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세종 러시’ 그 후, 지금 필요한 건 이주민 ‘니즈’에 대한 정확한 분석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세종 러시’ 그 후, 지금 필요한 건 이주민 ‘니즈’에 대한 정확한 분석

주혜진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승인 2019-02-06 10:41
  • 신문게재 2019-02-07 22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주혜진_증명사진
주혜진 책임연구위원
견고하게 돌로 쌓아 올린 성곽을 겨울에 바라보면, 그 어떤 바람에도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아, 성안의 사람들은 무척 따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방문한 수원화성이 그랬다. 정조가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묘를 양주에서 수원으로 옮기면서 축성된 수원화성은 그의 정치적 포부와 전략이 담긴 정치적 '신도시'였지만, 문화해설사는 수원화성이 한 왕의 '애민정신'이 담긴 결과물이라는 무척이나 따뜻한 해석을 내놨다.

처음 이 새로운 도시를 계획할 당시에는 성의 축조가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란다. 그러다가 수원이 화성유수부로 승격되고 성을 쌓으려고 보니, 많은 민가가 성 밖으로 밀려나게 되었고, 축성 책임자는 백성들을 내쫓을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때 정조는 성을 "세 번 구부렸다 폈다"해서라도 민가를 모두 수용하라는, 즉 설계를 변경해서라도 백성을 모두 품으라는 명을 내렸다며 문화해설사는 찬바람과 감동이 뒤섞인 콧물을 훌쩍였다.

설계 변경은 국고의 손실을 의미했지만, 정조는 그 무엇보다 백성이 원하는 바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고, 공역자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했으며, 그들의 노고를 생각해 한약을 지어 주는 등 건설단계부터 '백성을 위한 수원화성'이 되도록 최선을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선 문화해설사뿐 아니라 모든 관광객이 찬바람과 감동에 눈이 시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가을 대전세종연구원은 세종시로 이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세종에서의 삶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평균 거주 기간 2.49년에 불과한, 2015년에서 작년까지 일명 '세종 러시'기간에 이주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새 주택을 매입했거나, 직장 이동 때문에 이주해야 했던 사람들이 응답자의 절반이었다. 물가부터 범죄까지 21개 항목에 대해서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또 얼마나 만족하는지 묻고 교차 분석한 결과, 모든 항목에서 중요도보다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이는 여러 정주 여건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만큼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의미다.

주차 편리성, 대중교통 이용이 주민에겐 너무나 중요한 정주 여건인데, 실제 만족도는 낮아서 중요도와 만족도 간 격차가 컸다. 생활물가와 전·월세가도 마찬가지였다. 쾌적한 환경과 안전한 주거환경, 그리고 지역 발전 가능성과 경제적 투자 가치도 커서 신도시다운 매력과 기대감이 큰 것은 사실이었지만, 현재 체감하는 생활여건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들이 많았다.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할 부분은 정주 여건에 대한 성, 세대와 계층에 따른 견해차다. 여성은 생활물가를 남성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고, 대중교통 이용 편리성과 돌봄시설에 대한 중요도와 만족도 간 차이도 남성보다 컸다.

세종은 젊은 도시이지만, 20대는 생활물가와 전·월세 가격이 부담스러운 도시라고 응답했다.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20~30대의 특성상 대중교통 이용 편리성은 다른 세대보다 중요도와 만족도 간 큰 격차를 보였다.

50대 이상은 여가와 문화시설에 대한 높은 수요를 드러냈고, 소비생활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50대 이상 장년층은 의료서비스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이는 원하는 만큼 만족스럽지 않았다.

월평균 가구소득을 기준으로 정주여건에 대한 만족도와 중요도 간 격차를 분석해 본 결과도 세대별 분석 결과와 유사했다. 하지만 생활물가와 전·월세가격 등 경제적 측면에서의 정주 여건들에 대한 평가는 세대별 의견이 달랐다.

이주민 특성에 따른 이와 같은 정주환경에 대한 견해 차이는 새로운 도시 이주민들의 정주 지속을 염려하는 정책기획자들이 성과 세대 그리고 계층에 따른 정확한 '니즈'를 고민해 봐야 할 이유다. 도시를 "세 번 구부렸다 펴는"수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새로운 도시에 사는 세종시민들은 원하는 바를 도시정책에 반영할 권리가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봉명동 시대 가고 '옥산 시대' 온다… 청주 농수산물 시장의 화려한 변신
  2. 전광석화처럼 뚫린 대전 숙원사업… 멈춘 현안들 속도전
  3. 내일부터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첫 주는 출생년도 끝자리 요일제 적용
  4. 세종교육감 2차례 여론조사… 단일화 효과 반영되나
  5. 한밭대 우주국방첨단융합학과, 미래 안보·우주 인재 양성
  1. 출연연 공통행정 반대 목소리 잇달아 "중앙집중 통제 수단 변질"
  2.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
  3. "부동층 잡아라" 대전교육감 예비후보 세 결집 표심 쟁탈전
  4. [주말 사건사고] 4월 마지막 주말, 화재로 인명·재산피해 잇따라
  5. 지난해 둔산·탄방 엘리베이터 나흘에 한번씩 멈췄다

헤드라인 뉴스


[기획] 선거때마다 장밋빛 청사진…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 ‘찬밥’

[기획] 선거때마다 장밋빛 청사진…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 ‘찬밥’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최대격전지이자 민심 바로미터인 충청 민심 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정치권은 선거철마다 지역 현안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충청의 표를 애걸한다. 광역교통망 구축과 국가사업 유치, 대전교도소 이전, 원도심 활성화, 청년 유출 대응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여러 국정 현안에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흐지부지 되기 일쑤다. 지역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주요 현안 상당수가 이처럼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중도일보는 충청의 명운이 달린 6·3 지방선거를 30여 일 앞두..

"맛있는거 사먹을거에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시작… 취약계층 발길
"맛있는거 사먹을거에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시작… 취약계층 발길

27일 점심시간을 앞두고 찾은 대전 중구 오류동 행정복지센터. 민원실은 각종 서류를 발급받으려는 시민들로 붐볐지만, 한쪽에 마련된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창구는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때와 달리 비교적 한산했다. 긴 대기줄과 혼잡은 보이지 않았고, 조용히 신청을 마치고 돌아가는 시민들만 오갔다. 이날 창구에서 신청을 마친 차상위계층 오 모(70) 씨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오 씨는 지원금으로 무엇을 할 생각이냐는 물음에 "우리 같은 영세한 사람들은 이럴 때 한번 기분 내는 거지"라면서 "지인들과 맛있는 걸 사 먹을 계..

"파티원 구합니다"… 고물가 장기화에 대형마트·배달음식 소분
"파티원 구합니다"… 고물가 장기화에 대형마트·배달음식 소분

고물가 시대, 대형마트에서 상품을 나누거나 배달음식을 여러 사람이 소분하는 음식 나눔 모임이 생겨나고 있다. 그동안 창고형 대형마트 등에서 구매한 물품을 서로 나누는 형식은 자주 목격됐으나, 고물가 장기화에 일반 대형마트와 배달음식을 나누는 새로운 형식의 모임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27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과 SNS 등에는 대형마트부터 배달음식까지 다양한 분야의 소분 모임이 형성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에서 구매한 상품을 N분의 1하는 형식의 소분 모임이 중심이다. 설명 글에는 "각종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고유가 피해지원금 취약계층부터 지급 시작 고유가 피해지원금 취약계층부터 지급 시작

  • ‘3칸 굴절차량’ 실제 도로주행도 무난히 통과 ‘3칸 굴절차량’ 실제 도로주행도 무난히 통과

  • ‘초단기 계약, 임금 꼼수’…아파트경비원 처우 개선 촉구 ‘초단기 계약, 임금 꼼수’…아파트경비원 처우 개선 촉구

  •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