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포기하지않는 청년'을 위하여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포기하지않는 청년'을 위하여

원영미 편집부 차장

  • 승인 2020-07-15 11:27
  • 수정 2021-05-09 16:35
  • 신문게재 2020-07-15 18면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원영미
원영미 편집부 차장
둘째 아이를 돌 지나고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었다. 벌써 5년 전 쯤의 일이다. 본능적으로 타고난 막내의 어리광 기질이 때문인지 녀석은 도통 어린이집 적응을 못하고 아침마다 울어댔다. 버스가 오면 납치라도 당하는 양 기겁하는 아이를 떼놓고 오는 길이 너무 힘들었다. 버스만 보면 기절할 듯 울어 매일 유모차에 태우거나 자동차로 직접 등원을 시켰다. 노란색 어린이집 원복은 꺼내기만 해도 난리가 나 1년 다니는 동안 한 번도 입혀본 적이 없었다.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 손수건을 만지작거리며 우는 애를 품에 안고 어린이집 계단에 앉아 30여 분을 흔들고 어르고…. 힘겨운 날의 연속이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나아지긴 했다. 하지만 지금 7살인 이 녀석은 코로나로 유치원을 3개월이나 쉬고 나서 다시 '적응 병'이 도졌다. 요즘도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슬픈 표정으로 "엄마 주말은 몇 밤 자야 와?"라며 묻는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전적으로 의존해 온 나로선 육아는 전쟁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에겐 아이 둘을 키워가며 사는 일은 그야말로 헬(hell:지옥)이란 표현이 어울린다. 아파도 아플 수 없었고 남편과의 다툼도 늘었다. 집으로 퇴근이 아닌 다시 출근, 주말도 없는 일상에 지치기 일쑤였다. 그래도 이렇게 힘들다고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다. 어린이집 휴원이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맞벌이 부부의 고충에 대한 기사라도 나오면 어떤 이들은 '맞벌이가 유세냐', '더 많이 벌어 자기들 쓰고 싶은 대로 쓰고 살려고 맞벌이하는 거면서 징징대지 마라', '왜 니 자식을 나라가 책임져야 하냐'는 댓글로 쏘아붙이기도 한다. 틀린 말도 아니다. 내 자식은 내가 알아서 키우는 것이 맞지.

하지만 외벌이, 맞벌이를 떠나 요즘의 육아는 옛날의 개념과 다르다고 본다. 인구감소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감소는 이제 '인구 절벽'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그 만큼 국가 차원에서 가정 내 육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인구 자연감소가 지속되면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섰고, 올해는 최초로 연간 출생하는 아기의 수가 30만 명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청년들이 결혼을 포기하고 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독박 육아', '지옥체험'에 빗대기도 하니 결혼을 꺼리는 것도 이해된다. '아둘(아들 둘) 맘'인 나 역시 자식들에게 결혼을 강요하고 싶은 마음이 1도 없다. 부모가 된다는 게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지 알기 때문이다.

육아 말고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집값도 문제다. 10년 전에는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다고 해서 '3포 세대'로 불렸는데, 지금은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마저 포기해 '5포 세대'로 부른단다. 직장인들 월급은 제자리인데 계속 오르는 집값은 청년들에게 엄청난 부담이다. 청년들이 부부가 되어서도 내 집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게 해주는 주택정책도 꼭 필요하다. 취업이나 결혼, 내 집 마련 걱정 없이 청년들이 마음껏 사랑하고 결혼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이들이 부모 되기를 포기하지 않는 나라가 되어야만 미래가 보다 희망적이지 않을까.
원영미 편집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의료원 ‘어떻게 지을까’… 시공사 공고 앞두고 주민·의료계 의견 듣는다
  2. 대전 여야, 2차 중앙행정기관 세종 이전 놓고 '공방전'
  3. 대전교도소·대전의사회 협력, 수용자 대면진료 ‘메디컬센터’ 전국 첫 개설
  4. 부산 70세 이상 버스 교통비 지원, 조례 제정 추진
  5. 32사단, 대둔산에서 6·25 전사자 유해발굴 착수
  1. '대학생이 제안한 위성을 우주로'…항우연 경연대회 7개 팀 선정
  2. 90년 역사 품은 테미오래,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예술공간으로
  3. 대전 금연구역 5만여 곳에 지도원 35명… 단속 한계에 정책 실효성 의문
  4. 대전 서구 '구청장 직통문자' 100일…민원 999건 접수
  5. 탈석탄 충남, 신재생 전환 이익 절반은 역외로

헤드라인 뉴스


대전교도소 수용자 대면진료 ‘메디컬센터’ 전국 첫 개설

대전교도소 수용자 대면진료 ‘메디컬센터’ 전국 첫 개설

대전교도소가 전국 교정시설 중 처음으로 스마트 메디컬센터를 구축하고 대전시의사회와 협력해 수용자에게 가장 필요한 안과와 이비인후과 그리고 신경과에 대한 시설 내 전문진료를 시작한다. 2005년 교정시설의 원격진료가 허용된 이후 수용자 의료처우 개선을 위한 가장 혁신적인 도전으로 여겨져 주목받고 있다. 법무부는 22일 유성구에 위치한 대전교도소에서 스마트 메디컬센터 개소식을 갖고 새롭게 조성하고 확보한 시설과 장비를 소개했다. 이날 법무부 교정본부 권창모 의료과장과 이동철 의료 교정관이 참석하고, 김재술 대전교도소장 주관으로 임정혁..

세종 `장애인 학대사건` 무혐의 뒤집혀… 시설 직원 구속 송치
세종 '장애인 학대사건' 무혐의 뒤집혀… 시설 직원 구속 송치

세종시 장애인 거주시설 학대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시설 직원이 구속 송치됐다. 경찰이 초기 수사 과정의 미흡함을 인정하며 재수사 돌입한 지 5개월 만이다. 세종경찰청 강력마약범죄수사대는 시설 직원 A(30대) 씨를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지난 13일 대전지방공소청에 구속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사건 발생 1년여 만인 지난 5월 재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시설 내 목격자 진술과 A 씨의 근무 시간 등을 토대로 혐의를 입증할 만한 정황을 확보하고 지난 7일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앞서 경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A 씨에게 무혐의 처분..

고교 이주배경학생 급증하는데…대전·세종 한국어학급 `0`
고교 이주배경학생 급증하는데…대전·세종 한국어학급 '0'

대전과 세종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주배경학생이 797명에 달하지만, 이들을 위한 한국어학급은 한 곳도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과 충북이 각각 한국어학급을 운영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대전·세종은 고교 단계의 한국어 교육 기반이 부족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기준 대전지역 고교 이주배경학생은 655명, 세종은 142명으로 집계됐다. 두 지역의 학생 수를 합하면 797명이지만, 고등학교 한국어학급은 모두 운영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