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의 피아니스트 한정강 "대전과 후배예술인들 가능성 있어"

  • 문화
  • 문화 일반

81세의 피아니스트 한정강 "대전과 후배예술인들 가능성 있어"

제6회 대전음악회 첫날 피날레 무대 장식
남편 곡인 '사랑은 오래 참고' 앵콜곡으로
코로나19 영향으로 생애 첫 무관중 연주도
"내년에도 음악제 참여, 두렵고도 설레요"

  • 승인 2020-07-06 14:29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한정강 선생님
제6회 대전음악회 첫날인 3일 '대전의 솔리스트, 우리'에서 마지막 연주자로 등장한 한정강 피아니스트. 사진=유튜브 화면 캡쳐.
한정강 선생님 프로필
한정강 피아니스트의 젊은 시절 모습. 사진=대전음악협회
한정강 피아니스트의 목소리는 맑고 경쾌한 '솔(sol)'톤이다. 81세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맑았다. 전화 인터뷰를 하는 내내 발랄한 연주곡을 감상하는 기분이 들었다.

목원대와 침례신학대학에서 40년 동안 후학을 길러낸 한정강 피아니스트가 오랜만에 대전을 찾았다. 제6회 대전음악제, 첫날 피날레 무대를 위해서였다.

현재 강원도 동해 실버타운에 머물고 있는 한정강 선생은 대전음악제를 위해 4시간을 꼬박 버스를 타고 달려왔다. 음악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떤 조건이든 어디든 기쁘게 달려가겠다는 선생의 포부는 오랜만에 친정과도 같은 대전에서 이뤄졌다.

한정강 선생은 "버스에서 음악을 듣고 쉬고,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면서 왔더니 힘들지 않았다. 대전은 친정과도 같은 곳이다. 내 집에 돌아온 느낌인데, 이게 무슨 일인지. 호텔에서 하룻밤을 자는데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가, 새벽 4시에 깨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마 대전에 아는 지인들도 많고 하니 오랜만에 연주가 신경이 쓰였던 것 같다. 잠을 잘 잤으면 연주를 더 잘했을 텐데…"라고 웃었다.



그럼에도 나이를 먹은 건 시간 뿐이었던 것 같다.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한정강 선생의 연주를 귀로만 듣는다면 81세 은발의 피아니스트라는 사실을 눈치챌 수 없다. 물론 피아노 건반 위를 유영하는 손가락들, 음과 음의 공간을 메우는 연륜에서는 대가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

한정강 선생은 대전음악제에서 두 곡을 연주했다. 쇼팽의 발라드 1번과 정두영 선생이 작곡한 복음성가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다.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복음성가는 한정강 선생의 영원한 앵콜 곡으로 불린다. 목사이자 작곡가, 음대 교수이기도 했던 정두영 선생은 바로 한정강 선생의 남편이다. 정두영 선생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데이비스 대학교에서 한국인 최초 음악대학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한정강 선생님1
쇼팽의 곡을 연주하는 한정강 선생의 모습. 이날 남편 정두영 선생의 '사랑은 오래 참고'를 앵콜곡으로 선보였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쳐
한 선생은 "좋은 피아니스트도 많은데, 왜 늙은이를 초대하느냐고 처음에는 사양했다. 이상철 대전음악협회 사무차장이 후배들에게 영향을 주고자 나이 많은 나를 마지막 순서로 택했노라고, 앵콜까지 부탁했다. 아 그렇다면 앵콜곡으로 남편 곡을 해야겠다 싶어서 대전까지 내려갔다"며 작고한 남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대가에게도 무관중 연주회는 생애 처음 겪는 일이다. 한 선생은 "연주하면서 아 청중이 없지 이런 생각이 간혹 들었다. 확실히 관중이 있어야 에너지를 얻는다. 그렇지만 코로나19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 않나. 어떻게 생각하면 더 많은 관중이 볼 수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됐다"고 했다.

전화 인터뷰 내내 한정강 선생은 실버타운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바닷가 벤치에 있었다. 연주회가 끝난 뒤 내년 음악제에서도 연주 제의를 받은 터라 기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마음을 음악을 들으며 다잡고 있었다.

실버타운에서도 연습은 게을리하지 않는다. 머물고 있는 곳의 배려로 피아노 두 대를 옮겨갔다. 그랜드 피아노는 함께 지내는 친구들을 위해서 연주할 때 쓰고, 나머지 한 대는 언제든 칠 수 있는 연습용으로 곁에 뒀다.

길러낸 후배와 제자의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한정강 선생은 대전 음악계의 산증인이다. 그런 그에게 대전과 지역예술인들은 '가능성'으로 표현된다.

한정강 선생은 "나이 먹은 나를 불러주신 것에 대해 대전음악제에 감사하다"며 "대전에서도 유능한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등 다수의 예술인이 배출되고 있다. 후배 음악인들은 끊임없이 연습해야 한다. 정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격려와 응원을 보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진명 작가 '세종의 나라'에 시민 목소리 담는다
  2. 세종 '행복누림터 방과후교육' 순항… 학부모 97% "좋아요"
  3.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 한국건축시공학회와 업무협약 체결
  4. 대전 향토기업 '울엄마 해장국'...러닝 붐에 한 몫
  5. 따르릉~ 작고 가벼운 '꼬마 어울링' 타세요!
  1. 세종시 빛축제, 시민 힘으로 다시 밝힌다
  2. 생각에서 실천으로… 세종 학생 지역사회 문제 해결 역량 UP
  3. 대전세무서, 나라키움 통합청사서 '새 출발'
  4.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5. 대전문화방송과 한화그룹 한빛대상 시상식

헤드라인 뉴스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겪은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80년이 지났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전쟁유적뿐이죠. 그래서 보문산 지하호가 일본군 총사령부의 것이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후쿠오카 시즈야(48) 서울지국장은 5일 대전 중구 보문산에 있는 동굴형 수족관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왔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앞두고 용산에 있던 일본군 총사령부를 대전에 있는 공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하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첫 학기를 경험한 응답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학생들은 진로 탐색보다 대학입시 유불리를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4.3%, '매우 만족한다'는..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 수능 앞 간절한 기도 수능 앞 간절한 기도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