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경제라운지] 폭염이 효자라니요?

  • 오피니언
  • 최충식 경제통

[최충식 경제라운지] 폭염이 효자라니요?

  • 승인 2016-08-24 13:57
  • 신문게재 2016-08-25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최충식 논설실장
▲최충식 논설실장
기록적인 폭염은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매출이 신장된 GS홈쇼핑,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등 TV 홈쇼핑 업계엔 '효자폭염'이었다. '방콕'만 한 것은 아니다. 냉방 잘 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국민안전처 '외출 자제' 메시지에서 예외 구역이었다. 여성이 여행이나 여가활동으로 동일시할 정도로 쇼핑을 즐긴다는 연구가 틀리지 않음을 증명할 수 있었다.

홈쇼핑의 주 고객인 여성이 70%를 차지하지만 남성이라고 가만히 있지 않았다. 쇼호스트가 “지금 고객님들, 새벽 4시 37분에 올림픽 경기 보고 계시죠”라고 말한 그 시각에 필자도 우연히 깨어 있었다. 펜싱의 박상영이 금메달을 따던 그날 심야에 남성 아웃도어 주문량은 전날 대비 10배 폭증했다. 7월이면 장사가 끝나는 에어컨은 8월 사상 최대의 판매고를 찍고 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구스다운, 알파카 코트 등 겨울 상품 판매에서 알뜰소비, 달리 표현하면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눈으로 확인된다. 역(逆)시즌 기획전인 모피 초대전을 필자는 '하로동선 (夏爐冬扇) 마케팅'으로 이름한다. 여름에 화로를 팔고 겨울에 부채를 판다는 뜻으로 썼다. 기업은 비수기에 자재를 구입해 비용 절감도 하고 회전자금 마련도 가능한 경영 방식이다. 집안의 옷장과 기업의 물류 창고만 넉넉하다면 9월 신상품이 본격 출시되기 전이 겨울상품 매매의 적기일 것이다.

이 팽이가 돌면 저 팽이도 돈다더니, 이게 웬일인가. 삼복더위에 스키복이 10배나 더 팔리기도 한다. 거꾸로 지난겨울에는 수영복과 여름용 샌들 매출이 여름 성수기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았다. 비키니는 해외여행 수요로 겨울 휴가 필수품이 됐다. 지난겨울 날씨가 포근해 정작 겨울상품 매출은 뚝 떨어졌었다.

그러면 앞으로는? 내일(26일) 폭염이 누그러진다는 날씨 예보지만 모기 입이 쉽게 비뚤어지진 않을 듯하다. 폭염이 꺾이는 시점을 16일→18일→22일→어제(24일)로 연장해 온 기상청은 9월과 10월 늦더위를 예고했다. '양치기 소년 예보'가 아니었으면 한다. 작년 가을처럼 만약 일교차가 10도 이상이면 여름 상품과 겨울 상품이 동시에 팔릴 수도 있다. 요사이의 폭염에는 긍ㆍ부정 효과, 수혜 업종과 피해 업종이 혼재한다. 한쪽만 보고 내수가 살았다고 예단해서는 안 된다. 폭염으로 6월부터 현재까지 충북에서만 폐사 가축이 20만 마리가 넘는다. 폭염은 또한 전통시장 매출 부진, 노동생산성 하락 및 제조업 가동률 저하, 수출 악영향을 부른다. 농어업도 힘겹다. 균형 잡힌 내수 활성화에 힘쓰면서 비시즌에 겨울옷 준비하는 여유와 기대심리를 못 누리는 서민들도 살펴야 한다.

특히 추석을 얼마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고 전기요금 걱정이 치솟고 있다. 올해 1~6월 세계 기온은 20세기 평균보다 1도 이상 높았다. 지구 전체가 더워졌지만 전기요금 누진세를 11.7배까지 징벌적으로 내는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좀더 시원한 대안을 못 내놓는 당ㆍ정ㆍ청, 그리고 야당은 막바지 폭염에서 준비성과 경제성을 더 배워야 할 것 같다.

예수와 거의 동시대인인 왕충도 하로동선이 불필요하다고는 안 했다. 잘 쓰기만 하면 무용지물은 없다는 예지적 가르침이었다. 하선동로나 동로하선으로 고쳐 유식 자랑을 펼 필요는 없다. 2000년 전의 왕충(서기 27년~99년?)은 여름날 화로로 습기를 말리고 겨울 부채로 꺼져가는 불씨를 살림에 착안했다. 하지만 정책만은 가마솥더위에 화로를 끼고 겨울 추위에 부채를 치켜들지 말아야 한다. 날씨 문제는 특히 민생 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최충식 논설실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영화·드라마' 촬영 명소로 간다
  2. 아산시 어의정로 교차점 광장 준공
  3. 교육행정 몰리고 시설직은 주춤…교육청 공채 경쟁률 '온도차'
  4. [대전 전통산업 특화거리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다] ①대전 전통산업과 특화거리의 탄생과 번영…그리고 존폐의 기로
  5. 두 자녀 태우고 만취운전 30대 사고까지…여름철 엄격 단속 필요
  1. 창업기업 74곳에 최대 4억원 '대전 창업기업 들썩'
  2. K리그 휴식기, 대전 서포터즈는 '청소' 중?… "승리의 기운을 줍습니다"
  3.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4.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
  5. 천문연구원, 희귀 왜소신성 발견…공전주기 짧아 중요 연구대상

헤드라인 뉴스


삼전닉스 호남 투자 가시화…충청은 생색내기용 전락

삼전닉스 호남 투자 가시화…충청은 생색내기용 전락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전남에 수백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생산기지 구축에 나설 것이 유력해지면서 충청권은 곁다리 투자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충청권의 경우 두 기업이 막대한 고용창출 등이 기대되는 대규모 생산 라인이 아닌 AI데이터센터 건립으로 기우는 모양새인데 이럴 경우 지역 경제 파급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코스피 시총 투톱으로 글로벌 메모리 업체인 두 기업이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지역균형 발전 정책에 부응하려면 충청권에도 생색내기 용이 아닌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정치권과..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개통 2030년 하반기로 늦어진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개통 2030년 하반기로 늦어진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개통이 2030년 하반기로 지연된다고 대전시가 공식 인정했다. 당초 2028년 개통보다 2년여가 더 늦어지는 것으로, 주요 공정 리스크와 차량 시운전 계획 반영 등을 이유로 꼽았다. 유득원 대전시 행정부시장은 23일 대전시청 기자회견장에서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관련 브리핑을 갖고 "향후 통합공정 계획 수립을 통해 개통 일정 등을 최종 확정할 것"이라면서 개통 지연을 공식화 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은 총연장 38.8㎞, 정거장 45곳, 차량기지 1곳 규모로, 2024년 12월 착공해 현재 본선 14개 전..

[대전 전통산업 특화거리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다] ② ‘생산성을 넘어 브랜딩을 창출하라’
[대전 전통산업 특화거리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다] ② ‘생산성을 넘어 브랜딩을 창출하라’

대전 중구 중촌동 맞춤패션거리와 정동 인쇄거리, 원동 한복거리 등 과거 대전을 상징하던 유서 깊은 산업 자산들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자구책 마련을 위해 붙여진 특화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급격한 산업 구조 변화와 유통 시스템 현대화 속에서 경쟁력을 잃어간 채 존폐의 기로에 서면서다. '생산의 효율화'란 거대한 산업 발전 흐름이 오늘날 현대 사회의 모든 가치를 장악하고 있지만, 지역의 고유한 숨결과 정체성이 담긴 전통산업의 흔적이 미래세대에 적절히 계승돼야 마땅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낡은 산업의 미래를 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문창동 화재피해 복구 돕는 손길 문창동 화재피해 복구 돕는 손길

  • ‘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월드컵 응원 고조 ‘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월드컵 응원 고조

  •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