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돋보기] 총체적인 안전불감증, 대수술이 필요하다

  • E스포츠
  • 스포츠종합

[스포츠돋보기] 총체적인 안전불감증, 대수술이 필요하다

정문현 충남대 교수

  • 승인 2018-01-04 09:11
  • 강우성 기자강우성 기자
정문현교수


불이 나고 배가 침몰해도 구조선은 없다. 기대하지 마라.



정확히 살펴보면 큰 사고가 나면 올 수 있는 헬기, 소방차, 구조선, 구급차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수가 너무 적어서 나한테까지 못 온다. 게다가 골목에 차가 꽉 들어차 있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인데 뭘 기다리나!

따져보면, 구급차나 소방차, 소방선, 구조선, 구조헬기 등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불이 많이 나는 계절이나 대형 사고가 발생한 인근에서 소형 사고가 났다면 구조대를 기다리는 것은 무지한 짓이다.



게다가 응급상황에 법규 위반하거나 사고가 나거나, 재물이 파손되면 구급차, 소방관의 책임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가 없다. 재난 상황이나 긴급상황에서 구조에 참여하는 민간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남 도우려다가 내 재산만 날리게 된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법" 참 좋은 얘기이나 현실은 매우 위험한 짓이다. 재수 좋으면 표창장 하나 받을 수 있다.

지난달 제천 화재 참사로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제천 화재를 계기로 시내 찜질방과 목욕장 300여 곳을 대상으로 긴급 불시점검을 벌였다. 점검 결과, 120곳에서 소방관련 법규 위반이 적발됐다고 한다.

적발된 대다수는 제천 스포츠센터처럼 장애물이 피난통로를 가로막고 있었고, 비상구로 가는 길목에 합판을 설치해 대피가 아예 불가능한 곳도 있었다고 한다. 소방당국은 왜 진작 이런 점검을 하지 않았을까?

다중 이용 시설인 수영장이나 체육관, 경기장에 화재나 지진 등의 재난이 발생해도 상황은 똑같아진다.

이용자들은 당연히 '소방안전 시설이 잘 되어 있겠지' 라고 생각하겠지만, 악덕 건물주나, 악덕 건축가, 악덕 시설업자들의 생각은 많이 다르다. 이들의 관심은 무조건 돈이기 때문에 소방자재를 우습게 보고, 철근을 빼 먹고, 대피로를 틀어 막고, 소방과 안전에 관련된 점검을 형식적으로 무마한다.

스키장에서 사망사고가 있었다. 스키를 타던 10대와 스노보드를 탄 40대가 크게 충돌해서 스노보더가 사망했다. 실력이 부족한 초보스키어가 중상급자 코스를 A자로 내리달려 스노보더에 충돌해 사망케 했다.

필자는 이 시간에 스키장에서 스키수업 중이었는데, 29년간 스키장을 다니지만 한 번도 상급자 슬로프에 잘못 올라온 초보스키어를 초기에 적극적으로 발견하려고 하거나 친절하게 리프트로 하강시키려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낚시배 사고가 있었다. 영흥도, 추자도, 완도, 서귀포, 제주시, 여수, 창원, 고흥, 태안 등에서 해마다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그 때마다 '실종자 수색에 만전을 기하라',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한다.

택도 없는 소리다. 재난 대비 안전 구조 장비를 신청하면 예산 부서에서 예산 삭감당한 일이 태반이었고, 안전예산을 세우면 이런 돈을 왜 들이냐고 화를 내고, 인력을 줄이라고 호통을 친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가안전사고의 죄인들이다.

소방관과 해경에서 구조에 어떤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지, 그 수와 수준은 어떤지 알면 필자처럼 화가 많이 날 것이다. 낡고 떨어진 슈트(잠수복)에 구동 불편한 구조장비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길거리만 가도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지나가는 차를 쳐다도 안보는 사람들이 흔하다. 위험해서 경적을 올리기라도 하면 아주 사납게 대응한다.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 사고 이후에 아무 일 없었던 듯 골목길을 메우고 있는 차량, 당신의 차는 아닌가? 나는 악덕 시설업자가 아닐까? 나는 이기적인 안전불감증 환자 아닌가?

안전에 무지한 대한민국, 어떻게 구해낼 수 있을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온기 페스티벌" 양산시, 동부 이어 서부 양산서 13일 축제 개최
  2. 천안 불당중 폭탄 설치 신고에 '화들짝'
  3. 천안시, 2026년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참여자 모집
  4. 대전 학교 냉난방 가동 체계 제각각 "중앙통제·가동 시간 제한으로 학습권·근무환경 영향"
  5. [중도초대석]김연숙 심평원 대전충청본부장 “진료비 심사, 의료질 평가...지속가능한 의료 보장”
  1. ‘조진웅 소년범’ 디스패치 기자 고발당해..."소년법, 낙인 없애자는 사회적 합의"
  2.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노후 전선·붕괴 직전 천장… 충남경제진흥원 지원 덕에 위기 넘겨
  3.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4. 대전경찰, 지난 대통령선거 선거사범 50명 송치… 지난 20대보다 174%↑
  5.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위기의 소상공인 다시 일어서다… 경영·디지털·저탄소 전환까지 '맞춤형 종합지원'

헤드라인 뉴스


‘호국영령, 충남 품으로’… 부여국립호국원 건립사업 탄력

‘호국영령, 충남 품으로’… 부여국립호국원 건립사업 탄력

조국을 위해 헌신한 호국영령을 기리고 모시는 ‘부여국립호국원’ 조성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전국 광역도 중 유일하게 국립호국원이 없었던 설움을 씻어내고 충남에서도 호국영령을 제대로 예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9일 총사업비 495억원 규모의 부여국립호국원 조성사업을 위한 2026년 타당성 연구용역비 2억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말 기준 충남 보훈대상자는 3만3479명으로, 참전유공자·제대군인 등을 포함한 향후 국립묘지 안장 수요는 1만8745명으로..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도…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9조 원 돌파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도…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9조 원 돌파

인공지능(AI) 버블 우려와 미국 12월 금리 변동 불확실성으로 국내 증시가 흔들리고 있지만, 충청권 상장사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일반서비스와 제약 업종의 활약이 돋보이면서 한 달 새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전월 대비 4조 5333억 원 증가했다. 한국거래소 대전혁신성장센터가 9일 발표한 '대전·충청지역 상장사 증시 동향'에 따르면 11월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179조 446억 원으로 전월(174조 5113억 원) 보다 2.6% 늘었다. 같은 기간 충북 지역의 시총은 2.4%의 하락률을 보였다. 대전..

태안화력발전소 폭발 사고 발생… 2명 중상입고 병원 이송
태안화력발전소 폭발 사고 발생… 2명 중상입고 병원 이송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9일 오후 2시 43분께 "태안화력발전소 후문에서 가스폭발로 연기가 많이 나고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인력 78명과 소방차 등 장비 30대가 현장으로 출동했다. 해당 폭발로 인해 중상을 입은 2명은 병원으로 이송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도착한 지 1시간여 만인 오후 3시 49분께 초진을 완료했고 현재 자세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내포=오현민 기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