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팔불출(八不出) 연가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팔불출(八不出) 연가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 승인 2020-08-10 11:13
  • 신문게재 2020-08-11 19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올여름 장마는 콰이어트 플레이스(A Quiet Place) 공포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상청 일기예보를 비웃듯 6월부터 시작된 장마의 우기가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끔찍하게 전국을 유린하고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장마가 끝나기만 기다렸지만, 어느새 8월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8월은 우리에게 휴가를 주는 고마운 달이지만 수마가 할퀴고 간 자연재해 앞에 망연자실한 해바라기가 고개를 숙이고 능소화 백일홍이 땀을 뻘뻘 흘리고 있습니다. 아직도 전국은 비상대기중이지만 대청호는 오랜만에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을 넉넉하게 담고 있습니다.

대청호는 충남 대덕(大德)의 '대(大)'와 충북 청원(淸原)의 '청(淸)'을 붙여 만들어진 인공호수로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큰 댐입니다. 대청호 오백리길은 총연장 220㎞ 27개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대전지역은 6개 구간 68.6㎞이지요. 그중 윗말뫼로 시작되는 호반낭만길 4구간 12.5㎞는 자연경관이 뛰어나 대청호 둘레길 중 으뜸입니다. 연꽃마을, 황새바위, 습지공원, 대청호생태관 그리고 카페 더리스가 있으며 2005년 '슬픈연가'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지요.

아내는 2년 전 첫 개인전을 열며 '화려함도 강렬함도 내 것으로 삼기에는 마음에 두지 못해 내면의 사유를 찾아가는 방법으로 수묵을 찾았고 계절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서정으로 담아 표현하였습니다. 그저 흐르는 대로 순리에 따르는 물이 좋아 오가며 만났던 대청호의 풍경을 펼쳐놓고 보니 허허로운 물과 하늘 잔잔한 수초들이 저를 많이 닮았네요.' 그렇습니다. 지천명에 만학으로 자신을 수양하기 위한 방편으로 먹빛을 처음 접하고 그 침묵의 색이 좋다던 사람이었지요. 아내는 지난 10여 년 동안 그 대청호에서 유경백별우신지(柳經百別又新枝)로 깨어나는 봄을 만났고, 월하(月河)의 밤 그 많은 그리움을 윤슬로 풀어내더니만 온종일 억새로 흔들리던 가을바람 쫓아 휘청이는 아침을 맞다가, 추소정 녹음이 절정으로 치닫는 여름날 정절처럼 소나무 하나 우뚝 새겨놓고 부소담악(芙沼潭岳)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7월 24일에는 동구청에서 천야(天也) 정영미 작가의 '대청호 풍경' 기증식을 가졌었지요. 동구문화원 이전 개원 초대전에서 지역예술발전을 위해 작품 기증 의사를 밝혔던 이 작품은 동구8경 중의 하나이자 '2020년 언텍트 관광지 100선'으로 선정된 대청호 풍경을 주제로 한 500호(391.5×89.5㎝) 수묵담채화였습니다. 이날 동구청을 방문하는 동구민들과 직원들에게 이 그림이 문화예술 향유 제공의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그대가 무척 자랑스러웠습니다. 대한어머니회 대전광역시회장, 동구문화원부원장, 푸른꿈어머니봉사단장, A+E 대표로 바쁜 사회 활동을 하면서도 국전초대작가가 되기까지 수행자처럼 묵묵히 예술의 길을 걸어온 그대에게 뜨거운 찬하를 보냅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팔불출이 된 것 같습니다. 팔불출이란 인간의 홀로서기 계훈(誡訓)으로 좀 모자란 덜 떨어진 어리석은 사람을 일컫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제자랑 자식 자랑, 마누라 자랑을 하며 우쭐대는 것은 생존의 방법으로 팔불출을 권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아간다는 반증이겠지요. 사실은 '아이구, 저 팔불출 같으니라고'라며 혀를 차는 사람들도 어쩌면 역설적 부러움의 표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칭찬이나 자랑이 너무 지나치면 자화자찬의 꼴불견이 되겠지만 그래도 제 고삐를 씹는 교편지마 보다야 훨씬 낫지 않을까요.

8월의 그대에게 앤플라잉(N Flying)의 '널 위해 준비한 이 노래를 듣고 있다면 이리 와서 안겨 모두가 팔불출이라 말해도 괜찮아 널 위해서라면 Oh my girl' 팔불출의 연가를 띄워 봅니다. 그대 그림이 그리움에서 출발하고 그 그리움의 본질이 사랑이라면 퍼즐을 맞추듯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이 세상의 빈칸을 채워가는 행복이 되었으면 합니다.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봉명동 시대 가고 '옥산 시대' 온다… 청주 농수산물 시장의 화려한 변신
  2. 전광석화처럼 뚫린 대전 숙원사업… 멈춘 현안들 속도전
  3. 내일부터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첫 주는 출생년도 끝자리 요일제 적용
  4. 세종교육감 2차례 여론조사… 단일화 효과 반영되나
  5. 한밭대 우주국방첨단융합학과, 미래 안보·우주 인재 양성
  1. 출연연 공통행정 반대 목소리 잇달아 "중앙집중 통제 수단 변질"
  2.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
  3. "부동층 잡아라" 대전교육감 예비후보 세 결집 표심 쟁탈전
  4. [주말 사건사고] 4월 마지막 주말, 화재로 인명·재산피해 잇따라
  5. 지난해 둔산·탄방 엘리베이터 나흘에 한번씩 멈췄다

헤드라인 뉴스


[기획] 선거때마다 장밋빛 청사진…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 ‘찬밥’

[기획] 선거때마다 장밋빛 청사진…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 ‘찬밥’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최대격전지이자 민심 바로미터인 충청 민심 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정치권은 선거철마다 지역 현안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충청의 표를 애걸한다. 광역교통망 구축과 국가사업 유치, 대전교도소 이전, 원도심 활성화, 청년 유출 대응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여러 국정 현안에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흐지부지 되기 일쑤다. 지역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주요 현안 상당수가 이처럼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중도일보는 충청의 명운이 달린 6·3 지방선거를 30여 일 앞두..

"맛있는거 사먹을거에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시작… 취약계층 발길
"맛있는거 사먹을거에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시작… 취약계층 발길

27일 점심시간을 앞두고 찾은 대전 중구 오류동 행정복지센터. 민원실은 각종 서류를 발급받으려는 시민들로 붐볐지만, 한쪽에 마련된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창구는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때와 달리 비교적 한산했다. 긴 대기줄과 혼잡은 보이지 않았고, 조용히 신청을 마치고 돌아가는 시민들만 오갔다. 이날 창구에서 신청을 마친 차상위계층 오 모(70) 씨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오 씨는 지원금으로 무엇을 할 생각이냐는 물음에 "우리 같은 영세한 사람들은 이럴 때 한번 기분 내는 거지"라면서 "지인들과 맛있는 걸 사 먹을 계..

"파티원 구합니다"… 고물가 장기화에 대형마트·배달음식 소분
"파티원 구합니다"… 고물가 장기화에 대형마트·배달음식 소분

고물가 시대, 대형마트에서 상품을 나누거나 배달음식을 여러 사람이 소분하는 음식 나눔 모임이 생겨나고 있다. 그동안 창고형 대형마트 등에서 구매한 물품을 서로 나누는 형식은 자주 목격됐으나, 고물가 장기화에 일반 대형마트와 배달음식을 나누는 새로운 형식의 모임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27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과 SNS 등에는 대형마트부터 배달음식까지 다양한 분야의 소분 모임이 형성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에서 구매한 상품을 N분의 1하는 형식의 소분 모임이 중심이다. 설명 글에는 "각종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고유가 피해지원금 취약계층부터 지급 시작 고유가 피해지원금 취약계층부터 지급 시작

  • ‘3칸 굴절차량’ 실제 도로주행도 무난히 통과 ‘3칸 굴절차량’ 실제 도로주행도 무난히 통과

  • ‘초단기 계약, 임금 꼼수’…아파트경비원 처우 개선 촉구 ‘초단기 계약, 임금 꼼수’…아파트경비원 처우 개선 촉구

  •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