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웅숭깊어진 시어 그 속의 하모니카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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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웅숭깊어진 시어 그 속의 하모니카를 찾아서

이강산 작가 다섯번째 시집 출간
철거촌과 여인숙 다니며 사진 남겨
시와 소설, 사진의 경계 넘나드는 예인으로

  • 승인 2020-06-11 15:49
  • 신문게재 2020-06-12 9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5-이강산 시집 표지1-앞표지
7-이강산 프로필 사진
웅숭깊어진 시어들 사이로 흑백 사진 서너 컷이 아른거린다. 이것은 생명이자 죽음 그 영원 어딘가에 있는 시원의 세계를 포착한 것이 아닐까. 시집은 사진을 보듯, 소설을 읽듯 경계를 넘나들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시인이자 소설가, 아날로그 흑백사진가로 활동 중인 이강산 작가의 다섯 번째 시집 '하모니카를 찾아서(천년의 시작)'가 세상에 나왔다.

'하모니카를 찾아서'의 해설을 쓴 이명원 문학평론가는 "죽음에 대한 시인의 존재론적 인식은 존재자의 무상성과 유한성을 강하게 예감하게 만드는 한편, 생멸의 과정이야말로 피할 수 없는 존재의 본질을 가장 명료하게 드러내는 증표"라고 말한다.

이는 인간의 욕망이 무의 세계로 환원되는 순간, 삶과 죽음은 결코 별개의 차원에서 분리 시킬 수 없는 동시적 현존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능케 한다는 분석이다.

시인은 자신의 뿌리가 되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존재 증명을 시도하고, 찰나에서 영원을 포착하는 사진가처럼 시의 언어를 통해 존재론적 시원으로 회귀하는 순간을 담아내고 있다.

시인이자 소설가, 아날로그 흑백사진가로 활동하며 작가는 철거촌과 여인숙을 수없이 드나들었다. 그곳에서 본 생성과 소멸의 과정들은 죽음과 찰나, 영원이라는 시의 언어로 희석되고 융화되어 태어난 것들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시인 자신의 삶까지 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순간으로 빛난다.

흐린 기억들이 나를 맑게 한다 / 기억의 탁류에 휩쓸려 여기까지 왔다 / 오는 동안 자정(自淨)을 거듭했으니 / 나 한 컵 따라서 마실 만하겠다 -하모니카를 찾아서 중 '탁류'

이원규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시인은 자신만의 암실, 절대고독의 암실에서 부조리한 세상을 재구성하며 상투적인 빛과의 단절을 통해 새로운 통정을 꿈꾼다. 그리하여 문장은 빛나고 시의 농도는 더 웅숭깊어진다"고 말한다.

이어 "외로워야 먼 길이 가까워진다는 것을 진작에 알아챈 시인, 백 년쯤 홀로 견딜 만하겠다는 시인이 어디 있겠냐"며 "이강산 시인은 진정한 예인이자, 철거촌과 여인숙을 흑백사진으로 담아내는 마지막 목격자이자 우리 시대의 소중한 증인"이라고 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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