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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충식 논설실장 |
눈치 빠른 소비자라면 TV홈쇼핑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경험한 사례일 것이다. 필자 경우는 요모조모 따져보고 품질과 가격에서 광고와 상이하면 반품 조치한다. 하지만 “방송 사상 최저가”, “단 한 번도 없던 초특가”, “방송 종료 후 가격 환원” 등의 멘트에 한 번이라도 현혹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조사 대상 방송 100건에서 70건이 불필요한 구매 유도라니 자신은 없다. 성능과 효능을 속인 것 말고는 통념상 고도의 상술로 치부되던 유형도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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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글씨가 인간의 생존과 관련된 무언가를 은유한다면, 단수가격(端數價格)은 소비자의 가격 착시를 노린다. 이것은 불법이 아니다. 홈쇼핑 6개 방송을 한참 둘러보니 4만9000원, 75만9000원, 5만9000원, 69만8000원, 5만9800원 등의 단수가격 일색이었다. 우수리에 이끌려 4만원, 5만원, 60만원대로 오해하길 바라는 가격전략이다. 어떤 제품은 10만9900원, 6만8880원, 4만8880원으로 10원, 20원씩 깎아주고 있다. 단위가 낮은 내적 범주에 끌려 싸다고 믿는 소비자의 비논리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소비자가 얻을 할인 이익은 하찮다. 그러나 18만9000원 니트코트, 12만9000원 아로니아 분말, 6만9900원 재킷, 3만9000원 티셔츠, 5만9000원 원피스, 1만9000원 블라우스가 매출을 높인다. 앞자리 숫자의 인지적 접근성이 높아야 할인지각을 강하게 느낀다. 여기까진 용인되지만 적립금을 할인금액에 넣어 “특별한 혜택”이라고 한다면 소비자 우롱이다. 홈쇼핑이 자랑하던 가격과 편리성이 부당한 욕심의 그늘에 가려지면 손해가 훨씬 클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TV홈쇼핑은 캐시카우(cash cow), 곧 수익창출원에서 조금씩 밀리는 중이다. 온라인 수요 확대와 소셜커머스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겹쳐 구조적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럴 때일수록 '홈쇼핑 멘트=거짓말' 이미지를 씻어내고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판매 전략이 속임수일 수는 없다.
홈쇼핑 방송 채널로 다시 들어가 본다. 7만9900원 하는 팬츠는 '4종 모두 드리는 가격'임을 강조하고 있다. 8만원에서 100원을 깎았다. 900원, 9900원보다 800원, 9800원으로 끊어야 덜 쫀쫀하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도 양가죽 의류 39만8000원, 운동화 5만9800원처럼 마지막에 8이 붙는 우수리가격이 늘고 있었다. 거듭 분명히 하건대 이건 판매 전략이다.
판매란 것이, 마케팅이란 것이 어느 선까지는 소비자의 비합리성에 소구해야 한다. 그럴지라도 허위나 과당광고는 자제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원이 들춰낸 사례들처럼 '자극적 언어'로 판단을 흐리는 쪽보다는 소비자가 희망적으로 추측하게 하는 쪽을 더 연구해보길 홈쇼핑 업체들에 권한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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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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