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복고풍의 취미를 즐기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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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복고풍의 취미를 즐기는 재미

임준수/ 전 조선일보 편집부 차장

  • 승인 2020-07-14 09:47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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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코로나 세상에 별 희한한 구경을 다 했다. 찾아간 곳은 용인의 한 개업장이었다.

듣도 보도 못한 백암면 근삼리라는 두메에 당도하니 예상대로 고물 군용지프가 몇 대가 와 있다.

그런데 이들 차에서 내린 한 사나이의 복색이 아무리 봐도 영화에서 본 게슈타포(히틀러 친위대) 차림이다. 그의 가슴에 매단 철십자 흉장은 섬뜩한 나치를 연상시킨다.

이어 또 하나의 겁나는 병정이 나타났다. 기관단총(폐기물)을 든 북한군의 모습이다. 훈수를 한답시고 견장이 인민군 것과 다르다고 했더니 옛 동독의 전투병 차림이란다.

무안함을 삭이기도 전에 무선 안테나를 높이 세운 고물 지프가 한 대가 도착하더니 무전병과 낙하산병 복장을 한 GI(미군병사) 차림 두 명이 내린다. 이들이 타고 온 차는 원남전에서 활약한 케네디 지프란다.

도대체 이 찜통 더위에 정장 군복과 전투복을 입고 깡통차에 앉아 쇼를 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이 별종인간(?)들은 한국 4X4(4륜구동차)동호회 회원들이다. 이들이 무리를 지어 용인에 온 것은 개업식을 갖는 동료 회원을 위한 우정출연이었다.

이날 문을 연 업소는 옛날 자동차 전시장을 겸한 카페였는데, 이곳에서 진짜 볼거리는 구닥다리 군복의 군상이 아니라 전시장에 진열된 클래식 카들이었다. 이제는 본고장에서도 볼 수 없는 이 퇴역 차들은 카페 주인 김성환씨의 수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내 관심을 끈 차는 전시장에서 뻔쩍거리는 클래식 명차가 아니라 주인이 타고다니는 구형 랜드로버(Land Rover)였다.

이 차는 1997년 창사 50주년을 기념하여 60대 한정 생산된 것중의 하나라고 한다. 외양은 궤짝 처럼 못생겼지만 둔탁한 야성미를 자랑하는 이 오프로드 전용차가 19세기 사하라 탐험에서 발휘한 고성능은 하나의 전설로 남아 있다.

나는 4X4클럽 회원이 아니지만 이 동호회를 30여 년간 이끌고 있는 김안남 회장과의 오랜 친분을 기화로 클럽 행사에 가끔 꼽사리 낀다.

회원들의 태반은 국산 고급차보다 더 비싼 고물 지프를 취미로 소유할 정도의 재력가들이다. 지프 선호를 제외한 이들의 공통점은 자수성가한 중소 기업인이고 전쟁영웅에 대한 향수가 짙은 노병이라는 점이다.

4X4클럽 회원들은 포장도로 보다 비포장도로를 좋아한다. 당연히 운행 속도도 저속이다. 같은 자동차 마니아 라도 최신 스포츠 카로 스피드를 즐기는 강남 폭주족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들은 벽지 탐험을 할 때는 현지의 불우 노인을 돕는 봉사도 한다고 한다. 돈을 많이 벌어서 고생하던 시절에 대한 향수로 복고풍의 취미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임준수/ 전 조선일보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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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임준수 씨는?

1941년 충남 태안군 근흥면에서 태어났다. 광천상고와 한국외국어대학 영어과를 졸업하고 언론인 장학생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CSUN)에서 수학했다. 1965년 신아일보 수습기자로 들어가 동양통신(2년), 조선일보(17년), 중앙일보(12년), 한국경제(2년) 등 언론계에서 35년간 일했다. 한국편집기자협회 회장, 조선일보 편집부장, 중앙일보 편집국장대리 등을 역임했다.

또한 1995년부터 성균관대학 겸임교수로 있으면서 2005년까지 10년간 서강대 신문방송대학원,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고려대학, 대진대학에서 신문편집론과 신문문장론을 강의했다. 저서로는 다년간 신문 편집에 종사한 경험을 살려 '신문은 편집이다', '신문을 아름답게', '좋은신문 멋진편집(공저)', '한국신문 100년사(공저)' 등 네 권의 전문서적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 '한길을 가야 인생이 보인다(공저)' 등이 있다. 영화와 여행에 관심이 많아 중앙일보, 경향신문, 중앙경제신문, 한국경제, 이코노미스트 등에 영화에세이와 해외 여행기를 연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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