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여고에서 황국신민서사비 발견 "통한의 역사, 상기해야"

  • 문화
  • 문화 일반

대전여고에서 황국신민서사비 발견 "통한의 역사, 상기해야"

지난 5월 신축건물 공사터에서 발견, 산내초 이후 24년만
대전교육청 "대전여고 우선 협의 후, 박물관과도 논의 할 것"
전문가들 "발견보다, 황국신민화 교육 제대로 인식해야"

  • 승인 2019-09-19 08:19
  • 신문게재 2019-09-19 5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황국신민1 copy
대전여고 신축건물 공사터에서 발견된 황국신민서사비. 높이는 1m 정도다.
대전에서 24년 만에 '황국신민서사비'가 발견돼 향후 올바른 역사 교육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계획이 논의 될 전망이다.

지난 5월 대전여고 본관과 운동장 사이 신축건물 기초 공사터에서 높이 1m 남짓의 돌덩이 하나가 발견됐다. 이 돌은 일제 강점기 당시 조선의 민족정신을 말살하고 천황에 충성 맹세를 강요했던 이른바 '황국신민서사비'였다.

대전여고는 발견 즉시 문화재청으로 신고했고, 이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진위 파악을 위해 현장 예비조사를 실시했다. 현재 소유권자로 지정된 대전교육청으로 이관에 앞서 고고연구실에 임시 보관 중이다.

황국신민서사비는 일제강점기 당시 민족 말살 정책으로 사용된 것으로 아동용과 성인용으로 나뉜다. 아침마다 천황에 대한 충성 맹세를 강요하기 위해 일본은 1930~1940년 사이 조선에 세워진 모든 초·중·고교에 이 비석을 세웠다. 이후 1945년 광복이 되자 일본군은 서사비를 땅에 묻고 철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전여고(당시 대전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가 1937년 설립된 시점으로 봤을 때, 황국신민화 정책이 절정에 달했던 1940년 전후에 세워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발견된 비석 비문은 완벽하게 해석되지는 않았다. 다만 그동안 발견됐던 황국신민서사비의 "우리들은 대일본 제국의 신민입니다. 우리들은 마음을 합하여 천황 폐하에게 충의를 다합니다. 우리들은 인고단련하고 훌륭하고 강한 국민이 되겠습니다"의 내용(유아용)과 같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일제강점기 시대에 세워진 전국의 초중고에는 황국신민서사비가 대부분 세워졌었다. 아마 대전여고와 비슷한 시기에 세워진 다른 학교에도 비석이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대전교육청은 향후 황국신민서사비를 교육적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소유권자로 교육자료라는 측면에서 대전교육청을 지정했으나, 교육청은 최초로 발견된 대전여고의 의사를 적극 검토·반영 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만약 대전여고에서 관리와 보관이 어렵다고 할 경우, 한밭교육박물관이나 대전시립박물관과도 협의할 예정"이라며 "모든 시민이 열람할 수 있고, 전문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방향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지역 초중고에서 황국신민서사비가 발견된 것 이번이 공식적으로는 두 번째다. 1995년 산내초 교정에서 황국신민서사비가 발견됐고, 1997년 한밭교육물관으로 이전됐다.

전문가들은 비석 발견에 대한 이슈보다는 이 친일 유물을 통해 정확한 역사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동안 서사의 내용이 무엇인지 교육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한남대 사학과 이경용 교수는 "1930년대 일본이 한국을 장악한 다음 한국 역사를 말살하고 교육과정에서 천황의 신민이라는 것을 의무적으로 강요하기 위해 황국신민서사비를 세웠다. 이는 조선인의 얼과 역사를 잊게 하려던 황국신민화 교육의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발견으로 다시 한번 과거를 상기시켜야 한다. 통한의 역사를 학생들이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 활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덕공동관리아파트 이재명 정부에선 해결될까… 과기인 등 6800명 의지 모여
  2. '팔걷은 대전경찰' 초등 등하굣길 특별점검 가보니
  3. 충남대병원 등 48개 공공기관, 인적자원개발 우수기관 인증
  4. 대전대, 70대 구조 중 숨진 故 이재석 경사 추모 분향소 연다
  5. 대전 죽동2지구 조성사업 연내 지구계획 승인 받을까
  1. 대전교도소 금속보호대 남용·징벌적 사용 확인…인권위 제도개선 주문
  2.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3. 대전권 4년제 수시 경쟁률 상승… 한밭대·우송대 선전
  4. [2026 수시특집-대덕대] 교육수요자 중심의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는 직업교육 중심 대학
  5. 대전 대학생 학자금대출 ‘늘고’ 상환 ‘줄고’… 취업난에 연체 리스크 커졌다

헤드라인 뉴스


이 대통령 “행정수도 세종 완성은 균형발전의 주춧돌을 놓는 일”

이 대통령 “행정수도 세종 완성은 균형발전의 주춧돌을 놓는 일”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행정수도 세종의 완성은 균형발전의 주춧돌을 놓는 일”이라며 세종 집무실과 세종의사당 건립의 차질 없는 추진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세종시에서 주재한 제42회 국무회의에서 “세종 회의는 처음인데, 빨리 대통령 제2집무실을 지어서 세종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 세종시는 지역균형발전의 상징 같은 곳”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이곳에 와보니까 허허벌판이었던 세종을 키워낸 성과 그리고 이를 위해 애쓴 공직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며 “세종의 모습을 보니까..

대전 삼계탕 평균 1만 7000원 육박... 1만원으로 점심 해결도 어렵네
대전 삼계탕 평균 1만 7000원 육박... 1만원으로 점심 해결도 어렵네

대전 외식비 인상이 거듭되며 삼계탕 평균 가격이 1만 7000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역 외식비는 전국에서 순위권에 꼽히는 만큼 지역민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16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8월 대전 외식비 평균 인상액은 전년 대비 많게는 6%에서 적게는 1.8%까지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큰 상승폭을 보인 건 김치찌개 백반이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 가장 많이 찾는 대전 김치찌개 백반 가격은 8월 1만 200원으로, 1년 전(9500원)보다 7.3% 상승했다. 이어 삼계탕도 8월 평균 가격이..

규제도 피하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 급증
규제도 피하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 급증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건설 승인을 받지 않고 주택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가 전국적으로 8만7876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격한 주택법을 피하면서 주민 복리시설이나 소방시설 등 엄격한 규제조차 제대로 받지 않는 데다, 정부의 주택통계 작성과정에서도 빠져 부실한 관리를 초래해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이 국토교통부로 받은 ‘주택신축판매업을 영위하는 개인·법인 가동사업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적으로 모두 8만7876개의 주택신축판매업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 추석맞이 자동차 무상점검 추석맞이 자동차 무상점검

  •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3~4학년부 FS오산 우승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3~4학년부 FS오산 우승

  •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성부 예선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성부 예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