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방송학자들, 학회장의 공직 취임을 제한하다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방송학자들, 학회장의 공직 취임을 제한하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 승인 2018-05-01 13:34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이승선교수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4년 전 이맘 때 방송학자들이 성명서를 냈다. '공영방송의 총체적 위기 상황에 대한 방송학자들의 의견'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방송학자들은 성명서에 방송학자로서 '국민 앞에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마음을 담았다. 성명서는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는 공영방송의 행태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공영방송이 총체적 위기 국면에 처했다고 보았다. KBS와 MBC 두 공영방송사의 경영 간부진이 사회적 비극에 최소한의 공감조차 보이지 못했다고 분노했다. 저널리즘의 위기, 신뢰의 위기, 공영방송의 존립에 대한 회의가 치솟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성명서에서 방송학자들은 보도의 공정성과 불편부당성을 지키려는 상식적인 구성원들이 중용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리사욕을 우선하고 정치권에다가 줄을 대려는 구성원들이 경원당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자고 호소했다. 더불어 두 공영방송 이사들에게도 여권 야권 이사로 편을 갈라 정치권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행태를 금해달라고 요청했다. 공영방송사의 이사라면 마땅히 명망가로서 전문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며칠 전 서울에서 한국방송학회 학술대회가 열렸다. 공개적인 정책설명회 또는 시민자문단 면접 방식을 거쳐 사장에 임명된 두 공영방송사의 대표가 특별 토론회에 참석했다. KBS와 MBC 사장은 방송종사자들의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고 외부로부터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내부 갈등을 해소할 방책과 혁신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지역방송사의 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방송학자들은 두 대표가 부디 초심을 잃지 않기를 응원하며 박수를 보냈다.

곧이어 열린 총회에서 방송학자들은 여러 해 동안 논의해 온 쟁점을 학회 정관에 도입했다. 그동안 방송과 언론 분야의 학자들은 학회장을 지낸 분들이 임기를 마치자마자 공영방송 이사나 방송관련 공직에 취임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다. 학회의 회장을 맡는 일은 누구나 함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희생하려는 의지와 헌신하는 실천적 행동이 요구된다. 학술적 성과와 원만한 인품도 회장으로 선출되는 데 주목받는 자질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력과 역량을 가진 학회장들이 방송 분야의 공직에 진출해서 '명망가로서 전문성'을 발휘하는 것은 그 자체로 흠잡을 일이 아니라고 본다. 어쩌면 독려 받을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문제는 학회장을 끝내자마자 공영방송의 이사나 관련 기구의 공직에 진출하는 것, 그마져 추천권자의 입맛에 맞게 여권 이사(위원) 또는 야권 이사(위원)로 편을 나눠 돌격전, 육탄전의 전사로 나서는 볼썽사나운 행태다. 4년 전 성명서에서 방송학자들은 공영방송사 경영진을 '부적절하고 몰지각한 언행'으로 시민들의 '분노와 조롱'을 샀다고 비판했다. 그 비판이 학회장 출신의 이른바 '전사'들에게 투사되었다. 이에 방송학회 총회에서 학자들은 '회장과 차기회장 당선자는 정해진 임기를 마친 후 1년이 경과'하지 않으면 방송관련 정부기구와 공영방송 이사직 등에 취임하지 못한다는 새 정관 규정을 승인했다. 짧게는 4년 넓혀보면 10여년 고민해 온 쟁점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KBS와 MBC 이사, 종편과 보도전문 채널의 이사 등이 취임을 제한받는 직위에 속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총회 의결절차 없이 자동적으로 학회 회원 자격을 상실한다는 정관 규정도 신설했다. '어마무시'한 규정이라고 힐난할 수도 있고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다짐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작은 벽돌 하나를 정성들여 다듬지 않는다면 큰 성을 축조하기 어렵다. 언론정책을 결정하는 정부기구와 공영방송사 이사회에 참여하는 학자들이 '돌격대 전사'가 아닌 '명망 있는 전문가'로 활약하기를 기대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베일 벗은 대전역세권 개발계획…내년 2월 첫삽 확정
  2. 대학 경쟁시킨 뒤 차등 지원?…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 놓고 '설왕설래'
  3. 전국 학교 릴레이 파업… 20일 세종·충북, 12월 4일 대전·충남
  4. [기고] 디지털포용법과 사회통합
  5. 어기구 의원, ‘K-스틸법’ 후속 국가재정법 개정안 대표 발의
  1. 양상추 가격 급등 현상에 대전 소상공인도 직격탄... 높아진 가격에 한숨만
  2. '사건 25%↑' 대전경찰, 우수부서 찾아 시상…서부署·중부署 등
  3.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4. 대전상의-국정원 '기업 기술유출 예방 설명회' 개최
  5. 설동호 교육감 시정연설 "모두 균등한 기회 누리는 든든한 대전교육 만들 것"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집값 `온도차`… 대전·충남은 감소, 세종·충북은 상승

충청권 집값 '온도차'… 대전·충남은 감소, 세종·충북은 상승

충청권 부동산 가격이 지역별로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대전과 충남 집값은 여전히 하락세를 이어간 반면, 세종은 오름폭을 키우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충북은 보합에서 상승으로 전환했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셋째 주(17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매매가격은 0.07% 올랐다. 전주(0.06%)보다 0.01%포인트 오른 수치인데, 서울과 수도권, 지방 모두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충청권에선 대전의 집값은 0.02% 내렸다. 올해 들어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며 누적 하락률이 2.11%를 기록했..

특수공집방·국회법 위반 이장우 대전시장·김태흠 충남지사 유죄
특수공집방·국회법 위반 이장우 대전시장·김태흠 충남지사 유죄

국회 패스트트랙(Fast Track: 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당시 대표였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1부(장찬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2시 특수공무집행방해와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황교안 전 총리와 나경원 의원, 이장우 시장과 김태흠 지사 등 26명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나 의원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벌금 2000만원,..

[단독] 대전 법동 으뜸새마을금고, 불법 선거 논란
[단독] 대전 법동 으뜸새마을금고, 불법 선거 논란

사상 첫 직선제로 이사장을 선출한 대전 대덕구 법동 으뜸새마을금고가 불법 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수사를 벌인 경찰은 최근 사전 선거 운동 혐의 등으로 올해 7월 당선된 이사장 A씨를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법동 으뜸새마을금고 이사장에 선출된 A씨는 공식 선거 운동 예정일 전부터 실질적인 선거유세를 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는 2021년 제6대 선거까지 간선제로 진행됐지만, 올해 치러진 제7대 선거는 금고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전체 회원이 투표에 참여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