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대전문학관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대전문학관

김희정 시인

  • 승인 2020-06-07 09:29
  • 수정 2020-06-07 09:39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김희정 시인
김희정 시인
2012년 12월 대전문학관이 개관했다. 10년을 바라보고 있다. 문학을 하는 입장에서 문학관을 보면 아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가장 답답한 부분은 문학관장이 아직도 비상임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사권이 없는 자리다. 인사권이 없다는 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대전을 문화예술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한 시장들을 여럿 보았다. 현 시장 역시 대전을 문화예술 도시로 만들겠다고 문화예술인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했다. 이쯤 되면 대전이 문화예술 도시가 되고도 남아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까마득하게 먼 곳에 있다.



대전 문학관을 보자. 문학관은 시민과 문학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지금 문학관이 어느 하나라도 만족시키고 있는지 돌아보자. 우선 문학관의 위치를 보면 시민들이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대전에 문학관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시민들이 더 많다. 심지어는 문학을 하는 사람들조차 문학관을 이용하기 불편하다고 말한다.

대전문인협회와 대전작가회의가 대전문학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을 2019년 상반기, 하반기 두 번에 걸쳐 진행했다. 크게 화두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문학관을 충남 도지사 관사촌 중 하나로 이전을 하고 현 문학관을 문학 창작센터(레지던시)로 이용하자는 거였다. 다른 하나는 문학관장을 상임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허태정 시장이 주최한 예술인과의 만남의 자리에서도 나온 이야기이다.



문화예술 도시를 말로 해서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관과 시민, 그리고 예술인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노력을 해도 쉽지가 않다. 그런데 선거 때에만 문화예술도시 이야기가 나오고 문화예술인들의 이야기는 형식적으로 경청하는 퍼포먼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모습이 대전의 현실이라면 과장된 표현일까.

각설하고, 시장님께 건의한다. 문학관 이전을 위해 닻을 올려야 한다. 시민도 문학인들도 발길을 주지 않는 곳에 언제까지 방치해 둘 것인가. 다음으로 문학관장을 책임 있는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관장이 소신을 가지고 문학관을 운영할 수 있다. 시민들과 문학인들이 가지 않는 문학관, 무슨 의미가 있으며 그 책임을 누구에게도 물을 조차 없다.

10년 전부터 원도심 살리기에 이런저런 예산을 쓰고 있다. 쓴 세금은 지금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가. 문화예술인들은 원도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의문부호만 맴돈다. 진심으로 대전이 문화예술 도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예를 하나 들어본다. 원도심에 있는 충남 도지사 관사촌에 대전문학관을 세우면 어떨까. 접근성은 기본적으로 따라올 것이고 문화예술의 중심이 돼 시민들이 찾아오는 횟수도 늘어날 것이다. 주변 문화시설과의 시너지 효과는 덤으로 얻을 수 있는 낙수효과다.

예술의 뿌리가 문학인데 문학관장은 명함만 있는 자리라는 것이 부끄럽다. 이런 자리에 앉아 명함을 돌리는 일 이외의 무엇을 더 바랄 수 있겠는가.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아니면 인사권을 통해 일할 수 있는 직원들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이러다 보니 책임을 지고 싶어도 질 수 없는 자리가 됐다.

내가 문학을 한다고 해서 문학관을 옮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다. 문학관장 자리를 탐하려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대전을 문화예술 도시로 만들어 시민들의 삶의 가치가 올라가야 하지 않겠는가. 시민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언제든지 찾고 문학인들을 만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시민들이 생각하는 문화예술도시에 대해 생각을 듣고 대전을 어떤 문화예술도시로 만들지 길을 찾을 수 있다.

책임이 없는 자리, 외딴 섬처럼 숨어 있는 문학관, 대전문학관만 보면 이런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자괴감이 일어난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10년을 바라보는 대전문학관의 현실 앞에서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김희정 시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법원, 정차 차량 들이받고 도주한 40대 여성 '징역 1년 6월'
  2. 천안시의회 박종갑 의원, 경로당 안마기기 구매 과정 점검 필요성 제기
  3. 천안시의회 노종관 의원 대표발의, '천안시 지역생산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본회의 통과
  4. 국립한밭대 교수 연구팀, 데이터센터 설비인프라 연구 성과 입증
  5. 행복청, 2026년 4월 중앙동 전진 배치...행정수도청 시동
  1. 충남콘텐츠진흥원 지원기업, 데이터 창업대회 대통령상 쾌거
  2.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3. 백석대 상담대학원, 서울보호관찰소와 교류협력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4. 연암대 연합팀 '7DO', 충청·강원권 공유·협업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대상
  5. 한밭새마을금고, 취약계층 위한 성금 1000만 원 기탁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행정통합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5극 3특' 체제를 거론하며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다"면서도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원을 넘어섰다. 평당(3.3㎡) 분양가로 환산하면 2797만 원에 달했다. 5일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827만 원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로 1년 새 6.85% 올랐다. 전국 ㎡ 당 분양가는 지난 2021년 530만 원에서 2023년 660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2024년에는 7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은 더 빨라져 9월 778만 원, 10월 798만 원, 11월 827만 원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