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코로나바이러스와 고령자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코로나바이러스와 고령자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장

  • 승인 2020-09-07 00:58
  • 신문게재 2020-09-07 18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박재묵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장
며칠 전 호주 총리를 지낸 토니 애벗(Tony Abbott)이 던진 한마디가 코로나-19 치료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를 쟁점화하고 있다. 총리 시절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애벗은 런던에서 가진 초청연설에서 현 호주 정부가 취한 코로나-19 관련 봉쇄정책을 '건강 독재'라고 비판하면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고령자들은 자연사하게 내버려 둬야 한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그를 비정하기 짝이 없는 사람으로 보게 되었음은 물론이고, 호주의 현 총리는 애벗의 주장에 맞서 모든 생명은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조사 자료에 근거한 주장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고령자도 차별 없이 코로나-19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대체로 그런 윤리감각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고령자 역차별을 연상케 하는 행동과 발언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태리에서는 고령자 치료를 거부한 사례가 있고, 영국의사협회는 인공호흡기 사용 기회를 젊은 층에게 우선적으로 부여할 것을 권장한 바 있고, 미국에서는 주 정부의 고위층이 노인들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경제 활동을 정상 상태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망자가 고령자 층에서 나오게 되자, 코로나-19를 '베이비붐 세대 제거자'로 부름으로써 고령자 사망을 희화화한 일도 있었다.



위에서 본 다양한 사례 중에서 고령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연령층에 따라 의료 접근 기회를 차별적으로 부여하자는 것'이다. 고령자의 의료 접근 기회를 제한하고 그 대신 젊은 층의 기회를 확대하자는 것은 어떤 점에서 고령자의 생존 자체를 송두리째 위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차별적 의료서비스 제공은 의료자원(인력, 시설, 장비 등)이 크게 부족하여 모든 환자에게 골고루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극단적 상황에서 제안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굳이 선택을 해야 한다면 '생존 가능성'이 높은 젊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다소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령자의 생명이 젊은 층의 생명에 비해 값지지 않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국내 통계 자료를 보면, 고령층보다 젊은 층의 '생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선 코로나-19 감염자의 사망률은 연령층별로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9월 5일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총 333명인데, 그 중 80대 이상이 169명으로 50.8%를 차지하고 있고 그 다음으로 70대가 100명으로 30.0%를 차지하고 있다. 반대로 20대 이하에서는 한 사람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다. 치명률 역시 연령층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 전체의 치명률은 1.58%인데 반하여 80대 이상에서는 19.9%이고 70대에서는 6.3%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는 기저질환 등으로 인하여 고령자의 생존 조건이 얼마나 열악한가를 드러내주는 것일 뿐, 치료를 포기해야만 하는 근거는 아니다. 오히려 이 자료는 '생존 가능성'을 같게 하려면 고령자들에게 보다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추가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고령자들은 과거 어느 세대도 겪지 않았던 고통과 수모를 받고 있다. 외국의 일이긴 하지만, 의료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고령자 후순위가 공공연하게 논의되고 있고, 일부 보수적 정치인들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고령자들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향후 우리가 희망을 걸고 있는 백신이 개발될 경우에도 투약의 우선순위를 둘러싸고 또 다시 차별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평등하고 보편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해주는 제도가 공고화되어야 할 것이다.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불당중 폭탄 설치 신고에 '화들짝'
  2. 대전방산기업 7개사, '2025 방산혁신기업 100'선정
  3.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4. 의정부시 특별교통수단 기본요금, 2026년부터 1700원으로 조정
  5. "신규 직원 적응 돕는다" 대덕구, MBTI 활용 소통·민원 교육
  1. 중도일보, 목요언론인상 대상 특별상 2년연속 수상
  2. 대전시, 통합건강증진사업 성과공유회 개최
  3. [오늘과내일] 대전의 RISE, 우리 지역의 브랜드를 어떻게 바꿀까?
  4. 대전 대덕구, 와동25통경로당 신축 개소
  5. [월요논단] 대전.세종.충남, 문체부 지원사업 수주율 조사해야

헤드라인 뉴스


`벌써 50% 돌파`…대전 둔산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동의율 확보 작업 분주

'벌써 50% 돌파'…대전 둔산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동의율 확보 작업 분주

대전시의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계획안이 최근 공개되면서, 사업대상지 내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선도지구 선정을 위한 동의율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일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전 둔산지구 통합14구역 공작한양·한가람아파트 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최근 다른 아파트 단지 대비 이례적인 속도로 소유자 동의율 50%를 넘겼다. 한가람은 1380세대, 공작한양은 1074세대에 이른다. 두 단지 모두 준공 30년을 넘긴 단지로, 통합 시 총 2454세대 규모에 달한다. 공작한양·한가람아파트 단지 추진준비위는 올해..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위기의 소상공인 다시 일어서다… 경영·디지털·저탄소 전환까지 `맞춤형 종합지원`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위기의 소상공인 다시 일어서다… 경영·디지털·저탄소 전환까지 '맞춤형 종합지원'

충남경제진흥원이 올해 추진한 소상공인 지원사업은 경영개선부터 저탄소 전환, 디지털 판로 확대, 폐업 지원까지 영역을 넓히며 위기 대응체계를 강화했다. 매출 감소와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도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경영지원금을 지급하고 친환경 설비 교체와 온라인 마케팅 지원 등 시장 변화에 맞춘 프로그램을 병행해 현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진흥원의 다양한 지원사업의 내용과 성과를 점검하며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우수사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충남경제진흥원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구제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시스템..

유성복합터미널 1월부터 운영한다
유성복합터미널 1월부터 운영한다

15여년 간 표류하던 대전 유성복합터미널이 1월부터 운영 개시에 들어간다. 8일 대전시에 따르면 유성복합터미널의 준공식을 29일 개최한다. 유성광역복합환승센터 내에 조성되는 유성복합터미널은 총사업비 449억 원을 투입해, 대지면적 1만5000㎡, 연면적 3858㎡로 하루 최대 6500명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로 건립된다. 내년 1월부터 서울, 청주, 공주 등 32개 노선의 시외 직행·고속버스가 운행되며, 이와 동시에 현재 사용 중인 유성시외버스정류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4월까지 정비를 완료할 예정이다. 터미널은 도시철도 1호선과 BR..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