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야동이 아닙니다, 성착취 동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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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야동이 아닙니다, 성착취 동영상입니다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이수정·이다혜·최세희·조영주 지음│민음사

  • 승인 2020-04-22 18:15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이수정이다혜의범죄영화
 민음사 제공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이수정·이다혜·최세희·조영주 지음│민음사



'야동을 봤다'는 말을 농담처럼 하는 세상이다. 농담의 대상이 되는 건, 보는 것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야동'을 보는 자신의 모습을 남이 보는 건 부끄럽지만, 야동을 보는 것 자체는 그다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위 문장 속 '야동'의 자리에 '성착취 동영상'을 넣으면 어떨까. '성착취 동영상을 봤다'는 말을 농담처럼 할 수 있을까. 문장은 봐서는 안 되는 걸 봤다는 걸 인식할 수 있도록 바뀌고, 타인에게 꺼낼 수도 없을 말이 된다. 불법 동영상을 오랜 시간 대체했던 '몰카'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에서 이 단어들은 범죄에 대한 인식을 희석시키는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단행본으로 출간된 네이버 오디오클립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은 전원 여성 제작진이 피해자 중심의 시선을 향한 의지와 분투로 만든 방송이다. "범죄를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는 매체"가 아닌 "여성이나 아동 같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범죄 영화를 다뤘다. 단행본으로 출간되며 방송에서 다 다루지 못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굵직한 범죄 사건 정보가 새로 수록됐고, 진행과 제작에 관한 방송 비화가 더해져 우리 사회의 약자 문제를 더욱 깊게 논의해 볼 수 있는 한 권으로 탄생했다.

총 16편의 영화를 다루며, 책은 우리 사회에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여전히 많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미저리」, 「걸캅스」, 「살인의 추억」을 통해 본 스토킹 방지법과 온라인 성범죄 단속을 위한 제한적 함정 수사의 필요성, 「사바하」, 「컴플라이언스」, 「곡성」을 통해 본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는 권위와 복종의 문제, 「기생충」, 「숨바꼭질」, 「조커」를 통해 본 빈곤 계층과 적대주의의 문제 등 피해자의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면 더 세심하게 보듬어야 할 사안들을 발견하게 된다. 범죄 영화에 얼마나 많은 여성과 아이들이 피해자로 소비되고 마는지, 지금 우리 주변의 소외된 사각지대가 어디인지를 주의 깊게 살피며 '우리 같은 약자를 위해' 사회가 나아가야 할 지점을 함께 논의하게 만든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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