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정치와 예술, 과학과 철학으로 이어지는 色의 기억… '검은색-무색의 섬광들'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정치와 예술, 과학과 철학으로 이어지는 色의 기억… '검은색-무색의 섬광들'

알랭 바디우 지음│박성훈 옮김│민음사

  • 승인 2020-04-09 18:30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검은색
 민음사 제공
검은색 - 무색의 섬광들

알랭 바디우 지음│박성훈 옮김│민음사





'검다'고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은 얼마나 될까. 어둠, 밤, 석탄, 잉크, 검은 개, 음흉함, 암흑의 군주, 검은 대륙, 적과 흑, 블랙 유머, 암흑 물질, 고래, 검은 표범, 흑인…. 프랑스어로 검은색을 의미하는 단어 'noir' 앞에서,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21편의 사유를 길어올렸다. 깊은 어둠의 색이 도출해낸 자전적 이야기. 『검은색: 무색의 섬광들』은 그 산문들의 묶음이다.

첫 번째 산문 「군대의 검은색」이 검은 이야기들의 포문을 연다. 병장 시절, "어둠을 책임지는 관리자"로서 취침을 지도해야 했던 내무반장의 이야기다. 일산화탄소 중독을 염려해 석탄 난로를 끈 "애국적인 밤의 추위" 속에서 한 병사가 조니 알리데의 샹송을 읊조린다. "어둠, 그것은 어둠일 뿐! 더 이상 희망은 없어……." 외부에 대한 예민한 감각과 상황의 아이러니에 대한 인식 사이에서 떠오르는 서정성. 바디우의 산문은 이런 방식으로 유년 시절의 깜깜한 방, 손가락에 묻은 잉크 같은 색의 기억을 정치와 예술, 과학과 철학의 영역으로 불러온다.



바디우는 검은색에서 변증법 또한 발견한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라 할 수 있는 "검은색의 변증법"은 무색(無色)으로서의 검은색과 모든 색의 뒤섞임인 흰색 사이의 내적 논리다. 파시스트의 검은 셔츠로부터 아나키스트의 검은 깃발을 분리하는 논증에서는 바디우가 일생 동안 견지해 온 '붉은색'의 정치적 의미가 도출된다. 마지막 산문 「백인들의 발명품」은 '백인' 철학자로서 흑인 운동에 대해 쓴 글이다. "인류는 그 자체로 색깔이 없다"는 책의 마지막 문장에 이르기까지, 부제 그대로 '무색의 섬광들'이 번쩍인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관광+맛집+숙박' 3박자 갖춘 세종시 전의면에 오면
  2. [르포] 세계 2위 환적 경쟁력… '亞 항로 터미널' 부산항을 가다
  3. "충청의 거목 고이 잠드소서" 이해찬 前총리 별세 지역與 '애통'
  4. ‘민주당 킹메이커’ 이해찬 전 총리 베트남서 별세…향년 73세
  5. 대전·충남 집값 올해 들어 연속 하락세… 세종은 상승 전환
  1. 대전시립중고교 김병한 교장 '사회공헌 대상' 수상
  2. 국회세종의사당 밑그림 담을 마스터플랜 국제공모 본격화
  3. 한성일 중도일보 이사.도전한국인본부 도전한국인상 언론공헌 대상 수상
  4. 100도 달성한 사랑의 온도탑과 무료배식의 긴 줄
  5. ‘광역통합·5극 3특’ 재편, 李 “쉽지 않다… 국민 공감·지지 중요”

헤드라인 뉴스


`행정수도 설계자` 이해찬, 미완의 숙제 남기고 영면에…

'행정수도 설계자' 이해찬, 미완의 숙제 남기고 영면에…

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미완의 '세종시=행정수도' 숙제를 남기고 영면에 들었다. 행정수도와 인연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궤를 같이 한다. 2004년 참여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서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선두에서 이끌었다. 운명의 끈은 거기서 끊어지지 않았다. 1988년부터 서울 관악 을에서 국회의원 5선을 역임한 뒤 사실상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당원들은 2011년 당시 민주당 상임 고문인 이 전 총리를 소환했다. 결국 그는 2012년 세종시 출범 직전 진행된 제19대 총선에서 47.88% 득표율을 얻어 당선됐고, 2015년 3월 임..

대전 자영업 수 나홀로 사장님만 늘었다... 경기 한파 꽁꽁 얼었나
대전 자영업 수 나홀로 사장님만 늘었다... 경기 한파 꽁꽁 얼었나

경기 한파로 전국의 자영업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전은 오히려 자영업자 수가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직원을 고용해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보다 1인 가게와 무인점포 등 혼자 운영하는 '나 홀로 사장님'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26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5년 취업자 중 대전 자영업자 수는 15만 5000명으로, 2024년(14만 1000명)보다 1만 4000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 19가 발발하기 이전인 2019년 14만 2000명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지역 자영업자 수는..

대전시 "행정통합 항구적 법,제도 마련 안되면 주민투표 요구할 것"
대전시 "행정통합 항구적 법,제도 마련 안되면 주민투표 요구할 것"

대전시가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따른 정부의 대폭적인 재정·권한 이양을 요구하며, 미흡할 경우 주민투표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26일 대전시 주간업무회의에서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시민 목소리가 높아지면 시장은 시민의 뜻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면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주민투표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항구적인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주민투표 요구가 높아질 수 있다. 단순한 물리적 통합으로 비치면 시민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포춘쿠키 열고 ‘청렴의식 쑥’ 포춘쿠키 열고 ‘청렴의식 쑥’

  • 강추위에 얼어붙은 인공폭포 강추위에 얼어붙은 인공폭포

  • 100도 달성한 사랑의 온도탑과 무료배식의 긴 줄 100도 달성한 사랑의 온도탑과 무료배식의 긴 줄

  • 코스피, 코스닥 상승 마감…‘천스닥을 향해’ 코스피, 코스닥 상승 마감…‘천스닥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