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베이비부머와 균형발전

  • 정치/행정

[기고] 베이비부머와 균형발전

권영섭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20-05-28 18:00
  • 신문게재 2020-05-29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27AC68D8BCC64F53AC110B6D6C0BF694
▲권영섭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토가 균형 있게 발전된 국가의 모범은 독일이다. 독일은 다수 핵 분산형의 국토공간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나의 대도시 주변에는 다수의 중소도시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고 국토전체는 다수의 대도시가 서로 적정거리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가 수도 베를린인데 377만명, 인구밀도도 4,012명/㎢(베를린을 둘러싼 브란덴부르크주 인구밀도는 86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서울, 수도권은 초만원이다. 공업화와 도시화 이후 비수도권의 인구가 유출되어 형성된 수도권 일극집중형의 국토공간구조이다. 2020년 3월 현재 서울인구가 약973만명, 인구밀도는 약16,100명/㎢(수도권 인구밀도 2,188명/㎢)으로 독일 베를린에 비해 인구 2.6배, 인구밀도는 4배나 높다. 국토의 12% 면적인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산다. 그런 반면 지방중소도시와 농산어촌지역은 머지 않아 인구가 소멸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수도권의 이 많은 인구는 언제 어디서 왔을까? 1960년 수도권 인구비중은 20.8%에서 1975년 31.5%, 1990년 42.8%로 30년간 2배가 되었다. 제조업 일자리를 얻으려고 농산어촌에서 도시로 이동하였고(이촌향도) 대학 진학과 취업을 위하여 이동했다. 비수도권 광역시 출신자들은 20~30%가 수도권으로 이동했고, 비수도권 광역도 출신자들은 40~50%가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이제 대학진학과 취업을 위하여 수도권으로 이동했던 베이비부머(1955~1963)들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었다. 이들중 일부는 수도권을 벗어나고 있고, 그중 또 일부는 농산어촌으로 향하고 있다. 더욱이 요즘에는 코로나 19로 밀집된 도시, 집적도 높은 아파트에 고비용을 지불하면서 거주하기 보다는 밀도가 낮고 지가가 저렴한 비수도권으로 이주하여 건강을 유지하고 여유를 즐기며 삶의 질을 높이고 싶다는 베이비부머가 늘고 있다. 코로나 19는 집적된 아파트문화를 선호하던 우리들에게 전원생활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수도권으로 이동했던 베이비부머들은 자신의 고향으로 이동할 수도 있고(U턴), 수도권의 거주지와 가까운 지방도시나 농산어촌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또 원래 수도권 주민이 농산어촌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이들중 일부는 소위 고급일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비수도권에 입지한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5~10년은 충분히 지역 기업이나 연구소에 기여할 수 있다. 또 일부는 젊은 노인으로서 귀농·귀어를 하거나 귀촌하여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베이비부머들이 비수도권의 대도시나 중소도시나 농산어촌 어느 지역으로 가든 현재 초만원인 수도권은 밀집도를 좀 낮출 수 있다. 비수도권으로 완전히 이주하여 정착하면 국토불균형도, 지방소멸도 해소하고 지역인재부족도, 이로 인한 기업유치문제 등도 일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살던 지역을 떠나 이주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반나절직장이라도 있으면 비교적 쉽게 임시로라도 이주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비수도권에서 일터, 삶터, 쉼터를 갖추어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하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비수도권으로의 이주, 반 이주를 촉진할 제도 마련과 개선 또한 필요하다. 베이비부머가 비수도권의 대도시이든 주변 중소도시나 농산어촌이든 이주하면 수도권의 손자·손녀들이 방학이나마 지방을 경험할 수 있다. 코로나 19 때문에 해외로 여행하기 힘든 시기에는 농산어촌에서 휴가를 보내도록 촉진하는 캠페인도 필요하다.

사람이 건강하려면 기본적으로 5개 장기가 적정 위치, 적정규모로 제 역할을 다하고 상호 역할 분담해야 하듯이 우리 국토도 5개 대도시와 주변지역들이 조화로워야 국토도 건강하고 지속가능하다. 베이비부머와 코로나 19는 균형발전을 위한 다시 없는 기회이다. 모쪼록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코로나 19의 위기가 대한민국 경제와 국토균형 발전의 견인차가 되기를 고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곡교천 탕정지구 연계사업' 밑그림 그려졌다"
  2. 주말 사우나에 쓰러진 60대 시민 심폐소생술 대전경찰관 '화제'
  3. 대전 교사들 한국원자력연 방문, 원자력 이해 UP
  4. 낮고 낡아 위험했던 대전버드내초 울타리 교체 완료 "선제 대응"
  5.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심장­호흡재활센터 개소
  1. 대전우리병원, 척추내시경술 국제 교육 스파인워커아카데미 업무협약
  2.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수는 적은데 국비는 수십억 차이…지역대 '빈익빈 부익부' 우려
  3. 유등교 중고 복공판 사용 형사고발로 이어져…안전성 이슈 재점화
  4.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졸업자 지역 취업 증가 목표…실현 가능할까?
  5. "함께 걸어온 1년, 함께 만들어갈 내일"

헤드라인 뉴스


공백 채울 마지막 기회…충청권, 공공기관 유치 사활

공백 채울 마지막 기회…충청권, 공공기관 유치 사활

이재명 정부가 2027년 공공기관 제2차 이전을 시작하기로 한 가운데 대전시와 충남도가 '무늬만 혁신도시'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20년 가까이 정부 정책에서 소외됐던 두 시도는 이번에 우량 공공기관 유치로 지역발전 모멘텀을 쓰기 위해 역량을 모으고 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배정에서 제외됐다. 대전은 기존 연구기관 집적과 세종시 출범 효과를 고려해 별도 이전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됐고, 충남은 수도권 접근성 등 조건을 이유로 제외됐다. 이후 대전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 세종 이전과 인구 유출이 이..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직장맘에게 지급하는 출산 전후 휴가급여 상한액이 내년부터 월 220만원으로 오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하한액이 출산휴가급여 상한액을 웃도는 역전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 상한액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는 출산 전과 후에 9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받을 수 있다. 미숙아 출산은 100일, 쌍둥이는 120일까지 가능하다. 이 기간에 최소 60일(쌍둥이 75일)은 통상임금의 100%를 받는 유급휴가다. 정부는 출산·육아에 따른 소득 감소를 최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10일 소상공인 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 서구 월평동 '선사유적지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