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경제라운지]옷장에서 경제학 훔쳐보기

  • 오피니언
  • 최충식 경제통

[최충식 경제라운지]옷장에서 경제학 훔쳐보기

  • 승인 2016-03-23 15:06
  • 신문게재 2016-03-24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매니큐어 효과, 립스틱 효과와 유사한 불황기의 넥타이 효과 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넥타이 정리를 둘러싼 고민에 경제를 가미해 가볍게 풀어보려는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옷장 속은 갈등의 원천이다. 엄마들은 정리가 어려운 장소 1등으로 주방과 옷장을 꼽는다. 왜 그런지, 속을 들여다보면 1초 안에 답이 나온다. 안 입는 옷과 못 입는 옷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주창한 80 대 20 법칙을 필자는 장롱 속에서 발견했다. 20%는 한 번이라도 입지만 80%는 공간만 차지하고 있다. 근간에 걸쳐본 옷 중에서 자주 입는 옷은 다시 20%로 수렴된다. 이러니 더 어렵다. 15자(4.5m) 장롱에 들어 있는 옷 정리에 자그마치 3년이 걸렸다. 구매 비용이나 가치에 대한 미련으로 그런 건 아니었다. 정리력(整理力)이 있는 편이지만 옷장 속은 난해한 영역에 속했다.

덕분에 피복정리학 공부도 맛보기로 해봤지만 상향 재활용이나 하향 재활용에 이렇다 할 도움은 되지 않는다. 인간사든 공간이든 핵심은 이론이 아니었다. 버리는 행위였고 행동하는 습관이었다. '버린다, 기부한다, 재활용한다'의 3대 원리도 따져보니 '버리기'였다. 평생 안 입을 것 같은 옷에서 시작해 계절별로 몇 벌씩만 남겨놓으니 옷장이 환해졌다. 여벌의 옷에 대한 아쉬움을 상쇄하고 남을, 비소유가 주는 묘한 낙()이 있다. 옷장에는 언제든 꺼내 입을 수 있는 옷만이 남았다. 옷의 효용은 극대화됐다.

남은 미해결의 과제가 있다면 바로 넥타이다. 난이도가 옷보다 높지만 지금 매지 않는 넥타이는 앞으로 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된 고려 대상이었다. 버릴 것, 나중 버릴 것, 안 버릴 것 분류를 겨우 끝냈다. 그렇다고 넥타이에 지불한 돈이 낭비였음을 자인하고 싶지는 않다. '한계효용을 정확히 계산하지는 않지만 마치 그렇게 하고 있는 것처럼 의사결정을 한다.' 경제학자라면 이렇게 규정할 테지만, 하나 구입할 때마다 한계효용을 일일이 계산하지는 않았다.

여기에 주요한 포인트가 있다. 넥타이를 못 버리는 건 경제가 아니고 사연 때문이라는 점이다. 사람이 자신만 아는 이유를 가졌듯이 아무도 모르는 이유를 가진 물건이 있다. 사연이 약한 물건 중심으로 버려도 이내 한계는 온다. 특별한 장소나 특별한 사람에 관계된 추억을 간직한 경우라면 결단이 쉽지 않다. 하지만 언제 맸는지 가물가물한 넥타이들과 결별하지 않는다면 이는 일종의 페티시즘 아닐까. 언제든 망설이지 않고 맬 수 있는 넥타이만 남길 것. 역시, 효용을 극대화할 것.

버리기는 어떤 의미로 마음에 수납하기였다. 버리면서 사진을 찍어두는 방법이 있겠지만 얼마 못 가서 넘쳐나는 사진 정리로 또 애를 먹게 마련이다. 그때마다 “잡동사니가 쌓여가고 있다면 당신의 삶에 분명 문제가 있다”는 공간정리 컨설턴트 킹스턴의 금언을 상기한다. 새로운 곳으로 순환시켜도 행복한 추억은 남는다. 추억은 멀리 있어야 아련히 빛난다. 옷장 정리는 생각의 정리, 사고의 정리학이었다.

끝까지 그래도 물고 늘어지는 갈등과 고민을 한 방에 보내버릴 비책은 얻었다. 필요한 물건인지 아닌지, 버릴 건지 말지를 3초만 생각하기로 한다. 큰 장롱에 딸린 작은 옷장 하나를 치우고 줄자로 재본다. 딱 3.3㎡(1평)의 공간이 확보된다. '평당가'가 얼마던가. 돈을 번 셈인가. 돈보다는, 장롱이 여유로우니 머리도 마음도 가뿐하다. 봄맞이 기념으로 옷장을 총정리하면서 모으기 못지않게 버리기도 '이코노미'임을 자각한다. 부자는 학문이 아니라 실천이라는 걸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개인택시 신규 면허 교부-18명 대상
  2. [기획]3.4.5호선 계획으로 대전 교통 미래 대비한다
  3. 충청권 광역철도망 급물살… 대전·세종·충북 하나로 잇는다
  4. [사이언스칼럼] 아쉬움
  5. [라이즈 현안 점검] 거점 라이즈센터 설립부터 불협화음 우려…"초광역화 촘촘한 구상 절실"
  1. "성심당 대기줄 이제 실시간으로 확인해요"
  2. [사설] 이삿짐 싸던 해수부, 장관 사임 '날벼락'
  3. 금강유역환경청, 화학안전 24개 공동체 성과공유 간담회
  4.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5. 대전 복합문화예술공간 헤레디움 '어린이 기후 이야기' 2회차 참가자 모집

헤드라인 뉴스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민선 8기 대전시가 도시의 혈관인 교통망 확충에 집중하면서 균형발전과 미래 성장동력 기반 조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전 대중교통의 혁신을 이끌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이 전 구간에서 공사를 하는 등 2028년 개통을 위해 순항하고 있다. 이와 함께 충청권 광역철도와 CTX(충청급행철도) 등 메가시티 조성의 기반이 될 광역교통망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전의 30여년 숙원 사업인 도시철도 2호선은 지난해 연말 착공식을 갖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철도 2..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2028년이면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완공과 함께 교통 혁신을 통해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로 성장할 전망이다.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은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개최하고,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7년까지 주요 구조물(지하차도, 교량 등) 및 도상콘크리트 시공을 완료하고, 2028년 상반기 중 궤도 부설 및 시스템(전기·신호·통신) 공사를 하고, 하반기에 철도종합시험 운행을 통해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내년 대전시 정부 예산안에 공사비로 1..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