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경제통]프랜차이즈 갑질, 총각네 야채가게의 경우

  • 오피니언
  • 최충식 경제통

[최충식 경제통]프랜차이즈 갑질, 총각네 야채가게의 경우

  • 승인 2017-08-02 11:49
  • 신문게재 2017-08-03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말복(11일)이 조금 남은 삼복지간(三伏之間)인데 어디서 '개' 소리가 들린다. '영양탕' 때문은 아니다. 기르던 개에 다리 물린다. 십년 먹여 기른 개가 발등 문다. 옆에서 꼬리친 개가 발뒤축을 문다. 이런 개 속담 때문도 아니다. 그래도 사회적 공기(公器)인데 신문에 적기 꺼림칙한 '똥개교육', 이것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갑질 논란에 휩싸인 총각네 야채가게를 14년 전쯤 알았던 터라 더 거북했다.

원래 이영석 대표에게 들은 교육은 이랬다. 월급이 얼마이며 쉬는 날은 언제냐고 물으면 똥개 마인드이고 과일 고르는 법을 언제 배울 수 있는지를 물으면 진돗개 마인드라는 식이었다. 가맹점주에게 “넌 똥개야 진돗개야?” 묻고서 “진돗개”라고 답하면 프랜차이즈 대표가 뺨을 때린다는 SBS 8시 뉴스 보도 내용이 아니라면 고정관념 깨기 역할극쯤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개로 사람을 나누는 이분법이 꺼림칙하지만 무슨 펀(fun) 경영전략으로 통 크게 봐줄 여지도 있었다.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실제로 갑질 경영 사건 이전까지는 야채를 대표 브랜드로 일구어낸 맨주먹 성공신화에 대한 이의 제기는 거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희망의 경제학, 경영학의 가능성까지 발견하고 쾌재를 불렀다. 지난 일이지만 내 인문학 수강생 상당수가 18평 가게에서 연간 300억원의 매출에 빛나는, 그러나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창업 멘토의 책을 샀다. 꼬마들에겐 '어린이를 위한 총각네 야채가게'를 사주기도 했다.

그러니 이만하면 가맹점주나 단골고객 이상으로 배신당한 기분이 들어도 될 '권리'가 있다. 총각네 야채가게 홈페이지에는 “더 강한 조직을 만들고 열정을 불러일으키고자 했던 과거의 언행들이 누군가에는 큰 상처가 될 줄은 미처 헤아려주지 못했다”는 사죄문이 실려 있다. 창업 롤모델에서 갑질 기업인이 되는 건 순간이다. 세상인심은 냉혹하다.

지난 세월처럼 기업 전략 분석, 성공 요인 분석에서 소비자 행동론에 근거한 마케팅 등의 연구 대상으로서도 수명을 다했다. 나 스스로 분류한, 평판이 다른 평판을 키우는 확산효과, 평판의 판매에 성공한 사례에서도 제외시킬 것이다. 사실, 평판을 사들이는 유력한 방법이 프랜차이즈 가맹이다. 의욕 넘치는 총각들이 1968년생, 쉰 살 원조 총각의 간판을 달고자 했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

그러나 본사 직원 위주로 가맹점 점주를 뽑는 형태는 봉건적인 주종관계로 흐를 맹점으로 작용했다. 총각네는 분노1+사과1=분노0으로 덮긴 힘들고, 오너리스크를 치를 것 같다. 미스터피자, BBQ 등 갑질 행진에 뒤따라 분노를 더 키웠다. 사람을 키우고 존중하는 거상(巨商) 이미지도 전형적인 꼰대 이미지로 갈아엎어졌다.

한번 이러한 갑질 프레임에 갇히면 못 빠져나온다. 갑질 뺨치는 교묘한 을들의 역갑질은 웬만해선 이슈가 되지 않는다. 갑의 횡포인 하도급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사업자의 79%가 중견·중소사업자들이다. 수평적·나열적 갑을관계를 한참 벗어나면서 갑질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수도 있다. 이영석 대표도 “다른 기업들의 갑질 논란이 결국 남 얘기인 줄 알았던 저의 오만함이 불러온 결과”라고 한탄했다. 총각네를 키워온 동력이 그러했듯 우리는 평판 의존성이 강하다.

그 영향인지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 규모는 세계 최고다.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한다. 갑질이 움틀 토양은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문재인 정부가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벼르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프랜차이즈 옴부즈맨 등 가맹본부 갑질 대책을 내놓았다. 중세의 프랑스 영주가 부여하던 상업 활동의 자유가 프랑쉬즈(franchise)였다. 그것이 기업 경영에 건너와 프랜차이즈가 된다. 그러고 보면, 억지로 똥개가 되는 가맹점주들의 자유를 찾아주려고 칼을 빼든 것인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상생 의지를 기대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단양군엔 3억6000만원 내라면서…105억 발전소 수익은 감춘 한국수자원공사
  2. 대전역세권 복합2-1개발 무산 수순... 전략 재정비해야
  3. 세종 행정수도특별법, 9월 논의 불발… 국감 이후 격랑 속으로
  4. 수사권 개편에 인력 몰아놓은 대전경찰… 생활치안 균형 ‘시험대’
  5. 충주시, 내년 생활임금 13.5% 인상…시급 1만 2630원
  1. 글로컬대학 ‘통합’ 곳곳서 난항… 충남대·공주대 사업 향방은
  2. 농어촌 기본소득 내년 35개 군으로 확대되는데… 전산시스템 부재는 여전
  3. [한성일이 만난 사람]임영진 (주)로쏘 성심당 대표
  4. 세종시 복싱의 간판 '장동환', 29일 아시안게임 결승 정조준
  5. 전국 보훈병원 전문의 못 찾아 휴진도…대전병원도 신장내과 전문의 부재

헤드라인 뉴스


세종 행정수도특별법, 9월 논의 불발… 국감 이후 격랑 속으로

세종 행정수도특별법, 9월 논의 불발… 국감 이후 격랑 속으로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특별법이 사실상 오는 12월 정기국회 막바지, 예산 정국 아래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여 공세에 집중하고 있는 야당이 10월 국정감사 이후 논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달 말 회의 개최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8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 일정을 둘러싼 여·야 간사 간 협의가 끝내 매듭을 짓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은 10월 국감에 앞서 이달 29~30일 회의 개최를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국감 이후인 11월 개최를..

가을야구 멀어진 한화… 남은 시즌은 ‘내년 찾기’
가을야구 멀어진 한화… 남은 시즌은 ‘내년 찾기’

길었던 11연패에서 벗어난 한화 이글스가 사실상 멀어진 가을야구 대신 내년 시즌을 위한 전력 점검에 나설지 주목된다. 정규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신인과 퓨처스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올 시즌 뚜렷한 주인을 찾지 못한 중견수 등 취약 포지션의 해법을 찾는 것이 남은 과제로 떠올랐다. 한화는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6-2로 승리하며 11연패에서 탈출했다. 한화는 55승 76패 4무로 9위에 머물며 5위권과 격차가 크게 벌어져 포스트시즌 진출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남은 경기의 초점은 승수..

충청권 암 환자들 수도권 병원 진료·수술 쏠림 뚜렷
충청권 암 환자들 수도권 병원 진료·수술 쏠림 뚜렷

충청권 '암 수술 자체 충족률'이 전국 5대 권역 중에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 환자들이 수술을 받으러 충청 소재 병원이 아니라 수도권 병원으로 간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비수도권 암 환자 중 수도권 주요 병원에서 진료받는 환자 역시 충청권이 가장 많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이 28일 제공한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시도별 10대 암 수술 자체 충족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2021∼2025년) 대장암과 폐암, 위암, 간암 등 10대 암 수술의 자체 충족률은 서울 9..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 ‘다시, 집으로’ ‘다시, 집으로’

  • 막바지 귀경길 막바지 귀경길

  •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