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경제라운지] 봉이 김선달, 사기에서 경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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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경제라운지] 봉이 김선달, 사기에서 경제로

  • 승인 2016-07-13 13:30
  • 신문게재 2016-07-14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최충식 논설실장
▲최충식 논설실장
'봉이 김선달'이 박스오피스 1위를 다시 수성하며 코미디 영화 수요에 대한 존재증명을 하고 있다. 한 주 만에 이룬 115만 관객의 일원에 섞여 보니 작품성을 떠나 봉이 김선달의 자유분방한 마인드에 더위를 쫓을 수 있었다. 그는 강수량의 지역성을 어느 정도 알았던 듯하다. 한강, 청천강은 강수량이 풍부하지만 대동강 하류는 비가 적은 3대 과우(寡雨) 지역에 해당한다. 지형성 강우 현상이 상대적으로 덜 일어난다.

▲ 영화 '봉이 김선달'의 한 장면
▲ 영화 '봉이 김선달'의 한 장면
한반도는 여름에 특히 강우가 집중된다. 그 탓에 물꼬싸움이 잦다. 대전 버드내보싸움놀이도 물싸움의 잔재다. 윗들(상평)과 아랫들(하평)이 농사철에 보(洑)싸움을 하고 화해하는 줄거리로 구성돼 있다. 김정한의 '사하촌' 등에 등장하는 물싸움도 연간 강수량의 3분의 2가 여름에 몰리고 봄철이 건기여서 발생한다. 지난해 충남 서북부와 충북, 강원도 등에서 극심한 가뭄을 겪은 것 역시 이런 특성과 무관치 않다.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작품 '소나기'에도 기후적 요소가 숨어 있다. 소년과 소녀가 소나기를 만나는데 도랑물이 쉽게 불어난다. 소녀가 소년의 등에 업힌 것은 대류성 강수 때문이고 산이 많고 개울 폭이 좁은 지형의 특성 때문이다. 게다가 여름 소나기는 밭고랑을 두고 다툰다. 그래서 기상청 오보는 회피할 수 없지만 이번에는 좀 컸다. 태풍이 소멸하고 상공에 막대한 수증기가 유입됐다며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퍼붓는다는 예보는 엇나갔다.

물론 여기서 주목할 것은 경제다. 봉이 김선달은 유유히 흐르는 자유재인 강물이 경제재가 된다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김선달이 생수회사의 원조라는 우스개가 있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은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사기꾼 마인드에 관한 치명적인 유혹에 사로잡혔다. 영화에서 대동강 판매 계약을 치른 장면은 전북 진안의 하천에서 찍었다. 보원(고창석)이 움막을 짓고 희대의 사기를 기획한 대동강은 금산군 소재의 하천이다. 알고 관람하니 풍경이 더 정겹게 다가온다.

금산, 진안, 소양강 등이 영화로 구현된 대동강은 물의 경제학과 사회적 가치라는 이면을 생각하게 한다. 국내 기상산업 시장 규모는 3000억원대까지 커졌다. 물산업 인프라에 중국이 1100억달러, 미국이 879억달러, 일본이 265억달러를 투자하는 사이, 한국은 77억달러를 투입했다. 중장기적으로 물산업에 관심을 증폭시켜야 할 것이다. 봉이 김선달이 영화의 화법으로 설화적 방식으로 이를 예시해 줬다.

어떤 의미로 봉이 김선달은 시장경제 파괴 주범이지만 상품의 교환가치와 상품의 가치 결정을 동일 사안으로 착각하는 이들에겐 경종이 되기도 한다. 이 초대형 사기극에서 경제학자와 사기꾼의 차이를 또 발견한다. 경제학자의 인식은 사기행위를 늘 자각하는 사기꾼과 다르다. 예측이 틀려도 곧 뇌리에서 잊혀진다. 사기꾼은 들키면 엄한 법의 심판이 기다린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마이카 시대 도래를 말하자 경제학자들은 “자동차 산업 기술이 없고, 시장이 없고, 자본이 없다”고 비관론을 폈다. 그런데 빗나갔다. 혹세무민이 아니라 세상사가 이론대로 굴러가지 않는 까닭이다.

경제학자의 예측 실패는 대동강물 판매 때보다 훨씬 다수의 삶을 망칠 수 있다. 이 순간에도 각종 전망이 쏟아진다. 나라밖 캐나다에서는 하키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를 경제성장률 정체의 한 요인으로 파악한다. 경제성장률이 거듭 하향 조정되고 사드 배치의 경제 영향 분석들이 잇따른다. 봉이 김선달과 허생전의 허생과 김삿갓을 조합한 정신세계가 이럴 때 필요할지 모르겠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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