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필톡] 마약 없는 세상?

  • 오피니언
  • 우난순의 필톡

[우난순의 필톡] 마약 없는 세상?

  • 승인 2019-04-17 11:19
  • 수정 2021-08-09 10:20
  • 신문게재 2019-04-18 22면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마약 사용을 권장했다. 마약이 주는 느긋함이 건강하고 자기 치유의 기능이 있기 때문에 한두 번 '소박한 도취'에 빠질 것을 권했다. 히브리 성경의 예언자 아모스와 그의 아들 이사야는 종종 아편을 포도주에 섞어 마시면서 도취감을 느끼는 것에 대해 언급했다. 고대 이집트도 마약과 시끄러운 음악이 곁들여진 요란한 파티가 있었다고 한다. 환각상태가 될 정도로 마셨는데 파티의 명분은 '인류의 구원'이었다. 마약은 인류의 진화와 함께 한다. 원시시대 마약은 주로 종교적 의식과 치료용으로 이용되는 초자연적 객체였다. 문명의 발달 과정에서 마약은 '신의 선물'과 '악마의 선물'이라는 두 가지 닉네임으로 불리며 인류의 정신세계를 지배했다.

근대 이래 최초의 불평등조약으로 불리는 '난징조약'은 아편전쟁의 결과물이었다. 일명 '더러운 전쟁'으로 불리는 아편전쟁은 영국 제국주의의 중국 침략의 발판이 됐다. 영국은 인도에서 헐값에 사들인 아편을 중국산 차와 은을 사는 대금으로 치렀다. 자유무역이라는 허울좋은 명분으로 영국은 중국을 아편중독자의 소굴로 만든 것이다. 뇌물을 받아먹고 아편 밀반입을 눈감아 준 중국 세관 관리들과 중국 아편유통업자도 한몫 했다. 급기야 중국은 아편을 불사르고 영국에 대해 무역제재를 강화했다. 이름하여 '아편전쟁'의 발발이다. 전쟁의 패배로 중국은 아편 흡연으로 서서히 병들어갔다. 가족이 붕괴되고 청 왕조도 붕괴되어 갔다. 펄벅의 『대지』와 영화 '연인'에서도 아편 중독으로 몰락하는 중국의 대지주가 등장한다. 천하를 통일했던 중국을 속수무책으로 무너뜨린 게 바로 아편이라는 마약이다.



부의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21세기에 마약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골칫거리다. 특히, 아메리카 대륙은 가히 '마약과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할리우드는 이 마약을 영화의 좋은 소재거리로 삼는다. 몇 년 전에 상영한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관한 얘기다. 드니 뵐니브 감독은 "세상은 흑백이 아니라 회색이라고 생각한다. 선과 악의 개념도 개인의 문화와 지정학적 배경에서 유래된다"고 말했다. '시카리오'는 멕시코에서 암살자를 뜻한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멕시코 후아레즈에 모인 FBI 요원과 CIA 요원 그리고 콜롬비아 출신의 의문의 사내.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가.

한국도 '마약 청정국'이라는 별칭이 무색할 지경이다. 재벌가부터 일반인들까지 은밀하게 '약'을 한다. 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도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고보면 마약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위·대장 내시경 할 때도 이 프로포폴이 쓰인다. 수면내시경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푹 자고 일어났을 때의 개운함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성능이 강력한 마약은 어느 정도일까.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해주고 천국의 황홀경을 맛보게 한다는 이 문제의 마약은 예술가들도 창조의 수단으로 삼았다. 요즘은 젊은이들의 유흥장소인 클럽이 마약 천국이라고 한다. 이른바 '승리 게이트'로 촉발된 연예인들의 불미스런 사건이 마약으로 불거지는 형국이다.



돈이 있는 곳에는 마약이 있다. 재벌 2·3세들과 고위층 자녀, 연예인의 마약 흡입은 이상할 게 없는 현실이다. 중남미 마약 카르텔의 '보이지 않는 손'은 미국이다. 마약밀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선포한 '마약과의 전쟁'은 한마디로 희극이다. 학자들은 중독 경험에 대한 열망은 본능적 욕구라고 했다. 한 사람을, 한 국가를 망가뜨리는 손쉬운 방법으로 마약만큼 확실한 건 없다. 청나라가 그랬고 중남미도 그 전철을 밟고 있다. 도대체 마약이 뭐길래, 얼마나 짜릿하길래. 한국에는 국가가 공식 허용한 마약이 있다. '마리한화'. <미디어부 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해시, '김해맛집' 82곳 지정 확대...지역 외식산업 경쟁력 강화
  2. 인천 남동구 장승백이 전통시장 새단장 본격화
  3. 고양시, 2026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참여자 모집
  4. 파주시, 운정신도시 교통혼잡 교차로 신호체계 개선
  5. 베일 벗은 대전역세권 개발계획…내년 2월 첫삽 확정
  1. 대전 횡단보도 건너던 50대 승합차 치여 숨져
  2. 고등학생 70% "고교학점제 선택에 학원·컨설팅 필요"… 미이수학생 낙인 인식도
  3. 대전·충남 우수 법관 13명 공통점은? '경청·존중·공정' 키워드 3개
  4. [홍석환의 3분 경영] 가을 비
  5. 충남도의회, 인재개발원·충남도립대 행정사무감사 "시대 변화 따른 공무원 교육·대학 운영 정상화" 촉구

헤드라인 뉴스


1천만원 이상 고액‧상습체납 대전 247명, 94.6억원 달해

1천만원 이상 고액‧상습체납 대전 247명, 94.6억원 달해

대전지역에 1000만원 이상 고액·상습 체납자 247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대전시는 19일 지방세 및 지방행정제제·부과금 체납액이 각 1000만 원 이상인 고액·상습체납자의 명단을 시 누리집 및 위택스를 통해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고액·상습체납자는 올해 1월 1일 기준 체납 발생일부터 1년이 지난 1000만 원 이상 체납자이며 지난 10월까지 자진 납부 및 소명 기회를 부여한 후 지방세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공개된 정보는 체납자의 성명·상호(법인명), 나이, 직업, 주소, 체납세목, 납부기한 및 체납요지 등이며..

섬비엔날레 조직위, 기본계획 마련… 성공 개최 시동
섬비엔날레 조직위, 기본계획 마련… 성공 개최 시동

'섬비엔날레' 개막이 5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섬비엔날레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예술감독과 사무총장, 민간조직위원장 등을 잇따라 선임하며 추진 체계를 재정비하고, 전시 기본계획을 마련하며 성공 개최를 위한 시동을 켰다. 19일 조직위에 따르면, 도와 보령시가 주최하는 제1회 섬비엔날레가 2027년 4월 3일부터 5월 30일까지 2개월 간 열린다. '움직이는 섬 : 사건의 수평선을 넘어'를 주제로 한 이번 비엔날레는 원산도와 고대도 일원에서 펼쳐진다. 2027년 두 개 섬에서의 행사 이후에는 2029년 3개 섬에서, 2031년에..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발주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 확대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발주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 확대

정부가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발주하는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을 확대하는 등 지역 건설업체 살리기에 나선다. 정부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지방공사 지역 업체 참여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지역 건설사의 경영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지방공사는 지역 업체가 최대한 수주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우선 정부는 공공기관(88억 원 미만)과 지자체(100억 원 미만)의 지역제한경쟁입찰 기준을 150억 원 미만까지 확..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