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경제라운지] TV홈쇼핑, 안 속고 안 속이기

  • 오피니언
  • 최충식 경제통

[최충식] 경제라운지] TV홈쇼핑, 안 속고 안 속이기

  • 승인 2016-03-09 12:51
  • 신문게재 2016-03-10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TV홈쇼핑 광고를 통해 신발을 9만9000원에 판매했다. 일시불 구매하면 8만9000원이라며 방송사상 최저가 찬스라고 광고했다. 동일한 제품의 신발은 자사 인터넷 쇼핑몰에서 8만3050원에 구입이 가능했다.…' 이상은 9일 중도일보 보도 내용에서 간추렸다.

눈치 빠른 소비자라면 TV홈쇼핑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경험한 사례일 것이다. 필자 경우는 요모조모 따져보고 품질과 가격에서 광고와 상이하면 반품 조치한다. 하지만 “방송 사상 최저가”, “단 한 번도 없던 초특가”, “방송 종료 후 가격 환원” 등의 멘트에 한 번이라도 현혹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조사 대상 방송 100건에서 70건이 불필요한 구매 유도라니 자신은 없다. 성능과 효능을 속인 것 말고는 통념상 고도의 상술로 치부되던 유형도 들어 있다.

판매자는 법과 상식의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구매자의 '오인 가능성'에 어느 정도는 기댄다. 빨간색 가격표도 그 일종이다. 가격표의 빨간 글씨는 적자를 연상시켜 구매하면 이득이라는 기대심리를 일으킨다. 왜 여성이 더 빨간 가격표에 구매욕이 동하는지를 다룰 겨를은 없다. 편의상 수렵채취시대에 여성이 과실을 채취하면서 빨갛게 익은 과일을 선호하는 DNA가 있다고만 해둔다. 그때의 남성은 모두 사냥꾼이었다.

붉은 글씨가 인간의 생존과 관련된 무언가를 은유한다면, 단수가격(端數價格)은 소비자의 가격 착시를 노린다. 이것은 불법이 아니다. 홈쇼핑 6개 방송을 한참 둘러보니 4만9000원, 75만9000원, 5만9000원, 69만8000원, 5만9800원 등의 단수가격 일색이었다. 우수리에 이끌려 4만원, 5만원, 60만원대로 오해하길 바라는 가격전략이다. 어떤 제품은 10만9900원, 6만8880원, 4만8880원으로 10원, 20원씩 깎아주고 있다. 단위가 낮은 내적 범주에 끌려 싸다고 믿는 소비자의 비논리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소비자가 얻을 할인 이익은 하찮다. 그러나 18만9000원 니트코트, 12만9000원 아로니아 분말, 6만9900원 재킷, 3만9000원 티셔츠, 5만9000원 원피스, 1만9000원 블라우스가 매출을 높인다. 앞자리 숫자의 인지적 접근성이 높아야 할인지각을 강하게 느낀다. 여기까진 용인되지만 적립금을 할인금액에 넣어 “특별한 혜택”이라고 한다면 소비자 우롱이다. 홈쇼핑이 자랑하던 가격과 편리성이 부당한 욕심의 그늘에 가려지면 손해가 훨씬 클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TV홈쇼핑은 캐시카우(cash cow), 곧 수익창출원에서 조금씩 밀리는 중이다. 온라인 수요 확대와 소셜커머스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겹쳐 구조적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럴 때일수록 '홈쇼핑 멘트=거짓말' 이미지를 씻어내고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판매 전략이 속임수일 수는 없다.

홈쇼핑 방송 채널로 다시 들어가 본다. 7만9900원 하는 팬츠는 '4종 모두 드리는 가격'임을 강조하고 있다. 8만원에서 100원을 깎았다. 900원, 9900원보다 800원, 9800원으로 끊어야 덜 쫀쫀하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도 양가죽 의류 39만8000원, 운동화 5만9800원처럼 마지막에 8이 붙는 우수리가격이 늘고 있었다. 거듭 분명히 하건대 이건 판매 전략이다.

판매란 것이, 마케팅이란 것이 어느 선까지는 소비자의 비합리성에 소구해야 한다. 그럴지라도 허위나 과당광고는 자제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원이 들춰낸 사례들처럼 '자극적 언어'로 판단을 흐리는 쪽보다는 소비자가 희망적으로 추측하게 하는 쪽을 더 연구해보길 홈쇼핑 업체들에 권한다.

최충식 논설실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개인택시 신규 면허 교부-18명 대상
  2. [기획]3.4.5호선 계획으로 대전 교통 미래 대비한다
  3. 충청권 광역철도망 급물살… 대전·세종·충북 하나로 잇는다
  4. [사이언스칼럼] 아쉬움
  5. [라이즈 현안 점검] 거점 라이즈센터 설립부터 불협화음 우려…"초광역화 촘촘한 구상 절실"
  1. "성심당 대기줄 이제 실시간으로 확인해요"
  2. [사설] 이삿짐 싸던 해수부, 장관 사임 '날벼락'
  3. 금강유역환경청, 화학안전 24개 공동체 성과공유 간담회
  4.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5. 대전 복합문화예술공간 헤레디움 '어린이 기후 이야기' 2회차 참가자 모집

헤드라인 뉴스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민선 8기 대전시가 도시의 혈관인 교통망 확충에 집중하면서 균형발전과 미래 성장동력 기반 조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전 대중교통의 혁신을 이끌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이 전 구간에서 공사를 하는 등 2028년 개통을 위해 순항하고 있다. 이와 함께 충청권 광역철도와 CTX(충청급행철도) 등 메가시티 조성의 기반이 될 광역교통망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전의 30여년 숙원 사업인 도시철도 2호선은 지난해 연말 착공식을 갖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철도 2..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2028년이면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완공과 함께 교통 혁신을 통해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로 성장할 전망이다.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은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개최하고,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7년까지 주요 구조물(지하차도, 교량 등) 및 도상콘크리트 시공을 완료하고, 2028년 상반기 중 궤도 부설 및 시스템(전기·신호·통신) 공사를 하고, 하반기에 철도종합시험 운행을 통해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내년 대전시 정부 예산안에 공사비로 1..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