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경제라운지] 우유 가격 인하 '도미노' 오나

  • 오피니언
  • 최충식 경제통

[최충식 경제라운지] 우유 가격 인하 '도미노' 오나

  • 승인 2016-09-28 12:41
  • 신문게재 2016-09-29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논설실장
▲ 논설실장
가격 인상과 가격 인하는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며칠째 우유업계가 '가격 고민'에 빠진 이유는 그래서다. 매일유업의 저지방 우유 가격 인하에 이어 10월 1일부터는 서울우유 '나100% 우유' 5개 제품의 대형마트 소비가가격이 40~100원 인하된다. 원유(原乳) 가격 연동제의 인하분이 반영된 것이다.

이에 대한 반응이 한결같지는 않다. 당장은 반기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 심적 회계(멘탈 어카운팅)의 결은 조금씩 달라진다. 마음속에 저마다 손익계정과 회계 처리 방식이 존재한다. 다양하고 다중적인 준거점을 가진 우유 소비자가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할지가 업계를 긴장시킨다.

같은 제품이면 소비자는 싸고 봐야 우선 좋다. 가격 인하가 안 된 우유를 사면 손해라는 생각이 행동을 좌우하기도 한다. 이익보다 손실에 소비자 반응은 더 민감하다. 이것이 학교급식 최저가 입찰제 여파로 '흰우유' 분야 손실 등을 겪고도 가격 동결을 통한 원가 절감보다 구매욕구 유도를 꺼내든 배경의 하나다.

여기에 맹점이 있다. 소비의 어느 한 면에는 '비싼 것이 좋은 것'이라는 가치 기제가 잠재한다. 실험 예는 많다. 피험자들에게 고가와 저가의 레드와인을 주고 거꾸로 된 거짓정보를 흘려준다. 시음 후 주로 맛있다고 지목한 쪽, 그리고 자기공명영상(MRI) 관찰 때 뇌의 보수계(報酬系)가 활성화된 쪽은 진짜 고가인 와인이 아니었다. 비싸다고 속인 와인 맛에 뇌가, 아니 사람들이 빠져든 셈이다. 기초식품인 우유로는 가격차별을 아무리 해봐야 그만한 쾌감 제공은 물론 무리다.

소비자는 우유라는 대상에 이미 형성된 준거점대로 이익과 불이익을 가린다. 즉, 가격 지각의 상대성이 작용하고 있다. '행복'의 영역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은 연봉 절대액수가 아닌 상대적인 소득이듯이 말이다. 소비자 판단의 근거는 전적인 시장가격뿐만이 아니다. 그런데다 가격 이득이나 가격 손실의 판단이 정확하지 않다. 나란히 진열된 우유가 1500원, 1400원이면 100원 가치의 차이가 난다고 여기는 정도다.

바로 그래서 예시한 것처럼 가격으로 가치를 따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가격 인하가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우유 가격 인하라는 기준 변화에 싼 게 비지떡이라고 단정한다면 특히 그렇다. 이 때문인지 소비 촉진보다는 적자폭탄을 안겨준다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기업 입장에서는 무조건 저가 정책이 마케팅 전략의 능사는 아니다. 가격과 가치를 저울에 달아 반드시 가치가 우세해야만 구매하지는 않는다.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이 모두 인하하면 나중에는 가격이득으로 간주하지 않을 것이다. 가격을 더 낮춰 추가 할인에 버금가는 효과를 내는 방법이 있지만, 업계 전체에 더 큰 손실을 자초할지 모를 일이다.

또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정상가격을 도리어 가격손실로 느끼기도 한다. 원유 가격에 연동된 적정가격으로 인정해주면 다행이다. 가격 맥락, 가격 특성과 구매 환경을 종합할 때 가격인하보다 품질 향상이 더 나은 전략일 수 있다. 생산비 증가 요인인 점은 이때의 부담이다. 등수 가릴 필요 없이 저출산의 그늘이 드리워진 유업계 전반이 고전하고 있다.

되풀이하지만 실제 가격과 소비자가 지각하는 가격은 같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인하 효과를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느낄 정도”라고 자신했다. 제발 그렇게 되길 바란다. 하지만 소비자 뇌의 보수계를 자극할 정도는 아닐 것 같다. 이익 대 불이익의 심적 계정이 언제나 일치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움직일지는 가격 인하 도미노 이후까지 더 지켜봐야겠다. 우유 소비자는 지금 우유업체 전반의 가격 의사결정을 주시하고 있다.

최충식 논설실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교사노조, 교육감 후보들에 정책요구… 후보들 답변은?
  2. 이병학 충남교육감 예비후보, "충남교육의 공정성과 기본을 바로 세울 것"
  3. "반드시 성과로 증명할 것"…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 재선 출마 공식 선언
  4. 한기대, 실학 정신 담은 '다담소' 개소
  5. 동구 정다운어르신복지관, '취약노인 일반의약품(소화제) 지원사업' 최종 기관 선정
  1. 백석대 ·백석문화대, 외식업계·AI기업과 외국인 유학생 취업 지원을 위한 협약 체결
  2. 충남중기청, 중소기업 기술보호 '현장 밀착 지원' 강화
  3. 천안법원, 보험금 타려 운전자 바꿔치기 시도한 20대 여성 실형
  4. [현장에서 만난 사람]김영수 한국사마천학회 이사장
  5. 박찬우 천안시장 후보, 백석동 발전협의회와 정책간담회 개최

헤드라인 뉴스


서산교통, 공용버스터미널 인근 인사 사고, 공식 사과

서산교통, 공용버스터미널 인근 인사 사고, 공식 사과

서산교통(대표이사 안광헌)이 7일 서산공용버스터미널 인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와 관련해 시민들에게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 안전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번 사고는 7일 오전 10시께 서산시 동문동 서산공용버스터미널 앞 도로에서 발생했으며, 길을 건너던 80대 보행자가 시내버스 차량에 치여 관내 중앙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과 관계기관은 사고 운전자 진술과 CCTV,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날 사고 발생 이후 서산지역사회에서는 터미널..

전 세계 초능력 히어로 국립중앙과학관 집결… `비밀 신입 요원` 모집
전 세계 초능력 히어로 국립중앙과학관 집결… '비밀 신입 요원' 모집

전 세계 초능력 히어로 캐릭터가 대전에 자리한 국립중앙과학관에 모여 비밀 신입 요원을 모집한다. 하반기 '초능력 비밀 아카데미' 개관에 앞서 국민 관심을 모으기 위한 이벤트다. 국립중앙과학관은 16~17일 과학관 사이언스터널에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이색 과학 축제 '초능력 히어로 박람회: 비밀 아카데미 신입 요원 모집'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하반기 창의나래관에 선보이는 '초능력 비밀 아카데미'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새로운 비밀 요원을 모집하고 훈련시킨다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관람객은 초능력과..

"국힘, 반쪽 공청회 책임져라" 지역사회 거센 비판
"국힘, 반쪽 공청회 책임져라" 지역사회 거센 비판

국회 행정수도특별법 공청회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것을 두고,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의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법안 공동발의에 참여한 가운데, 이미 개최가 합의된 논의의 장에 집단 불참한 것은 사실상 공청회를 무력화하고, 행정수도특별법 추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인식에서다. 특히 공청회 자체가 법안 처리의 분수령으로 평가받았던 만큼, 국회 논의 동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43개 전국·세종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행정수도특별법 제정 범시민대책위원회(가칭)는 8일 오전 '행정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5차 석유 최고가격제 또 동결 5차 석유 최고가격제 또 동결

  • 유성온천 문화축제 준비 ‘이상무’ 유성온천 문화축제 준비 ‘이상무’

  • ‘공정선거 함께해요’ ‘공정선거 함께해요’

  • 시민 눈높이 설치 불법 현수막 ‘위험천만’ 시민 눈높이 설치 불법 현수막 ‘위험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