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 문화
  • 문화/출판

[나의 노래]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 승인 2019-04-15 11:25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바닷ㄱ
게티이미지 제공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는 영화 '죽어도 좋아(원제 페드라)' 라스트 신에 나온다. '죽어도 좋아'는 그리스 신화를 차용했다. 크레타 섬 페드라는 아테네의 테세우스와 정략결혼을 한다. 페드라는 테세우스의 전처 아들 히폴리투스를 보고 반해 구애하지만 냉정하게 거절당한다. 자존심이 짓밟힌 페드라는 음모를 꾸며 테세우스에게 거짓 편지를 보내 히폴리투스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자신도 자살한다.

영화는 페드라, 알렉시스(아들), 타노스(아버지)로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와도 흡사하다. 페드라로 나오는 그리스 배우 멜리나 메르쿠리는 이 역할에 아주 잘 어울린다. 허스키하고 가르릉거리는 목소리와 외모가 잘 어울린다. 알렉시스는 저 유명한 안소니 퍼킨스. 히치콕의 '사이코' 주인공이다. 영화에서 페드라와 전처 아들 알렉시스는 첫눈에 반해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어선다. 그리고 괴로워하는 두 사람. 아무것도 모르는 아버지는 아들을 약혼자를 데려온다. 질투심에 불탄 페드라는 남편에게 자신들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결국 알렉시스는 죽기로 결심하고 스포츠가를 몰고 바닷가 절벽위의 도로를 질주한다. 그리고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튼다. 절규하는 알렉시스. "음악을 듣고 싶어? 듣고 싶겠지. 추방당한 이의 음악을 들려 주지. 나의 애마. 우리는 바흐의 음악을 들으며 호송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지. 잘 있거라 등대여. 라라라라라라~. 사람들 말이 맞았어. 넌 알다가도 모를 존재야. 잘있어 바다여. 그녀는 나를 사랑했어. 바로크 시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라라라라라~. 모두 당신의 음악에 미쳐 있어요. 나는 아버지를 죽이려 했어요. 페드라~ 페드라~."

격정적인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가 오르간 연주에 웅장하게 영화 화면에 흐르고 알렉시스는 거칠게 자동차를 몰며 절규한다. 광분에 차서 토해내는 그의 말, 말, 말. 마지막으로 페드라를 고통스럽게 외치며 자동차는 절벽 아래로 구른다. 마치 바흐 음악이 알렉시의 죽음을 찬미하 듯. '토카타와 푸가'.
우난순 기자 rain418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세계백화점 앞 6중 추돌사고…1명 숨지고 2명 중상 등
  2. 천안시, 11월 '단풍' 주제로 모바일 스탬프투어 운영
  3. 남서울대, '제5회 국제 한국어 말하기 대회' 개최
  4. 천안법원, 교통사고 후 허위 진술로 범인도피 도모한 연인에게 '철퇴'
  5. 김진명 작가 '세종의 나라'에 시민 목소리 담는다
  1. 대전문화방송과 한화그룹 한빛대상 시상식
  2. 천안법원, 투자자 기망한 60대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자 '징역 2년 8월'
  3. 전교생 6명인 기성초등학교 길헌분교 초대의 날 행사
  4. 한기대 '신기술.첨단산업분야 인재양성 콘퍼런스' 개최
  5. 천안시, 지역사회치매협의체 회의 개최

헤드라인 뉴스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겪은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80년이 지났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전쟁유적뿐이죠. 그래서 보문산 지하호가 일본군 총사령부의 것이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후쿠오카 시즈야(48) 서울지국장은 5일 대전 중구 보문산에 있는 동굴형 수족관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왔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앞두고 용산에 있던 일본군 총사령부를 대전에 있는 공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하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첫 학기를 경험한 응답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학생들은 진로 탐색보다 대학입시 유불리를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4.3%, '매우 만족한다'는..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 수능 앞 간절한 기도 수능 앞 간절한 기도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