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최충식 논설실장 |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주창한 80 대 20 법칙을 필자는 장롱 속에서 발견했다. 20%는 한 번이라도 입지만 80%는 공간만 차지하고 있다. 근간에 걸쳐본 옷 중에서 자주 입는 옷은 다시 20%로 수렴된다. 이러니 더 어렵다. 15자(4.5m) 장롱에 들어 있는 옷 정리에 자그마치 3년이 걸렸다. 구매 비용이나 가치에 대한 미련으로 그런 건 아니었다. 정리력(整理力)이 있는 편이지만 옷장 속은 난해한 영역에 속했다.
덕분에 피복정리학 공부도 맛보기로 해봤지만 상향 재활용이나 하향 재활용에 이렇다 할 도움은 되지 않는다. 인간사든 공간이든 핵심은 이론이 아니었다. 버리는 행위였고 행동하는 습관이었다. '버린다, 기부한다, 재활용한다'의 3대 원리도 따져보니 '버리기'였다. 평생 안 입을 것 같은 옷에서 시작해 계절별로 몇 벌씩만 남겨놓으니 옷장이 환해졌다. 여벌의 옷에 대한 아쉬움을 상쇄하고 남을, 비소유가 주는 묘한 낙()이 있다. 옷장에는 언제든 꺼내 입을 수 있는 옷만이 남았다. 옷의 효용은 극대화됐다.
남은 미해결의 과제가 있다면 바로 넥타이다. 난이도가 옷보다 높지만 지금 매지 않는 넥타이는 앞으로 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된 고려 대상이었다. 버릴 것, 나중 버릴 것, 안 버릴 것 분류를 겨우 끝냈다. 그렇다고 넥타이에 지불한 돈이 낭비였음을 자인하고 싶지는 않다. '한계효용을 정확히 계산하지는 않지만 마치 그렇게 하고 있는 것처럼 의사결정을 한다.' 경제학자라면 이렇게 규정할 테지만, 하나 구입할 때마다 한계효용을 일일이 계산하지는 않았다.
![]() |
버리기는 어떤 의미로 마음에 수납하기였다. 버리면서 사진을 찍어두는 방법이 있겠지만 얼마 못 가서 넘쳐나는 사진 정리로 또 애를 먹게 마련이다. 그때마다 “잡동사니가 쌓여가고 있다면 당신의 삶에 분명 문제가 있다”는 공간정리 컨설턴트 킹스턴의 금언을 상기한다. 새로운 곳으로 순환시켜도 행복한 추억은 남는다. 추억은 멀리 있어야 아련히 빛난다. 옷장 정리는 생각의 정리, 사고의 정리학이었다.
끝까지 그래도 물고 늘어지는 갈등과 고민을 한 방에 보내버릴 비책은 얻었다. 필요한 물건인지 아닌지, 버릴 건지 말지를 3초만 생각하기로 한다. 큰 장롱에 딸린 작은 옷장 하나를 치우고 줄자로 재본다. 딱 3.3㎡(1평)의 공간이 확보된다. '평당가'가 얼마던가. 돈을 번 셈인가. 돈보다는, 장롱이 여유로우니 머리도 마음도 가뿐하다. 봄맞이 기념으로 옷장을 총정리하면서 모으기 못지않게 버리기도 '이코노미'임을 자각한다. 부자는 학문이 아니라 실천이라는 걸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최충식 논설실장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https://dn.joongdo.co.kr/mnt/webdata/content/2025y/12m/11d/118_202512110100105130004377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