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32. 인과응보(因果應報)

  • 문화
  • 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32. 인과응보(因果應報)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20-01-1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테레즈 라캥]은 에밀 졸라가 썼고 박이문이 옮겼으며 문학동네에서 출간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소설가 에밀 졸라의 작품인 [테레즈 라캥]은 여 주인공 테레즈와 그의 시어머니 라캥의 이름을 따서 작명했다.

에밀 졸라가 1867년에 펴낸 첫 자연주의 소설로, 그에게 작가로서의 명성을 안겨주었다. 이 소설은 파리의 퐁네프 파사주를 배경으로, 불륜과 살인이라는 선정적인 소재를 다루었다.

그래서 출간 당시엔 큰 논란을 일으켰다고 한다. 1860년대 파리. 어렸을 때 고모인 라캥 부인에게 맡겨진 테레즈는 병약한 사촌 카미유와 함께 자란다. 라캥 부인은 건강한 테레즈가 자신이 죽은 후에 카미유를 돌봐줄 거라고 생각해 둘을 결혼시킨다.

카미유와 라캥 부인은 안정된 생활에 만족하지만 테레즈는 자신 안에 숨은 야성과 욕망을 채우지 못해 무료해한다. 그러던 중, 테레즈는 어린 시절부터 카미유의 친구였던 로랑을 만나 서로의 육체적 욕망을 채우는 관계가 된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불륜이 들통날까봐 항상 두렵다. 그래서 카미유를 센 강에 빠뜨려 살해하고 결혼까지 한다. 하지만 밤마다 카미유의 환영에 시달리던 그들은 서로를 미워하게 되는데 그 과정의 묘사가 정말 리얼하다.

중풍에 걸린 라캥 부인은 테레즈와 로랑 부부가 자신의 아들을 죽였음을 알지만 어찌 손을 쓸 수조차 없다. 테레즈와 로랑이 살인자라며 어찌어찌 겨우 손가락으로 글을 몇 자 썼지만 지인들은 이를 간파하지 못한다.

살아있는 게 지옥에 다름 아닌 라캥 부인에게 서서히 희망과 반전의 햇살이 드리운다. 테레즈와 로랑이 자는 침대에까지 죽은 카미유의 환영이 매일 들이닥치는 때문이다.

그들은 이로 말미암아 극도의 신경쇠약과 반목으로 치닫는다. 아내에게 돈을 요구한 로랑은 창녀들과 잠을 자는 등 극도의 문란한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거기에서도 만족을 느낄 수 없다.

테레즈 또한 풍기 문란으로 노류장화(路柳牆花=아무나 쉽게 꺾을 수 있는 길가의 버들과 담 밑의 꽃이라는 뜻으로, 창녀나 기생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처럼 몸을 함부로 굴린다.

그렇지만 그녀 역시 과거완 사뭇 달리 그 어떤 욕정도 채울 수 없다. 결국 로랑은 청산가리를 훔쳐 테레즈가 마시는 설탕물에 섞고, 테레즈는 부엌칼을 시퍼렇게 갈며 서로를 죽이려 작심한다.

이를 눈치챈 라캥 부인은 그들이 죽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죽으면 여한이 없겠노라 기도한다. 서로를 죽이려는 음모를 알아챈 테레즈와 로랑은 결국 독약이 든 컵을 나눠 마시며 생을 마감한다.

인과응보(因果應報)에 다름 아니었다. '인과응보'는 전생에 지은 선악에 따라 현재의 행과 불행이 있고, 현세에서의 선악의 결과에 따라 내세에서 행과 불행이 있는 일을 뜻한다.

이 소설은 2014년에 개봉된 위험하고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다. 지난 1월 1일 해돋이를 보러 간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중엔 울산의 간절곶까지 간 분도 있을 듯 싶기에 간절욱조조반도(艮絶旭肇早半島)라는 구절을 동원한다. 이는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새벽이 온다'는 뜻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테레즈와 로랑의 예정된 비참한 최후를 이에 견주자면 '테레즈 로랑 비극'으로 하면 되겠다. 이는 '간부(姦婦) 테레즈에 로랑이라는 파렴치범이 겹치니 비극은 예정대로 왔다'는 의미다.

"타인의 죄는 우리들의 눈 앞에 있고, 우리들 자신의 죄는 우리들 등 뒤에 있다"고 한 세네카의 말이 달리 나온 게 아니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사자성어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시가 총액 1위 알테오젠' 생산기지 어디로?… 대전시 촉각
  2. '행정수도 개헌' 이재명 정부 제1국정과제에 포함
  3. "국내 최초·최대 친환경 수산단지 만든다"… 충남도, 당진시 발전 약속
  4. 이 대통령, 세종시 '복숭아 농가' 방문...청년 농업 미래 조망
  5. "착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는데"…고 이재석 경사 대전대 동문·교수 추모 행렬
  1. [대입+]] 2026 수시 충청권 의대 지원자 46% 감소… 역대 최저치
  2. 박재형 세종충남대병원장 취임 "더 큰 도약"
  3. 일본 찾은 김진동 세종상의회장… 한-일 경제계 협력의지 다져
  4. 대전 학교폭력 4년 연속 늘어… 2025년 1차 실태조사 결과 발표
  5. 밝은누리안과병원 이성준 원장, 유럽 백내장굴절수술학회서 임상 연구 발표

헤드라인 뉴스


제4인뱅 인가 무산에 충청 지방은행 설립 `꿈` 뭉개져

제4인뱅 인가 무산에 충청 지방은행 설립 '꿈' 뭉개져

충청권의 오랜 숙원인 지방은행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국소호은행(KSB)이 '제4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지 못하면서 충청권 기반 금융 생태계 조성에 기대를 품었던 지역민들의 박탈감을 높였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정례회의를 열고 소소뱅크, 소호은행, 포도뱅크, AMZ뱅크 등 4곳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불허했다. 제4인터넷은행으로 유력하게 거론된 한국소호은행(KSB)은 대전시와 협약을 맺고 대전에 본사를 두고, 지역 특화 사업 발굴 및 정책자금 연계를 통해 지역 금융 정착을 도울 계획이었지만, 결국 정부 인가를 받지 못..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새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RISE 재구조화, AI 인공지능 활용 등 교육 분야 주요 국정과제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학문별 대가로 선정된 교수에 대한 정년 제한을 풀고, 최고 수준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대학생 학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교육부는 6대 국정과제를 위한 25개 실천과제(공동주관 1개 국정과제, 3개 실천과제 포함)를 최종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우선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실현해 거점국립대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체계적 육성에 나선다. 학생 1인당 교육비를..

해수부 부산 이전…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 대안은
해수부 부산 이전…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 대안은

이재명 새 정부가 오는 12월 30일 해양수산부의 부산 청사 개청식을 예고하면서,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를 위한 동반 플랜 마련을 요구받고 있다. 수년 간 인구 정체와 지역 경제 침체의 늪에 빠진 세종시에 전환점을 가져오고, 정부부처 업무 효율화와 국가 정책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를 위한 후속 대책이 중요해졌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에 따른 산술적 대응은 당장 성평등가족부(280여 명)와 법무부(787명)의 세종시 이전으로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 셈법으로 빠져 나가는 공직자를 비슷한 규모로 채워주는 방법이다. 지난 2월 민주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 대한민국 대표 軍문화축제 하루 앞으로 대한민국 대표 軍문화축제 하루 앞으로

  • ‘청춘은 바로 지금’…경로당 프로그램 발표대회 성료 ‘청춘은 바로 지금’…경로당 프로그램 발표대회 성료

  •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