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경제라운지] 김영란법 '만세!'를 외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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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경제라운지] 김영란법 '만세!'를 외치기 전에

  • 승인 2016-08-03 14:12
  • 신문게재 2016-08-04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최충식 논설실장
▲최충식 논설실장
김영란법 정국에 떠오르는 토끼와 강아지 이야기다. 토끼와 강아지가 심심풀이 포커판을 벌이는데 강아지가 연거푸 졌다. 강아지가 “왜 나만 자꾸 지는 거냐”고 신경질을 부렸다. 토끼 왈(曰), “넌 포커 패가 잘 들어오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거든.” 사람도 손동작을 잘 관찰하면 상대의 포커 패를 알 수 있다.

이 우화 속의 개 같은 기분을 서너 번 겪었다. 경제칼럼 집필 중인 지금이 딱 그럴 때다. '청탁금지법 영향 최소화 TF'를 꾸린 정부세종청사 관계자들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3만원(식사), 5만원(선물), 10만원(경조사) 등 '3·5·10 사회'에 대한 저항이라는 오해에서 파생되는 기분이다. 선의로 부작용만 보완하자 해도 언론의 면종복배로 지목되는 상황이다.

경제칼럼이니 되도록 경제로 풀어가겠다. 식사비가 3만원인데 한우 식당의 1인분은 평균 3만 8000원이다. 화훼 쪽의 경우, 국내 꽃 소비액의 80%가 경조사용인데 '봉투' 합산해 10만원이 상한선이다. 평균 20만원, 저렴해도 8만원 넘게 그린피가 드는 골프는 생략하겠다. 국공립대학 강연료 30만~50만원 설정은 벤 버냉키 전 FRB 의장의 내한 강연료가 5억원(45만 달러)인 사실로 대신한다. 식당에서는 2만 9000원짜리 '김영란 정식'을 사줬어도 커피는 얻어 마시든지 해야 한다. 더치페이도 있고 시간 근접성을 벌려 한 번 할 것을 두 번 할 수는 있다. 경제학은 인간 이기심을 전제하는데, 의례적 선물까지 포괄적 뇌물이라면 횟수는 줄어든다. 머리가 주면 뇌물이고 마음이 주면 선물, 잠 못 이루면 뇌물이고 잘 자면 선물, 또 현재 지위로 받았는지 여부도 기준이지만 명쾌한 구분은 어렵다.

대처법이 아주 없지는 않다. 한우 등심 1㎏의 소비자 가격이 8만원 안팎이니 5만원 미만인 수입산 등심을 쓰는 방법이 있다. 실제로 수입산 축산물 유통업체가 뜻밖의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5만원 이상 세트 비중이 85%인 백화점은 5만원 이하 세트를 늘리면 된다. 대형마트 상품 매출의 70%가 5만원 이하니까 그래도 덜하다. 선물 가격이 싸지면 전통시장이 활성화된다는, 별 희한한 초등 산수가 다 나온다.

횟집에 가도 '인당 3만원'의 식비로는 10만원 넘는 농어는 엄두를 못 내고 2㎏ 미만인 광어회나 잘 계산하며 씹어야 한다. 공무원 윤리강령의 3만원은 13년 전 한정식 정가다. 소비자 물가상승률 40~50%를 감안하지 않고 이대로 가면 수입산 생선과 과일 등 알뜰한 뇌물(선물)로 대체될 날이 멀지 않았다. 공무원의 직무행위는 불가매수성이다. 그렇지만 식사 자리는 직무 수행의 윤활유나 사교·의례이기도 하다. 기자에겐 취재일 수 있다.

일명 김영란법의 원제는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이었다. '공직자' 단어를 쏙 빼고 기업 사외보까지 넣어 비빔밥을 만들더니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둔갑시켰다. 법 정신을 되살려 공직, 공공기관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 김영란법 시행(9월 28일) 이전에 법 개정할 이유는 더 있다. 하반기 소비심리를 지피는 분기점이 추석(9월 14~16일)이기 때문이다. “비싼 건 네 돈 내고 사먹어”라고 힐난만 말고 경제 손실 11조+α 지적도 들어야 한다.

태초 이래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프로그래밍됐다. 밥 한 그릇, 한 잔 술의 관계망이 있는 법인데 부패 커넥션과 뇌물 프레임에 묶여 그 가치가 무시됐다. 세상을 뇌물과 뇌물 아님으로 2등분한 김영란법은 사회 전반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킨다. 농수산물은 특히 소비가 약간만 증감해도 가격변동성이 커서 타격은 책상머리 계산보다 불어날 수 있다. 청와대와 정부, 국회가 눈치 보지 말고 보완하고 가야 한다. 속마음 숨기는 '포커페이스'나 정략적인 김영란법 흔들기가 아니다. “김영란법 만세, 만만세!”를 외치기 전에 진통을 최소화하자는 이야기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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