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경청의 힘, 따뜻한 언어… 권덕하 시인 '귀를 꽃이라 부르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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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경청의 힘, 따뜻한 언어… 권덕하 시인 '귀를 꽃이라 부르는 저녁'

  • 승인 2020-09-29 10:02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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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다며, 환청도 난청도 다 꽃의 일이라며, 노루귀 꽃 고요의 바람결이 내 귀를 꽃이라 부르는 저녁'

권덕하 시인은 언어는 따뜻하고 생동감 있다. 시를 읽어 내려갈수록 시인이 그려내는 세계가 하나하나 그려진다. 이토록 정성껏 세상을 바라봐 주는 시인이 있다니 고마운 일이다.

대전에서 태어난 권덕하 시인의 '생강 발가락', '오래'에 이은 세 번째 시집 '귀를 꽃이라 부르는 저녁(실천문학사)'이 나왔다.

귀꽃은 석등이나 돌탑 귀마루 끝에 새긴 꽃 모양의 장식이다. 옛 사람들은 귀꽃이 핀 석탑 주변을 돌며 소원을 빌었는데 시인은 귀꽃에 담긴 옛이야기, 아픈 말들에 귀 기울이고 있다.

시인은 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 몸에도 귀꽃이 있는데 모르고 살았습니다. 귀에게 부끄러워집니다. 부끄러운 것은 난데 귀가 먼저 붉어지는 것을 보면 귀는 꽃과 혈연이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귀를 귀꽃이라 부르고 꽃을 귀꽃이라 부르면 귀와 꽃이 동시에 상응하여 생동하는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어쩌면 이번 시집은 제목처럼 귀꽃이 들려주는 세상의 시름, 아픔, 걱정을 시인만의 따뜻한 언어로 보듬어주는 그 밤을 담아낸 것은 아닐까.

김현정 문학평론가는 시집 발문을 통해 "온갖 현란한 시각적 형상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또한 시인은 남의 말에 오랫동안 귀 기울일 줄 아는 넉넉한 몸가짐을 통해 경청하는 힘의 사회적 가치를 드러낸다"고 했다.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가을소리도 벗어놓은 양말 한 켤레까지도 품어주고, 소외된 현실과 애통한 역사의 상흔까지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건 시인의 힘이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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