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소고(小考)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소고(小考)

강병수 충남대 교학부총장

  • 승인 2020-08-11 23:11
  • 신문게재 2020-08-12 19면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강병수
강병수 충남대 교학부총장
행정수도 이전 가능성이 있었던 시기를 보면 1970년대 말 박정희정부가 공주시 장기면에 구체적인 수도계획을 수립했을 때와 2004년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을 내세워 위헌판결을 내리던 노무현정부 때였다. 그리고 지금 2020년 문재인정부 때이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지난 정부의 생각은 모두 다르다. 그 이유는 역사적 관점에서 찾아봐야 한다. 바로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의 관점이다. 19세기말 탄생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며, 능력과 노력에 따라 잘 살 수 있는 자유를 국민들에게 부여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빈부격차가 심해졌고, 이를 해결하고자 자유보다는 평등을 강조하는 사회민주주의가 탄생했다. 자유민주주의는 최후의 보루로 복지정책을 추구해 왔으나, 여전히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서유럽 국가들은 사회민주주의를, 동유럽 국가들과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완전 평등사회인 공산주의 국가로 이념적 패러다임을 수용했다.

그러나 세기적 경쟁을 통해 공산주의 이념은 없어지고 사회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양 축으로 하여 중간 어느 영역에서 국가가 운영되고 있다. 박정희 정부 때는 서울의 과밀 폐해와 규모의 불경제를 제거하기 위해 지방으로 수도를 이전하려 했으며, 이는 자유민주주의 개념과 일치한다.

그러나 노무현정부 때 수도이전은 규모의 경제나 경제적 효율성보다는 모든 국민이 다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평등의 입장인 국가균형발전 차원이었으며, 사회민주주의 가치의 발현이었다.

이런 잠재된 이념들이 정책화되고 집행되면서 다수의 국민들이 사회민주주의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자유민주주의 이념이 강하면 자본의 원리에 따라 공간(空間)적 집중을 가져올 수밖에 없고, 사회민주주의 이념이 강하면 공간적 분산을 유도하게 된다. 자유민주주의를 택하는 국가와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의 공간적인 집중과 분산을 보면 확연히 구별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행정수도 이전은 또 다른 중요한 변수가 있다. 이념적 가치와는 다른 수도권과 비수도권과의 인식(認識)의 차이이다.

수도권 시민들은 수도 서울에 사는 것 하나만으로도 프라이드를 가진다. 장소와 사회적 지위가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는 것이다. 수도가 서울이어야 가능하다고 믿는 것이다. 수도가 이전되면 더 이상 그와 같은 지위를 누리지 못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수도권 시민들은 모든 지역이 평등하게 잘 살기 위해, 환언하면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이에 반해 비수도권 시민들은 지방소멸시대를 맞아 국가균형발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2018년 개헌(改憲) 때 정부 개헌안에 세종시의 행정수도 명문화가 빠지고 법률에 위임하는 안이 포함되었다. 그 이유는 '추가적인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아쉬웠다. 왜냐하면 2004년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을 들어 위헌 판결을 내릴 때와는 달리 국민의 다수가 '행정수도는 세종시'라고 인식하고 있었고, 국민투표가 진행된다면 통과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행정수도를 법률에 위임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회의 여·야 분포를 보면 현실적으로도 가능해 보인다. 이미 법률에 위임되어 있기 때문에 수도가 세종시라는 국회 안이 도출되면 이전의 수도이전에 관한 관습헌법을 대체하게 돼 문제는 없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관습헌법을 더 이상 들먹이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그러나 이런 적법하고 가능한 과정을 밟는 대신 국민투표라는 카드를 꺼낸 것은 대선을 향한 또 한 번의 행보인 것 같아 안타깝다. /강병수 충남대 교학부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중수청 예산 순위도 밀린 대전… 세종 임시청사 장기화 우려
  2. [통(通)하는 충남, 시험대 선 박수현 충남지사의 소통 리더십] ③ 혁신도시의 완성을 향한 공공기관 및 산단 유치
  3. 방학 중 돌봄 공백 커지나…대전 교육공무직노조 총파업 예고
  4. 충남대병원 보수공사 기간 제1주차장 폐쇄…가뜩이나 혼잡한데 환자 불편예상
  5. 특허법원, 한남대·충북대와 지식재산 재판 현안 논의
  1. "토큰부터 무선충전 전기버스까지" 특구1번 오창수 기사 본 '창밖'
  2. 농어촌 기본소득, 청양군에 불어온 활력의 바람
  3. 대전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둔산 2곳·송촌 1곳 '낙점'
  4. [춘하추동] 기후위기 시대, 폭염 대응의 새로운 기준
  5. 민주노총대전본부, 폭염감시단 발족...차별 없는 폭염 대책 전면 적용촉구

헤드라인 뉴스


[기획-옅어진 대전 문인의 흔적] ② 주차장이 된 박용래 집터

[기획-옅어진 대전 문인의 흔적] ② 주차장이 된 박용래 집터

도시의 기억은 결국 사람과 장소에 남는다. 대전에도 지역 문학사의 흐름을 이어온 문인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지만, 정작 그 자취는 시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못한 채 멀어지고 있다. 묘역은 찾기 어렵고, 생가는 사라졌으며, 지역의 문학적 자산을 기리려는 노력은 행정의 체계적 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본보는 '옅어진 대전 문인의 흔적' 기획을 통해 대전 문학유산 보존의 현주소와 지역 문화 행정의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르포] 산길 끝 김호연재 묘역, 문학관 논의도 길 잃었다 ② 주차장이 된..

대전 선도지구 발표… 둔산 신청 구역들 `희비교차`
대전 선도지구 발표… 둔산 신청 구역들 '희비교차'

대전 노후계획도시정비 선도지구 선정 결과에 신청 구역들의 희비가 교차했다. 일부 구역은 결과를 수용하고 2차 공모 준비에 나섰지만, 자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예상했던 구역은 평가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검토하는 등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15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대전 선도지구 공모에는 둔산지구 9곳과 송촌(중리·법동)지구 1곳 등 총 10개 구역이 신청했다. 1차 선도지구 공모 결과 총 3개 구역이 선정됐다. 둔산지구에서는 13구역(크로바·목련)·14구역(한가람·공작)이, 송촌지구는 6구역(보람·삼익소월)이 이름을 올렸다. 반..

대통령 업무보고 첫날, 지방주도 성장 우대·지원정책 봇물
대통령 업무보고 첫날, 지방주도 성장 우대·지원정책 봇물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두 번째로 열리는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지방주도 성장을 위한 다양한 우대 정책과 지원 방안들이 쏟아졌다. 재정경제부는 재정과 금융·세제·규제·기술·인재·인프라 등 7대 패키지를, 국세청은 지역기업 세무조사 유예 등을, 조달청은 비수도권 기업의 수주기회 확대와 판로 지원, 관세청은 권역별 첨단산업 집중 지원 등을 내놨다. 국가데이터처는 지역 관련 정보통계를 확충하고, 금융위원회는 지방금융 격차 해소에 나선다. 이 대통령 주재로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업무보고 첫날, 재경부와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국가데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제헌절에 대해 공부해요’ ‘제헌절에 대해 공부해요’

  • 나에게 맞는 대학은? 나에게 맞는 대학은?

  • 초복 앞두고 북적이는 삼계탕집 초복 앞두고 북적이는 삼계탕집

  • ‘집 밖이 더 낫다’…쪽방촌의 힘겨운 여름 나기 ‘집 밖이 더 낫다’…쪽방촌의 힘겨운 여름 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