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인 생가 앞 돌다리가 된 황국신민서사비… 역사 되새길 활용법은

  • 문화
  • 문화 일반

정지용 시인 생가 앞 돌다리가 된 황국신민서사비… 역사 되새길 활용법은

산내초서 발견된 서사비는 한밭교육박물관서 홀대 전시
친일잔재 교육적 가치 있으나, 교육적 활용법 고민 필요

  • 승인 2019-09-20 08:34
  • 신문게재 2019-09-20 6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KakaoTalk_20190919_111912073
산내초등학교에서 발견된 황국신민서사지주는 한밭교육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다만, 지주석을 바르게 세우지 않고 던져 놓은 듯 '홀대 전시'가 되어 있다.
<속보>=한밭교육박물관 전시물 가운데 누워있는 비석 하나가 있다. 누군가 툭 던져 놓고 간 듯 혹은 버려진 듯 비스듬하게 누워 있다. 이 비석은 천황에 충성 맹세를 강요했던 비문이 새겨진 황국신민서사지주다. 내선일체와 황국신민화를 강요했던 일제 만행의 상징을 바로 세우지 않음으로 인해 역사적 비극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한 이른바 '홀대 전시'다.

지난 5월 대전여고에서 황국신민서사비가 공사터에서 발견되면서 친일 잔재 유물을 어떤 방법으로 전시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본보 18일자 5면 보도>



친일 잔재는 역사적·교육적 가치는 있으나 사실상 보존이나 실내 전시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조선의 얼과 민족정신을 말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진 황국신민서사비는 더욱 그렇다.

1995년 산내초 교정에서 발견된 서사비에는 수십 개의 총탄 자국이 있다. 또 황국신민서사지주라는 글자 위에는 시멘트를 발랐던 흔적도 있다. 이는 잔악했던 일본의 정책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분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바로 서 있지 않은 홀대 전시와도 일맥상통한다.



문화계 관계자는 "국가적 아픔과 한이 담긴 황국신민서사비를 기단을 만들고 바르게 세워놨다면 아마도 대부분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버려진 듯 던져진 형태와 총탄과 시멘트 자국까지 있는 이 비석을 통해 일제 강점기의 아픔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옥천 옛 창명보통학교에서 발견된 서사비는 1994년부터 정지용 생가 앞 돌다리로 사용 중이다. 정지용 생가 앞으로 흐르는 개울을 건너 생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다리가 필요한데, 서사비는 수십 명이 밟고 건널 수 있게 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홍성 결성읍에 세워졌던 서사비는 광복 후 주민들이 비문을 쪼아 땅에 버렸다는 기록도 있다. 그 후 교육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독립기념관에 기증됐다.

전문가들은 일제 강점기 일본의 만행을 기억하고 되새길 수 있는 서사비 활용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이경용 한남대 사학과 교수는 "황국신민화 교육의 증거를 우리 지역의 학생들이 인지하고 올바르게 통찰할 수 있도록 교육적인 활용을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사비가 발견된 대전여고와 대전교육청은 소유권 지정과 향후 활용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광안리 드론쇼, 우천으로 21일 변경… 불꽃드론 예고
  2. 천안시, 맞춤형 벼 품종 개발 위한 식미평가회 추진
  3. 천안시 동남구, 빅데이터 기반 야생동물 로드킬 관리체계 구축
  4. 천안도시공사, 개인정보보호 실천 캠페인 추진
  5. 천안의료원, 공공보건의료 성과보고회서'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1. 천안법원, 지인에 땅 판 뒤 근저당권 설정한 50대 남성 '징역 1년'
  2. 충청권 부동산 시장 온도차 '뚜렷'
  3. 천안시, 자립준비청년의 새로운 시작 응원
  4. 백석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협력…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 기대
  5. 단국대병원 이미정 교수, 아동학대 예방 공로 충남도지사 표창 수상

헤드라인 뉴스


[지방자치 30년, 다음을 묻다] 대전·충남 통합 `벼랑끝 지방` 구원투수 될까

[지방자치 30년, 다음을 묻다] 대전·충남 통합 '벼랑끝 지방' 구원투수 될까

지방자치 30년은 성과와 한계가 동시에 드러난 시간이다. 주민과 가까운 행정은 자리 잡았지만, 지역이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구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제도는 커졌지만 지방의 선택지는 오히려 좁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구 감소와 재정 압박, 수도권 일극 구조가 겹치며 지방자치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지금의 자치 체계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아니면 구조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인지에 대한 질문이 커지고 있다. 2026년은 지방자치 30년을 지나 민선 9기를 앞둔 해다. 이제는 제도의 확대가..

대전 충남 통합 내년 지방선거 뇌관되나
대전 충남 통합 내년 지방선거 뇌관되나

대전 충남 통합이 지역 의제로선 매우 이례적으로 정국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내년 지방선거 뇌관으로 까지 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부 여당이 강력 드라이브를 걸면서 보수 야당은 여당 발(發) 이슈에 함몰되지 않기 위한 원심력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6월 통합 단체장 선출이 유력한데 기존 대전시장과 충남지사를 준비하던 여야 정치인들의 교통 정리 때 진통이 불가피한 것도 부담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들과 오찬에서 행정통합에 대해 지원사격을 하면서 정치권이 긴박하게 움직이..

정부, 카페 일회용 컵 따로 계산제 추진에 대전 자영업자 우려 목소리
정부, 카페 일회용 컵 따로 계산제 추진에 대전 자영업자 우려 목소리

정부가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값을 따로 받는 '컵 따로 계산제' 방안을 추진하자 카페 자영업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장 내에서 사용하는 다회용 머그잔과 테이크아웃 일회용 컵 가격을 각각 분리한다는 게 핵심인데, 제도 시행 시 소비자들은 일회용 컵 선택 시 일정 부분 돈을 내야 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2027년부터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 무상 제공을 금지할 계획이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컵 따로 계산제를 탈 플라스틱 종합 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