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5. 동번서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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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5. 동번서쩍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19-11-0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지난주 토요일엔 딸이 서울서 내려왔다. 사위와 외손녀도 함께 왔는데 단풍철이어서인지 차가 꽉 막히는 바람에 얼추 5시간 만에야 집에 도착했다.

딸은 오매불망 기다리는 나와 아내를 의식하여 자신이 현재 막혀있는 지역의 지도를 캡처하여 보내는 센스까지 발휘했다. 외손녀가 집에 오자 마치 적막강산과도 같던 집안은 봄날처럼 화사함과 화기애애의 숲으로 돌변했다.

장모님 댁에 가니 장모님 역시 "우리 증손녀가 이렇게나 예쁘다니!"를 연발하시며 너무나 좋아하셨다. 그 모습에서 새삼 가족은 다다익선이란 생각에 푸근하고 흐뭇했다.

"차가 밀릴 듯 싶으니 어서 가거라." 딸네 식구를 배웅한 뒤엔 대전예술의전당으로 달렸다. 그날은 대전 지역의 기독교 명문사학 목원대학교 음악대학 설립 50주년 기념 음악회 '헨델 메시아'가 19시 30분부터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열린 때문이었다.

메시아
재학생 및 동문들로 구성된 합창단, 오케스트라와 함께 환상적인 하모니를 선사한이날의 공연은 제1부 '메시아 예언과 주의 탄생'을 시작으로, 제2부 '수난과 속죄', 제3부 '부활과 영생'으로 이어졌다.

또한 시종일관 압권의 무대와 함께 출연진의 열창과 공연으로 관중들의 이마와 손에 땀과 흥분까지 공유하게 만든 명불허전의 '헨델 메시아'로 다가오는 데도 손색이 없었다.

이운복 지휘자의 리드로 합창지휘자 조은혜, 오르간 이수정, 소프라노 조정순, 알토 변정란, 테너 임권묵, 베이스 정장호 등의 내로라하는 음악가들이 출연해 박수갈채와 환호성의 숲에 파묻혔다.

목원대학교 음악대학 동문회가 주최한 이번 공연은 1969년 음악교육과로 시작해 명문 음악대학으로 명성을 이어 오면서 음악대학 설립 50주년을 맞아 찬란한 역사와 전통을 계승해 나가기 위해 마련된 무대였다.

200여 명에 가까운 합창단과 음악단의 협연에 익어가는 가을밤을 더욱 감동으로 물들인 목원대학교 음악대학 기념음악회는 중부권 최초 음악대학 설립 50주년스럽게 연신 감동과 찬사가 객석에 구름처럼 머물렀다.

목원대학교 음악대학 동문회장인 서은숙 교수는 "지난 1969년 음악교육과를 시작으로 현재 수많은 전문음악가들과 음악교사, 예술 인력들을 배출하며 중부권 대표 음악대학으로 자리매김한 목원대학교 음악대학에 커다란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늘의 이 자리는 이처럼 오랜 전통을 지닌 목원대학교 음악대학이 배출한 동문들과 재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선후배들이 펼치는 화합의 자리이며, 250여 년 전 헨델이 <메시아>를 통해 남긴 '헌신', '섬김', '나눔'이라는 뜻의 의미를 되새기며 종교의 테두리를 초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으로 꾸몄다"고 소회를 드러냈다.

서은숙 동문회장의 인사처럼 이날의 공연엔 굳이 기독교도가 아닌 관중들도 대거 참석하여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 차는 성황을 보였다. 목원대학교 건학이념인 진정한 진리와 사랑, 봉사의 삼중주(三重奏)까지 협연으로 꾸며진 이 음악회의 모토는 그리스도의 무한사랑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투영되었음은 물론이다.

한창 만추(晩秋)인 이즈음, 계절이 주는 선물이 단풍이었다면 아름다운 음악은 가을의 감성까지 꽉 채워준 명실상부 감동의 오아시스와 같은 감로수(甘露水)였다는 게 공연 후 관중들의 호의적 중평(衆評)이었다.

관람을 마치고 대전예술의전당을 나오는데 딸이 서울에 잘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다. 그래서 '헨델 메시아' 음악회 관람 인증샷을 보냈더니 딸의 답신이 걸작이었다.

"아빠는 참 부지런하신 모습이 마치 '동번서쩍'하는 듯 보여요."

'동번서쩍'은 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 속담인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을 이에 대입(代入)하면 쉬이 조합할 수 있는 신판 사자성어다.

정처가 없고 종적을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왔다 갔다 함을 이르는 말인 때문이다. 하긴 이런 '동번서쩍' 덕분에 건강을 유지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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