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이혼은 전략이다

  • 오피니언
  • 전문인칼럼

[전문인칼럼]이혼은 전략이다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 승인 2020-11-08 10:01
  • 신문게재 2020-11-09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변호사김이지사진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변호사들이 다루는 법률사건 중 사건 수가 가장 많은 분야는 단연코 성범죄와 이혼이다. 우연히도 개인의 가장 내밀하고 사적인 부분에 차갑고 딱딱한 법이 개입한다는 공통점 아닌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필자는 대전 지역 여성 변호사로서 여성들의 이혼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10년 가까이 법률가로 일하면서 또 이혼 분야를 다루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모든 소송 사건이 다 그런 면이 있겠으나, 이혼은 특히 '전략'이 너무도 중요한 분야이다. 왜냐하면, 이혼은 새로운 삶을 위한 전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적이 누구인가. 자기와 가장 가까이에 살 맞대고 살던 사람이 아닌가. 누구보다 나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이 적이 되었다. 보통 치열한 전쟁이 아니다.



전략이란 한자를 살펴보면, 전략(戰略) 즉, 싸움을 생략한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전략은 싸우지 않고도 전쟁에서 이기게 하는 것이다. 이혼에서의 전략은, 처절한 싸움 없이도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것으로, 나와 상대방이 처한 상황이나 적용 가능한 법리, 나아가 인간 심리까지 전부 활용해 고안해내는 것이다. 단순히 정면 승부만을 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이러한 사례가 가끔 있다. 남편이 부정행위를 하고 있고, 상간녀가 졸라서 이혼하려고 한다. 그런데 부인은 남편이 너무 미워서 자신도 이혼하고 싶다. 이런 경우 남편이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 부인은 '반소'라는 것을 제기하고, 남편의 잘못을 이유로 이혼한다는 판결을 받으면서 위자료를 받아 챙길 수 있다. 그러면 당장 그렇게 할 것인가?



아니다. 상황을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자. 부인은 당장 이혼을 하면 수입도 없고 재산분할도 얼마 받지 못할 것 같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법에서는 많이 인정하지도 않는 위자료만 조금 받고 이혼을 하자니 이 얼마나 억울한 결과인가.

이럴 때는 정면승부를 피하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남편은 유책배우자이다.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법원이 허용을 안 한다. 바로 이러한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부인이 반소를 제기하면 얼씨구나 할 사람은 바로 남편이다. 상간녀는 이혼을 종용하고 남편은 이혼해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부인이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보자. 부인은 이혼을 원치 않고 남편을 용서하며 그가 가정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고 하면, 법원은 남편의 이혼 청구를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유책배우자가 잘못이 없는 배우자를 축출하는 이혼은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인이 이혼을 원치 않는 상황에서, 남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재산을 상당 부분 분할해주고 위자료도 듬뿍 지급하는 조건으로 부인이 이혼에 동의할지도 모른다. 네 잘못, 내 잘못을 다투는 정면 승부를 피하고 오히려 이혼하지 않겠다는 주장을 펼침으로써 부인은 가장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 이것이 바로 전략이다.

전쟁은 전략이 있어야 승리할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 성공을 위해, 인천상륙을 진짜로 실시하기 전에 적을 교란시키기 위한 수많은 비슷한 전투가 있었다고 한다. 그 결과 진짜 작전이 실시 될 때는 적의 방심을 이끌어낸 것이다.

최근 맡은 기가 막힌 이혼 사건이 있었다. 분노와 복수심으로 불타는 의뢰인을 진정시키고, 당장 싸움을 피하면서 가장 많은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전략을 고안해드렸다. 필자는 손자병법 군쟁편에 나오는 '풍림화산(風林火山)'을 떠올리면서, 의뢰인과 함께 지금은 숲처럼 산처럼 고요하고 묵직하게 엎드려 있다.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바람처럼 불처럼 그들을 와락 덮칠 것이다.

가장 유리한 이혼을 위해서는 단순하면 안 된다. 이혼은 전략이다.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천변고속화도로 역주행 사고 경차 운전자 사망
  2. "설 연휴 대전 백화점과 아울렛 휴무일 확인하고 가세요"
  3. 충남교육청 "설 명절 주차, 걱정마세요" 도내 교육기관 주차장 무료 개방
  4. 설 귀성길… ACC 사고 사망자 10명 중 7명은 ‘ 주시 태만 ’
  5. 지방선거 후 '세종시 3분기'...새로운 전환점 맞는다
  1. 대전 백화점과 아울렛이 준비한 설 연휴 볼거리와 즐길거리는?
  2. 초등 졸업때 미래 나에게 쓴 편지 20년만에 열어보니…대전원앙초 개봉식 가져
  3. '학교급식법' 개정, 제2의 둔산여고 사태 막을까… 새학기 학교는?
  4. 이제는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명절 모습
  5. 천안법원, 장애인 특별공급 노리고 아파트 분양권 판매한 일당 징역형

헤드라인 뉴스


[그땐 그랬지] 1992년 설날, ‘홍명’과 ‘중앙’ 장악한 청춘들

[그땐 그랬지] 1992년 설날, ‘홍명’과 ‘중앙’ 장악한 청춘들

1992년 2월 4일 설날, 대전 원도심의 극장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OTT도, 멀티플렉스도 없던 시절, 명절 연휴 극장은 시민들에게 최고의 오락이자 문화를 향유하는 유일한 창구였다. 당시 본보(중도일보)에 실린 빼곡한 극장 광고는 그때의 열기를 고스란히 증명한다. ▲ 홍콩 액션과 할리우드 대작의 격돌 광고의 중심에는 당시 극장가의 '흥행 보증수표'였던 홍콩 영화와 할리우드 액션물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홍콩연자(香港燕子)'는 당시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대변하며 중장년층과 청년층을 동시에 공략했다. 할리우드 액션물의 위세도 대..

한국 최초 근대교육기관 설립한 선교사 `친필 서간문집` 복원
한국 최초 근대교육기관 설립한 선교사 '친필 서간문집' 복원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근대교육기관인 배재학당을 설립한 아펜젤러 선교사의 친필 서간문집이 복원된다. 한국전쟁 이후 발견됐던 이 서간문집은 교육과 외교 등 한국 근현대사를 엿볼 수 있는 사료다. 16일 배재대에 따르면, '헨리 게르하트 아펜젤러 친필 서간문집'이 국가기록원 복원 사업에 선정됐다. 서간문집은 중요한 역사적 사료로 인정받아 국가기록원의 보존 처리, 정밀 스캔으로 디지털 파일로 복원돼 연구자와 시민에게 공개된다. 1005쪽에 달하는 서간문집은 배재학당 설립자인 아펜젤러 선교사(H. G. Appenzeller, 1858-19..

지방선거 후 `세종시 3분기`...새로운 전환점 맞는다
지방선거 후 '세종시 3분기'...새로운 전환점 맞는다

2026년 '세종시=행정수도' 완성의 골든타임 한해가 다시 시작됐다. 1월 1일 새해 첫날을 지나 2월 17일 설날을 맞이하면서다. 세종특별자치시는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쪽 행복도시'로 남느냐,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나아가느냐를 놓고 중대 기로에 서 있다. 현실은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 대의 실현에 거리를 두고 있다. 단적인 예로 4년째 인구 39만 벽에 갇히며 2030년 완성기의 50만(신도시)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 중도일보는 올 한해 1~4분기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현안과 일정을 정리하며, 행정수도 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이제는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명절 모습 이제는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명절 모습

  • ‘건강하고 행복한 설 명절 보내세요’ ‘건강하고 행복한 설 명절 보내세요’

  • ‘대전 죽이는 통합법, 절대 반대’ ‘대전 죽이는 통합법, 절대 반대’

  • 누가 누가 잘하나? 누가 누가 잘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