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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설실장 |
이에 대한 반응이 한결같지는 않다. 당장은 반기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 심적 회계(멘탈 어카운팅)의 결은 조금씩 달라진다. 마음속에 저마다 손익계정과 회계 처리 방식이 존재한다. 다양하고 다중적인 준거점을 가진 우유 소비자가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할지가 업계를 긴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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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맹점이 있다. 소비의 어느 한 면에는 '비싼 것이 좋은 것'이라는 가치 기제가 잠재한다. 실험 예는 많다. 피험자들에게 고가와 저가의 레드와인을 주고 거꾸로 된 거짓정보를 흘려준다. 시음 후 주로 맛있다고 지목한 쪽, 그리고 자기공명영상(MRI) 관찰 때 뇌의 보수계(報酬系)가 활성화된 쪽은 진짜 고가인 와인이 아니었다. 비싸다고 속인 와인 맛에 뇌가, 아니 사람들이 빠져든 셈이다. 기초식품인 우유로는 가격차별을 아무리 해봐야 그만한 쾌감 제공은 물론 무리다.
소비자는 우유라는 대상에 이미 형성된 준거점대로 이익과 불이익을 가린다. 즉, 가격 지각의 상대성이 작용하고 있다. '행복'의 영역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은 연봉 절대액수가 아닌 상대적인 소득이듯이 말이다. 소비자 판단의 근거는 전적인 시장가격뿐만이 아니다. 그런데다 가격 이득이나 가격 손실의 판단이 정확하지 않다. 나란히 진열된 우유가 1500원, 1400원이면 100원 가치의 차이가 난다고 여기는 정도다.
바로 그래서 예시한 것처럼 가격으로 가치를 따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가격 인하가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우유 가격 인하라는 기준 변화에 싼 게 비지떡이라고 단정한다면 특히 그렇다. 이 때문인지 소비 촉진보다는 적자폭탄을 안겨준다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기업 입장에서는 무조건 저가 정책이 마케팅 전략의 능사는 아니다. 가격과 가치를 저울에 달아 반드시 가치가 우세해야만 구매하지는 않는다.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이 모두 인하하면 나중에는 가격이득으로 간주하지 않을 것이다. 가격을 더 낮춰 추가 할인에 버금가는 효과를 내는 방법이 있지만, 업계 전체에 더 큰 손실을 자초할지 모를 일이다.
또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정상가격을 도리어 가격손실로 느끼기도 한다. 원유 가격에 연동된 적정가격으로 인정해주면 다행이다. 가격 맥락, 가격 특성과 구매 환경을 종합할 때 가격인하보다 품질 향상이 더 나은 전략일 수 있다. 생산비 증가 요인인 점은 이때의 부담이다. 등수 가릴 필요 없이 저출산의 그늘이 드리워진 유업계 전반이 고전하고 있다.
되풀이하지만 실제 가격과 소비자가 지각하는 가격은 같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인하 효과를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느낄 정도”라고 자신했다. 제발 그렇게 되길 바란다. 하지만 소비자 뇌의 보수계를 자극할 정도는 아닐 것 같다. 이익 대 불이익의 심적 계정이 언제나 일치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움직일지는 가격 인하 도미노 이후까지 더 지켜봐야겠다. 우유 소비자는 지금 우유업체 전반의 가격 의사결정을 주시하고 있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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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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