노동당 사회문화부 소속 대남공작원 2명이 부여 정각사에 출현했고, 무장한 상태서 국정원 및 경찰 보안수사대원과 한 차례 총격전을 벌인 직후였다. 도주한 무장간첩의 이동로를 차단하는 게 송 경장의 임무였고, 실탄을 장전한 칼빈을 두 손에 쥔 송 경장 옆에는 나성주(당시 30세) 순경이 있었다.

부여서에서 비상출동한 경찰 8명이 2인 1개조로 100m 간격으로 석성저수지 주변에 잠복했다. 송 경장은 나 순경과 함께 엄폐물을 찾아 태조봉 아래 냇가를 따라 걸어가던 중 배수로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무장간첩 김동식과 7~8m 앞에서 마주했다.

▲ 송균헌 경위 어깨에서 2009년 빼낸 1995년 간첩 김동식의 탄두.
▲ 송균헌 경위 어깨에서 2009년 빼낸 1995년 간첩 김동식의 탄두.
김동식이 겨눈 벨기에제 브라우닝 권총의 총구가 대포 포신처럼 크게 보였다. 송 경장와 나 순경은 고꾸라지듯 바닥에 엎드리는 순간 총격이 시작됐다.

김동식의 권총에는 소음기가 부착돼 '딱, 딱'나무 문짝을 두드리는 정도의 소리만 났으나, 총알은 두 경찰을 향해 달려들었다.

송 경장은 “나 순경이 나보다 옆에 있었고, 간첩 김동식은 수미터 전방 수로에 몸을 숨기고 사격을 가해왔다”며 “엎드린 채 몸을 왼쪽과 오른쪽으로 구르며 대응사격하는 동안 김과 김과 수차례 눈을 마주첬다. 적탄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귓전에 들렸다”고 기억했다.

총격전 와중에 송 경장은 오른쪽 어깨에 무엇인가 맞은 듯한 짧은 통증을 느꼈지만, 총알에 튄 돌멩이 정도로 여겼다.

무장간첩과 총격전은 송 경장이 칼빈 탄창 2개를 바꿀 때까지 이어졌고, 총소리를 듣고 달려온 동료들이 지원사격을 하면서 김동식은 수로에 몸을 숨기며 뒤로 후퇴했다.

김동식을 뒤쫓으려 몸을 일으킨 송 경장은 앞에 엎드린 나 순경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송 경장은 총을 겨눈 자세로 멈춘 나 순경을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나 순경은 목을 가누지 못했다.

나 순경은 김동식이 쏜 총에 머리 깊은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나 순경은 병원 이송 후 14일 만에 숨을 거뒀다.

송 경장은 “나성주를 끌어안고 총을 건네받으려하자 '야! 총 자동이야'라며 동기의 안전을 걱정하는 마지막말을 남겼다”고 기억했다.

이후 무장간첩 김동식은 초촌산 쪽으로 수백미터를 더 도주하다 뒤쫓아온 부여서 장진희 순경 가슴을 향해 권총을 발사했고, 장 순경은 현장에서 순직했다.

종아리 관통상을 입고 현장에서 황수영 순경 등에 생포된 김동식은 북에서 1981년 대남공작원으로 차출돼 15년간 훈련받았고 1990년에 한 차례 남한 공작을 수행한 요원으로 확인됐다. 또 함께 도주한 무장간첩 박광남은 군과 총격전 중 사망했다.

송 경장은 동기생을 눈앞에서 잃은 기억과 또다른 동료가 희생됐다는 생각에 십수년 동안 혼자 괴로워했다.

지울 수 있다면 지워버리고 싶었고, 없었던 일이라고 부정하고도 싶었으나 주먹을 쥘 수 없는 무기력증은 수시로 찾아왔다.

총알이 스쳤던 것으로 여겼던 어깨 상처가 사실은 총알이 몸에 박힌 상처라는 걸 안 2009년 마음을 다잡았다.

송 경장은 이 순간 숨을 쉬는 게 동료 경찰의 희생이 있어 가능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부여대간첩사건에 몸을 던져 희생한 동료 경찰관 두 명을 많은 이들이 기억하도록 노력하는 게 소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찰청에 '추모경찰관'으로 추천하고 찾아다녔다.

드디어 경찰청이 선정하는 '10월 추모경찰관'에 나성주·장진희 경사가 2012년 나란히 선정됐고, 당시 정용선 충남경찰청장은 2012년 호국충남경찰사에 게재하고 올 6월 경찰교육원 보안경찰교육센터 입구에 두 경사의 청동 부조상을 세웠다. 그곳에는 송 경위 어깨에서 2009년 1월 빼낸 총알도 함께 했다.

송 경위는 “19년 전 10월은 충남경찰이 경찰이라는 사명감 하나로 죽음에 맞섰던 시기”라며 “부여간첩이 아니라 앞서간 나성주·장진희 경사의 희생이 먼저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본사 (주)레인보우로보틱스 시총 '10조 클럽' 가입
  2. 대전·충남 '울고', 세종 '웃고'…건설업계 실적 지역 별 희비
  3. 대전 중앙로지하상가 입찰조회수 조작 의혹 '혐의없음'... 상가 정상화 길로 접어드나
  4. 6년간 활동한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 검거… 총책 2명 등 11명 구속
  5. 대전 외지인 방문자 수 9000만명 돌파... 빵지순례·대형 쇼핑몰 등 영향
  1. 충남대, 목원대 중등교사 임용시험 합격생 대거 배출
  2. "졸속 추진 반대"… 충남 공직사회 및 시민단체, 대전·충남 행정통합 중단 촉구
  3. [지선 D-100] 대전교육감 후보 단일화 최대 변수 작용할 듯
  4. [대규모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 검거] 감금·범행 강요 확인… '음성 지문' 활용해 추가 피해자 특정
  5. 대전교육감 진보단일화 '삐걱' 경선 후보 등록 마감일 절반만 접수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법사위서 급제동…무산 위기

대전충남 행정통합 법사위서 급제동…무산 위기

대전 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이 24일 입법화를 위한 9부 능선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넘지 못하고 급제동이 걸렸다. 법사위 논의가 언제쯤 재개될는지는 안개 속이어서 6·3 지방선거 대전 충남 통합시장 선출, 7월 1일 통합특별시 출범을 위한 정부 여당의 로드맵 역시 불투명해졌다. 정치권 안팎에선 다음 달 초까지가 지방선거 전 대전 충남 통합을 위한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데 여야의 극적인 정치적 합의가 나올지 주목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충남·대전, 전남·광주,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과 관련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겨울철 대표 과일 딸기와 감귤 가격이 왜이래"... 두드러진 가격 인상폭
"겨울철 대표 과일 딸기와 감귤 가격이 왜이래"... 두드러진 가격 인상폭

겨울철 대표 과일인 딸기와 감귤 가격이 고가에 책정되며 주부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고온 현상으로 전체적인 생산량이 줄어들었고, 비가 자주 내리며 상품성이 떨어지며 가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대전 딸기 100g 가격은 23일 기준 1950원으로, 1년 전(1782원)보다 9.43% 인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평년 가격인 1518원과 비교하면 28.46% 인상된 수준이다. 평년 가격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치다. 딸기 가격은 1월 한때 2502원까..

고속철도 통합 첫걸음… KTX·SRT 교차운행 25일 시작
고속철도 통합 첫걸음… KTX·SRT 교차운행 25일 시작

정부가 고속철도 운영 통합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 에스알은 이원화된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2025년12월9일 발표)에 따라 추진 중인 KTX-SRT 시범 교차운행을 2월 25일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시범 교차운행은 서울역과 수서역 등 기·종점과 차종의 구분 없이 고속철도의 효율적이고 탄력적인 운영을 검증하는 과정이다. KTX는 수서역⇔부산역을, SRT은 서울역⇔부산역을 매일 각 1회 왕복 운행할 계획이며, 예매가 어려웠던 수서역에 SRT(410석) 대비 좌석수가 2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01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101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 설 연휴가 남긴 ‘쓰레기 산’ 설 연휴가 남긴 ‘쓰레기 산’

  • 제9회 지방선거 기초자치단체장 및 광역·기초의원 예비후보 등록 제9회 지방선거 기초자치단체장 및 광역·기초의원 예비후보 등록

  • 윤 전 대통령 1심 선고에 쏠린 눈 윤 전 대통령 1심 선고에 쏠린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