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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충식 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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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우월한 조건이 아닌 주관적인 취향에 끌려 주택을 거래하기도 한다. 젊은 시절, 순전히 달빛에 조영된 정원수의 꽃에 반해 집을 매수한 적이 있다. 살 때는 심미적 공간을 중시했지만 훗날 매도할 때는 달랐다. 운치와는 관계없어 뵈는 수요자가 나타났다. 집주인으로서 집의 장점을 입이 아파라 설명하는데 때마침 부동산중개사의 귓바퀴를 때리며 툭 떨어진 어여쁜 모과 한 알이 상황을 깔끔히 정리했다. 나이 지긋한 그 방문객은 노랑, 빨강으로 주렁주렁 치장한 유실수들을 휘둘러보더니 댓바람에 도장 찍자고 졸랐다.
천 마디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 우수함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조선시대 김광수란 인물은 뜰의 소나무를 보고, 중국의 백낙천은 집 앞 오동나무에 걸린 달을 보고 자진해서 집값을 얹어줬다. 전통적인 최고 입지는 3대를 적선해야 산다는 '남향집'이었다. 냉난방과 조명시설이 뛰어난 지금이야 예전만큼의 의미는 없지만 선사시대 이래 생존조건의 기본 요소였다. 태양의 고도가 여름에 높고 겨울에는 낮은 합리적인 이점도 있었다. 도수희 전 충남대 교수는 남쪽=앞쪽, 북쪽=뒤쪽, 동쪽=왼쪽, 동쪽=왼쪽의 방위를 한민족이 북쪽을 등지고 남하했다는 증거로 삼았다. 개인적으로는 동남향과 동향도 좋아한다. 하루 두 번, 아침의 눈부신 햇살과 뒷베란다의 오후 낙조를 즐긴다.
일반적으로 남향>동남향>동향>남서향>서향>북향 순(順)인 듯 보여도 서향, 북향 등 어느 향이든 각기 장점이 있다. 같은 집에서도 북쪽은 일조량 변화가 적어 두뇌 집중력에 이롭다. 일부러 북향을 짓기도 한다. 미사강변리버뷰자이는 세대 일부를 북향으로 앉혀 블루(강) 조망권을 살렸는가 하면 전체 남향 제로(0)의 아파트도 등장했다. 조망권 형성을 위해 거실 반대쪽에 통유리를 끼우는 리모델링도 마다지 않는다.
새로운 기준은 갈수록 추가되고 있다. ―한밤중에 갑작스레 해열제 한 알이 필요했을 때 옆집 문을 두드릴 수가 있는가. 집 평수와 무관하게 그게 스위트 홈이다.― 체험을 바탕으로 썼다가 한동안 아니었다가 다시 맞는 말 같다. 내 집의 하늘을 빼앗기거나 아끼는 풍경을 잃은 상실감은 크다. 과학과 비과학을 가르는 건 반증 가능성이다. 그걸 무시한 가치도 있고 지역성도 있다. 서울은 한강 조망권, 창원은 바다 조망권, 대전은 하천 조망권을 찾는다. 마음의 조망, 마음의 향(向)도 중요하다면 비과학일는지 모른다. 그런데…, 층간소음으로 또 살인이 저질러지는 등 환경 분쟁은 이 시간에도 계속된다.
바로 아래층에서 꿈결처럼 피아노 선율이 빗소리를 타고 올라온다. 이웃, 특히 위아래 이웃 잘 만난 것도 최고의 프리미엄이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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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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