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자 “부자들 영역이라는 나눔, 그 편견 깨고 싶었죠”

정숙자 “부자들 영역이라는 나눔, 그 편견 깨고 싶었죠”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 위해 아들 수술비·주택까지 쾌척 10년간 자체 수익사업 펼쳐 … 올 공익재단 발족 예정

  • 승인 2016-01-28 14:29
  • 신문게재 2016-01-29 22면
  • 김덕기 취재1부장(부국장)김덕기 취재1부장(부국장)
[휴먼스토리]정숙자 한빛사랑나눔회장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여도 쉽사리 하지 못하는 것. 소외된 이웃을 보듬고 격려해 주며 행복의 길을 함께 개척해 주는 봉사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는 봉사자는 아름답다.

어려운 개인 환경과 투병속에서도 자선단체를 이끌며 조용히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한빛사랑나눔회 정숙자(74) 회장.

그의 삶 자체는 봉사로 점철된다. 깊은 신앙심을 바탕으로 사회의 소외된 이들을 보듬으며 봉사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정 회장은 대전의 명망있는 여성 자선사업가로 알려져 있다.

▲이웃봉사에 아들 수술비, 주택도 쾌척=정 회장은 최근 지역사회와 지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봉사의 삶을 솔선수범해 실천하려고 현재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주택 등 재산을 자신이 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는 한빛사랑나눔회의 자선재단 발족에 맞춰 기꺼이 내놓은 것이다.

이같은 결정에 단체 회원과 정 회장 주변 지인들은 깜짝 놀라했다. 고령의 개인생활을 감안해 거주할 공간인 주택마저 자선재단에 출연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막아섰다 하지만 한 푼이라도 보탬이 되겠다는 정 회장의 결단은 아무도 막지 못했다.

이웃과 사회를 위해 무소유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 그의 가치있는 결단은 갈수록 각박해져 가는 사회에 훈훈함을 던져 주고 있다.

정 회장은 평소에도 한빛사랑나눔회와 별도로 조용하게 나눔과 기부를 실천하는 선행을 보여 왔다. 지난 2014년 8월에는 장애가 있는 아들의 수술을 위해 몇 년간 어렵사리 모아 놓았던 수술비 3400만원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이도록 사회에 쾌척했다. 그가 이같은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장애를 겪는 아들의 숭고한 뜻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은 자신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시력이 나빠져 고생하는 어머니의 시안수술부터 해야 한다며 수술을 고사했다.

아들의 깊은 뜻을 헤아린 정 회장은 자신의 시안수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야 가치가 있다며 사회에 환원하는 통 큰 기부를 실천했다. 장애 아들을 둔 어머니로서 아들을 수술해 주고 싶은 염원이 컸을 텐데도 모아두었던 수술비를 사회의 그늘진 이웃에 쓰여지도록 내놓은 결단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던 차에 자신과 아들이 살고있는 주택까지 출범예정인 자선재단에 출연했으니 그 감동의 파장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가 봉사의 삶을 살게 된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것을 보면서 성장했죠.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커서는 저렇게 살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나눔은 돈 많은 사람의 영역이고 여유있는 사람의 책임이라고 여겼던 생각을 깨고 싶은 제 고집도 있었지만요.”

정 회장은 처음 신앙생활할 때 보았던 성경말씀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한다.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라는 성경말씀과 설교를 듣고 크게 감동했지요. 그래서 결심했어요. 가진 건 없지만 세상 어두운 곳에 빛을 비추는 사람이 되겠다고 하나님과 약속했습니다.”

그가 봉사의 끈을 계속 유지하고 있기까지는 주위의 힘도 컸단다. “많은 것을 갖고 있지 않은 제가 봉사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저 혼자 힘만으로는 못했을 것입니다. 저를 도울 수 있는 훌륭한 동역자들을 하나님께서 보내주셔서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기부자선 한빛사랑나눔회 이끌어=한빛사랑나눔회의 모체는 지난 2000년 정 회장을 비롯해 뜻있는 몇몇의 장학금 전달로 시작됐다. 그러던 중 정 회장은 아들과 함께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이 교통사고로 아들은 장애인이 됐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정 회장은 이때 크게 깨닫고 결심했단다.

“자선활동이 그간 기도후 말뿐인 형식적이어서 하나님께서 주신 심판이라고 깨닫게 됐어요. 그래서 나머지 삶을 어두운 곳을 향해 다시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장애우가 되어 예민해진 아들을 상당기간 설득해 일부 재산을 처분하고 2005년에 한빛사랑나눔회를 설립하게 됐지요.”

그는 애정을 갖고 현재까지 이 봉사단체의 회장을 맡아 이끌어 오고 있다.

정 회장은 한빛사랑나눔회의 출연과 기탁 당시 공동 출연과 공동 기부금이라 본인 기부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수천만원의 개인사비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를 이끌어 오면서도 그의 미담은 끊이지 않는다. 임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봉사단체에 지원되지 않는 희망근로자들과 공동체 일자리사업자들에게 간식을 지원하며 희망을 주었고 2800만원의 개인 사비를 들여 희망근로자들을 위해 위안잔치를 마련해 준 일화도 있다.

한빛사랑나눔회는 지차체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고 운영해 오고 있다. 비용마련을 위한 외부 목적행사는 개최하지 않고 있다. 회원들로부터 정기회비를 받지 않는 걸로도 유명하다.

타 봉사단체와는 약간 성격이 다른 장학과 공공기관 기부, 공익잔치 때를 제외하곤 현금보다는 현물기부가 중심인 기부자선봉사 단체인 것이다.

자체 수익사업으로 지난 10년 넘게 지역 중견기업들에 버금가는 엄청난 기부자선 사업을 해 왔다. 그런 한빛사랑나눔회가 설립 10년을 넘긴 올해에 발기인 총회를 열어 복지와 장학지원 중심의 가칭 한빛사랑문화재단이라는 공익재단으로 발족을 예정하고 준비에 한창 분주하다.

준비기간 동안에는 현재와 같이 자선활동과 장학에 실버활동을 병행하며 공익재단 형태의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출연재산은 보통 타 재단 설립때의 1인중심 출연이 아닌 10여 년간 적립된 단체 기본재산에 발기인 가운데 재력가가 고액을 출연하고 발기인들이 십시일반 출연한다고 한다. 기본재산액 중 적립된 단체재산도 상당액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고령에다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순수하게 단체를 이끌어 온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출범예정인 자선재단의 발기인 출연 등 금전적 부담은 없단다. 그럼에도 그는 현재 한빛사랑나눔회 회장이며 발기인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살고 있는 주택 등 재산을 출연하는 결심을 했다.

▲미혼모 센터 설립 등 '10-10-10'이 꿈=“10여 년전 자선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 꿈이 10-10-10 이었어요. 10년안에 법인설립, 10년안에 단순 숙소시설이 아닌 어르신들과 미혼모들을 함께 추스리는 종합 미혼모(모자원)센터 설립, 10년안에 10억 기부였지요. 그 꿈인 법인설립이 올해 발족 예정이어서 무척 기뻐요. 그것도 공익재단으로 설립 예정이어서 믿어지지 않습니다.”

정 회장은 무엇보다 재단설립 초기사업에 자신이 희망해 왔던 미혼모센터 설립이 포함돼 기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살고 있는 주택을 출연한 것도 주위의 도움으로 미혼모센터가 조기에 이루어지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 결정한 것이란다.

그는 복지관 등 소외시설에 물품 기부 활동과 함께 틈틈이 배워놓은 구연동화로 재능기부 봉사를 펼쳐오고 있다.

“미혼모 자녀들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미혼모들과 자녀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냉소적인걸 알게 됐어요. 소중한 생명체를 보듬고 성인이 되어 뻗어갈 여성으로 바로 이끌고 줘야 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가 미혼모센터 설립에 남다른 관심을 갖는 이유다.

“미혼모센터는 미혼모들에게 숙소만 제공하는 시설이 아닌, 어르신들이 오셔서 아이들을 돌봐주며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쉼터 역할도 할 것입니다. 또 아이를 엄마에게 맡겨 놓고 안심하는 마음으로 사회 적응과 취업교육을 해 줄 것이라 생각해요. 의탁할 수 없는 어르신들도 함께 모시기로 한 계획에 우리 한빛가족들이 무척 사랑스러워요.”

10억 기부 목표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단다.

“우리 단체 순수 기부액으로는 10억에 아직 못 미치지만 희망근로자(일자리 사업자) 지원, 효관광 및 어르신 잔치 등 공익행사 주최가 함께 더해지고 거기에 별도로 우리 한빛사랑나눔회와 우리 단체와 저를 성원해 주시는 여러 기업과 후원인 들께서 저와 연계 기부해 주신 걸 생각하면 10억을 초과한 것 같아 기쁘네요.”

정 회장은 단체가족들의 합심된 초대 이사장 추대를 고사하고 있다.

그는 “이제 한빛사랑나눔회 일을 어느 정도 했다고 생각해요. 몸이 불편함에도 묵묵히 제 곁을 지켜준 우리 아들이 고맙고 같이 도와준 단체가족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너무 고령이라 공익재단 이사장 직무는 제게는 너무 버거운 자리입니다. 사람은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잘 판단 해야죠.”

정 회장은 개인적인 희망으로 “최대 소망은 저와 우리 아들의 건강 회복”이라며 “특히 아들이 교통사고후 장애인으로 몸이 좋지않은 상태에서 제 곁에서 아무런 보상없이 단체를 같이 이끌어 줘 무척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와 아들은 사는 집을 출연했으니 아들이 빨리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해서 자택 마련을 해야 되겠죠. 아들이 예전의 자신감을 찾아 원래의 자리인 강단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정 회장은 더 이상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활동할 수 없는 때까지는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뛰고 싶단다.

그는 “제 어릴적 꿈은 성우였지만 못 이룬 성우의 꿈을 은빛동화구연단 구연동화 봉사로 아이들과 함께 황혼을 아름답게 마무리해 나갈수 있어 아쉬움을 달래기 보다 오히려 감사했고 꿈의 절반을 채웠다”며 “인생 후반기인 요즘 저의 꿈은 나눔과 기부를 통해 세상의 어두운 곳에 빛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담·정리=김덕기 취재 1부장(부국장)·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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