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여자]산에 언덕에- 신동엽

  • 전국

[시 읽는 여자]산에 언덕에- 신동엽

  • 승인 2018-04-27 00:00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946823832
게티이미지
그리운 그의 얼굴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에 숲 속에 살아갈지어이.



쓸쓸한 마음으로 들길 더듬는 행인아.



눈길 비었거든 바람 담을지네.

바람 비었거든 인정 담을지네.



그리운 그의 모습 다시 찾을 수 없어도

울고 간 그의 영혼

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대학 시절, 대전 대흥동 큰 길가의 커피숍은 친구와 나의 아지트였다. '산에 언덕에'였다. 2층에 있었는데 우리는 창가에 나란히 앉아 밖의 풍경을 보며 재잘거렸다. 손님이 거의 없어 우리들의 다락방 같은 곳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오르다 보면 벽에 시 '산에 언덕에'를 적은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다소 촌스런 그림에 검은 색 물감으로 시를 적어 놓았다. 커피숍 이름을 '산에 언덕에'로 한 것으로 보아 주인이 신동엽의 시를 꽤 좋아한 모양이다. 닳고 닳아서 모서리가 뭉툭한 짙은 갈색의 나무 탁자는 옛날 우리 집 마루 같아서 정감이 갔다.

친구와 나는 턱을 괴고 파르페를 먹으며 웃기도 하고 눈물 짓기도 하며 청춘의 몸살을 견뎌냈다.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현실이 진절머리 나는데도 파르페 위에 뿌려진 초콜릿은 왜 이리 달콤할까. 매캐한 취루탄 냄새와 독재자의 탐욕은 끝이 없고 청춘의 피는 들끓었다. 취루탄 파편을 맞고 축 늘어진 이한열의 머리칼이 6월의 햇살에 빛났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돌고 돈다. 권력자들의 아귀다툼은 여전하고 민초는 강인하다. 4.19 혁명도 그러했다. 이 땅의 신동엽들은 결기를 다졌다. 무능한 독재자를 내쳤다.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리고 들어선 장면 정권도 도긴개긴이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민초들의 염원은 무참히 깨졌다. 그리운 그의 얼굴의 무덤에 핀 꽃이 산에, 언덕에, 들에 피어나건만 쓸쓸한 바람만이 스친다. '그리운 그의 모습 다시 찾을 순 없어도 울고 간 그의 영혼 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우난순 기자 rain418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시, 광덕면 물놀이 관리지역 현장 안전점검 실시
  2. 천안시, 여름 휴가철 하천·계곡 불법행위 특별단속
  3. ‘안전모를 착용합시다’
  4. 대전교육청 교육국장에 명달호… 9월 1일자 181명 인사
  5. [현장에서 만난 사람]세계 최대 반도체 공정 장비 제조 기업 ASML 한종호 매니저
  1. '위안부' 기림절, 세종서 만난다… 역사의 아픔 치유, '평화의 장'
  2. 천안시, 고액·상습 체납자 가택수색…승용차 압류·공매 착수
  3. 천안시, 2026 을지연습 전시종합상황실 근무자 사전교육
  4. 천안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스마트폰 가족치유캠프' 운영
  5. 대전농협-기성농헙-고향주부모임대전시지회, 이심점심 중식지원 봉사활동

헤드라인 뉴스


홈플러스 충청권 5곳 영업 재개…상품 채우기 ‘속도전’

홈플러스 충청권 5곳 영업 재개…상품 채우기 ‘속도전’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가 긴급운영자금 2000억 원을 확보하면서 충청권에서도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장기간 문을 닫았던 점포가 재개장하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상품 입고가 충분하지 않은 곳도 있어 매장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7일부터 영업을 중단했던 전국 67개 점포를 대상으로 가오픈을 진행하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대전 유성점과 가오점, 세종점, 충남 논산점과 보령점 등 5개 점포가 영업 재개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영업 재개는 지난달 13일 임시 휴..

빚투에 청년·고령층 대출 연체 늪... 시중은행 마통·신용대출 연체율 급증
빚투에 청년·고령층 대출 연체 늪... 시중은행 마통·신용대출 연체율 급증

올해 들어 주요 시중은행의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대출 연체율이 급증하며 20대 이하와 60대 이상 차주들의 부실 징후가 두드러지고 있다. 빚 내 주식 투자에 뛰어든 청년층과 고령층이 대출 연체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6월 말 기준 개인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연체율은 0.22%로 집계됐다. 2025년 말(0.18%)보다 0.04%포인트 상승했다.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20..

폭염 피해 숲과 계곡으로…음성군 여름 힐링 명소 3선 `눈길`
폭염 피해 숲과 계곡으로…음성군 여름 힐링 명소 3선 '눈길'

연일 30도를 웃도는 가마솥더위 속에서 음성군이 맑은 계곡과 지방정원, 울창한 숲을 품은 봉학골·백야자연휴양림·수레의산 자연휴양림을 여름철 대표 힐링 여행지로 제안했다. 7일 군에 따르면 가섭산 자락에 자리한 봉학골은 '산의 길', '물의 길', '꽃의 길' 등 세 가지 테마로 조성된 삼색길을 따라 각기 다른 자연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음성의 대표 휴양지다. '산의 길'은 충북자연환경 100선에 선정된 봉학골산림욕장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약 20만㎡ 규모의 산림욕장에는 조각공원과 자연학습장, 맨발 숲길이 마련돼 있으며, 새로 조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안전모를 착용합시다’ ‘안전모를 착용합시다’

  •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 ‘폭염으로 단축 영업합니다’ ‘폭염으로 단축 영업합니다’

  •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