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때 아닌 원피스 논란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때 아닌 원피스 논란

  • 승인 2020-08-10 10:10
  • 신문게재 2020-08-10 18면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이은지 증명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 한 20대 여성의원이 붉은색 짧은 원피스를 입고 등장했다. 이를 두고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복장 지적'이 쏟아졌다.

"정장을 갖춰 입는 국회에서 짧은 원피스 차림은 부적절하다"는 의견과 "복장이 무슨 상관이나"며 구시대적인 시각이라는 반박의 목소리가 대립하며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의원의 이름은 포털사이트 실검 1, 2위에 오르내렸고 급기야 해당 원피스 완판녀로 등극하기에 이르렀다.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간의 복장 지적을 의식한 듯 "국회의 권위는 양복으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일하기 편한 옷을 입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소속 정당도 "성차별적인 편견을 담은 비난"이라며 비호에 나섰다.

알고보니 의원의 '원피스 등원'은 동료 의원들과 사전에 협의된 작은 이벤트 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쉬이 가라앉지 않은 이유는 '왜 하필 지금이냐'는 시선이다.



코로나 장기화에 폭우 피해까지, 나라 안팎으로 우환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회에서 '원피스 이벤트'를 벌였다는 사실은 생사를 오가고 생계가 캄캄해진 국민들의 입장에선 좋게 보일리 만무하다.

남성 중심 의복문화의 관행을 깨고 싶었다는 개인의 취지와 목적이 분명하다고 하더라도 불필요한 논란을 예상하면서까지 이 시기에 꼭 이벤트 욕심을 부려야만 했을까?

물론 그가 주장한 것처럼 형식보다 중요한 건 내용이다. 정장에 구두라는 관행을 벗어던지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일에 집중해 몇배의 능률을 올렸다면 말이 달라질 수 있다.

사람들은 한 개인이 주장하는 사실의 옮고 그름보다 그 사람의 평판이나, 행동, 말을 전하는 태도로 신뢰 여부를 결정짓는다고 한다. 정당한 취지와 목표가 뒷받침 되려면 그 내면적 의미를 전달하는 과정 또한 합리적이어야만 한다.

장소와 상황에 맞는 격식을 갖춘다는 것은 법에 새겨져 있지 않더라도 사회 통념상의 예의로 받아들여진다. 더구나 정당이나 기관, 단체에 소속 돼 있는 사람이라면 개인을 넘어 그 단체의 대표성을 띠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대중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본인만의 개성을 표현하고 싶었다면 머플러나, 구두 등 포인트를 주는 패션 소품을 활용하되, 입법기관에 대한 어느 정도의 격식을 갖춘 옷차림이었더라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물론 개성과 격식, 그 사이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것은 개인의 센스에 달렸다. 일터에서 바지든 치마든 일하기 좋은 실용적인 옷차림을 싫어할만한 사람은 없지 않은가.

재기발랄한 20대 젊은 의원의 이번 이벤트가 '꼰대'냐, 아니냐의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 남성 중심의 복식 관행을 탈피하는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 "원피스 말고 일하는 모습을 봐달라"는 의원의 말처럼 옷차림 보단 결과물로 주목 받았으면 한다.

이은지 편집 2국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건양어린이집 원아들, 환우를 위한 힐링음악회
  2. 세종시체육회 '1처 2부 5팀' 조직개편...2026년 혁신 예고
  3. 코레일, 북극항로 개척... 물류망 구축 나서
  4. 대전 신탄진농협,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행사 진행
  5.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1. [교단만필] 잊지 못할 작은 천사들의 하모니
  2. 충남 김, 글로벌 경쟁력 높인다
  3. 세종시 체육인의 밤, 2026년 작지만 강한 도약 나선다
  4. [아이 키우기 좋은 충남] “경력을 포기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우수기업이 보여준 변화
  5. 대전웰니스병원, 환자가 직접 기획·참여한 '송년음악회' 연다

헤드라인 뉴스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완공 시기가 2030년에도 빠듯한 일정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임 기간인 같은 해 6월까지도 쉽지 않아 사실상 '청와대→세종 집무실' 시대 전환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세종 집무실의 조속한 완공부터 '행정수도 완성' 공약을 했고, 이를 국정의 핵심 과제로도 채택한 바 있다. 이 같은 건립 현주소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가진 2026년 행복청의 업무계획 보고회 과정에서 확인됐다. 강주엽 행복청장이 이날 내놓은 업무보고안..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지역구 18명+비례 2명'인 세종특별자치시 의원정수는 적정한가.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19+3' 안으로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구수 증가와 행정수도 위상을 갖춰가고 있으나 의원정수는 2022년 지방선거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16+2'로 적용했다. 이는 세종시특별법 제19조에 적용돼 있고, 정수 확대는 법안 개정을 통해 가능하다. 12일 세종시의회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명분은 의원 1인당 인구수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인구수는 2018년 29만 4309명, 2022년..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