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기] 엄마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일까?

  • 오피니언
  • 문화칼럼

[책향기] 엄마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일까?

건강한 내가 먼저 돼야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

  • 승인 2019-11-07 17:15
  • 신문게재 2019-11-08 11면
  • 김유진 기자김유진 기자
엄마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일까
라우라 구트만 지음, 김유경 옮김, 르네상스, 2019.
처음 남산 타워에 올라 망원경에 오백 원을 넣고 경치를 볼 때, 제한된 시간 안에 다 볼 욕심으로 괜히 이리저리 방향을 돌려보다가 시간을 모두 써버리고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산을 내려오고 나서야, 오백 원을 더 넣을 수도 있었고, 그래봐야 서울 하늘이니 나중에 다시 봐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그 날의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이를 위해 뭔가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괜히 마음만 바쁘게 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하루해가 저물고 나서야, 아이에겐 내가 유일한 엄마이고, 우리에겐 내일이라는 새로운 시간이 매일 주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엄마'라는 단어를 보면, 나를 낳아주신 엄마를 떠올리기 보다는 아이의 엄마가 된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좋은 엄마가 되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이 책은 자녀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우는 방법이나 좋은 엄마가 되는 비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보다는 '건강한 내가 먼저 되어야 좋은 엄마가 된다'는 걸 알려준다.



심리학 관련 책들을 읽고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면 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용어를 의외로 자주 듣게 된다. 그 중에 하나가 '원 가족'이라는 말인데, 개인이 태어나서 자라 온 가정, 혹은 입양되어 자라 온 가족을 말한다. 결혼을 해서 새로 생긴 가족을 생식 가족이라고 하는데, 생식 가족이 생겨 그 안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원인 중에 하나가 원 가족에서 기인하기도 하고, 본인의 성격 형성이 완성된 지금까지도 원 가족에서의 경험이 미친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

이 책을 읽으면 생식 가족을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 가족에 속한 듯이 행동하는 나를 돌아보게 된다. 우리가 태어나 어머니와 가족들의 관찰에 의해 이야기를 듣고 자라면서 불리게 된 모습으로 하나의 '배역'이 형성되는데, 꽤나 오랫동안 혹은 평생 동안 이 배역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나의 배역은 '해결사'였다. 바쁜 집안의 막내로서 혼자서 알아서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엄마는 지금의 나처럼 적지 않은 나이에 어린 나를 키우면서 일상에 찌들어 말없이 그늘지곤 했었다. 내 아이의 원 가족에게는 쇠털같이 많은 날들이 있으니, 남산 타워에 오를 날들도 망원경에 오백 원을 넣을 기회들도 많겠지. 그 시간들이 조금 더 가볍고 밝은 날들이 되도록, 조금씩 가면을 벗어내고 맨 얼굴의 나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갖게 되길…
희망의 책 대전본부 회원 정남수
Untitled-1 copy
희망의 책 대전본부 회원 정남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경기 프리미엄버스 P9603번 운행개시
  2. [기획] 의정부시, 우리동네 정책로드맵 ‘장암동편’
  3. 유성복합터미널 3개사 공동운영체 출범…터미널·정류소 흡수·통합 본격화
  4. 첫 대전시청사 복원활용 탄력 붙는다
  5. 누리호 4차 발사 D-4… 국민 성공기원 분위기 고조
  1. '세종시=행정수도' 진원지, 국가상징구역...공모작 살펴보니
  2. 충남도 청렴 파트너 '제8기 도민감사관' 출범
  3. 헌법파괴 비윤리적 2025 인구주택총조사 국가데이터처 규탄 기자회견
  4. '최대 30만 원 환급' 상생페이백, 아직 신청 안 하셨어요?
  5. 홀트대전한부모가족복지상담소, 대전아동기관단체와 협약

헤드라인 뉴스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6대 광역시 중 두번째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6대 광역시 중 두번째

대전지역 자영업자들이 극심한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폐업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도소매업의 경우 대출 증가와 폐업률 상승이 두드러지면서, 이들을 위한 금융 리스크 관리와 맞춤형 정책 지원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4일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가 발표한 '대전지역 자영업 현황 및 잠재 리스크 점검'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기준 대전지역 자영업자 수는 15만 3000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 이후 감소세를 보인 다른 광역시와 달리 대전의 자영업 규모는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다. 전체 취업자 수 대비 자영업자가 차..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대전 유성구파크골프협회가 맹꽁이와 삵이 서식하는 갑천 하천변에서 사전 허가 없이 골프장 조성 공사를 강행하다 경찰에 고발당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나무를 심으려 굴착기를 동원해 임의로 천변을 파내는 중에 경찰이 출동해 공사가 중단됐는데, 협회에서는 이곳이 근린친수구역으로 사전 하천점용허가가 없어도 되고 불법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24일 대전시하천관리사업소와 대전충남녹색연합에 따르면, 유성구 탑립동 용신교 일대의 갑천변에서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굴착기가 땅을 헤집는 공사가 이뤄졌다. 대덕테크노밸리에서 대덕구 상서동으로 넘어..

세종 도시재생 `컨트롤타워` 생긴다… 본보 지적에 후속대책
세종 도시재생 '컨트롤타워' 생긴다… 본보 지적에 후속대책

<속보>=세종시 도시재생사업을 총괄 운영할 '컨트롤타워'가 내년 상반기 내 설립될 예정이다. 국비 지원 중단 등 재정난 속 17개 주민 거점시설에 대한 관리·운영 부실 문제를 지적한 중도일보 보도에 후속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중도일보 11월 19일자 4면 보도> 세종시는 24일 오전 10시 기자간담회를 통해 도시재생 사업의 주민 거점시설 운영 현황과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본보는 10년 차 세종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광역도시재생지원센터와 현장지원센터 5곳이 폐쇄한 작금의 현실을 고발하며, 1000억 원에 달하는 혈세 투입..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주렁주렁 ‘감 따기’ 주렁주렁 ‘감 따기’

  •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