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경제통] 누가 경제를 침팬지에게 맡기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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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경제통] 누가 경제를 침팬지에게 맡기랴

  • 승인 2016-11-09 12:27
  • 신문게재 2016-11-10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코스피 일봉, 주봉, 월봉 차트를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던 이발소 주인이 슬리퍼를 발밑에 놓아주며 반갑게 맞는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직후에 추천해준 주식 종목이 좀 올랐다 한다. 그러더니 최순실 게이트 이후의 투자 전망을 묻는다. 코스피 하락률이 -3.2%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 지수 하락률 -3.1%와 비슷하다는 신문기사를 읊조린 뒤에 최순실 관련주, 정치 테마주는 조심하라는 말만 덧붙여줬다. 당분간 그 이발소에는 못 갈 일이 생길지 모르겠다. 브렉시트 때도 사실은 그냥 찍었는데 운 좋게 맞았다. 짤짤이나 'N분의 1' 같은 간단한 방식보다 나을 게 없었다.

그런데 그게 더 나을 때가 있다. 변수가 많고 리스크가 상당한 투자에선 그럴 때가 많다. 아는 것과 버는 것은 별개다. 명성 있는 경제학자들을 봐도 경제적으로 평범하거나 가난했다. 어빙 피셔 같은 학자는 블랙먼데이를 앞두고 호황 국면을 예상하고 몰빵 투자를 했다가 유행하는 말로 '폭망'했다. 교과서 속의 경제학자 중 주식시장에서 큰돈을 번 사람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나 데이비드 리카도 정도일 것이다. 그레고리 맨큐도 돈을 벌었지만 '맨큐의 경제학' 책이 잘 팔린 덕이었다. 학문과 사업 수완 사이에는 이처럼 강물이 드리워져 있다.

돈을 만져본 학자라 하더라도 투자법은 허접하기 짝이 없다. 케인스 같은 석학이라면 치밀한 거시경제 예측에 기초한 투자 전략을 썼을 법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주식 투자에 번번이 실패한 케인스는 낚시가 선생이었다. 그저 고기가 잘 낚이면 투자하는 방식을 따르자 돈을 벌었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뭔가 다르겠지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블랙-숄즈 모델'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숄즈와 머튼은 투자에 어마어마하게 실패했다. 다름 아닌 '파생상품 가치 측정 공식'을 창안한 로버트 머튼 교수마저 돈 버는 재주는 없었다.

달걀을 한 꾸러미에 담지 말라는 말이 마치 투자의 정석처럼 굳어져 있다. 이 말이 있게 한 해리 마코위츠도 실전에서는 자신의 정교한 이론은 거들떠보지 않았다. 주식에 50, 주식에 비해 조금 안전자산인 채권에 50 등 단순한 분산 투자를 했을 뿐이다. 언론 인터뷰에서 마코위츠는 상승 장세에 못 끼거나 하락 장세에서 못 빠져나올 때 멍청히 느껴질까봐 그랬다고 얼버무렸다. '평균-분산 포트폴리오'로 노벨상까지 탄 석학이 멍청해지기 싫어서 초등생들도 하는 N분의 1 어림셈법을 썼다. 이런 경우에서 배우더라도 동종 산업의 여러 종목을 매수하진 말자. N이 많아서는 안 된다.

주식시장은 특히 예측 자체가 불가능할 만큼 불확실하다. 신경경제학의 결론이 아니더라도 인간의 뇌는 투자에 최적화된 도구가 아니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이 금융 전문가팀보다 수익률이 1.5배 높기도 한다. 침팬지가 다트로 찍은 종목이 1등 펀드매니저가 선정한 종목을 이겼다. 국내에서 에버랜드 침팬지로 동일한 실험을 해봤는데 결과는 같았다.

그러나 한 나라의 경제정책은 그렇지 않다. 만만한 주먹구구 어림셈법은 당치도 않다. 공화국을 능멸한 비선 정치로 나라가 온통 어지럽고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는 손도 못 대고 있다. 대통령 거취, 내각을 통할할 총리, 그리고 경제 컨트롤타워 문제를 해결해 한국경제의 내적 불확실성을 어서 끝내야 한다. 미국 대선이 마무리되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출렁일 것이고 미국은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할 것이다. 이런 사안들에도 대비해 경제부총리는 1선에 서야 한다. 술집에서 술값 내기 싫어 엄살떠는 “경제가 어렵다”가 아니다. 실제로 죽을 맛이다. 정치 리스크에 생산, 소비, 투자 활동 모두 위축된 경제를 어찌 생각 없는 침팬지에게 맡기겠는가. 정신 차려야 한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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