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명품브랜드에서 배우는 ‘혁신’의 미학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명품브랜드에서 배우는 ‘혁신’의 미학

  • 승인 2021-01-23 14:36
  • 수정 2021-01-23 14:42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한세화인물사진
한세화 디지털룸 1팀 기자
나에게도 명품가방이 있다. 오래전에 산 루이비통과 지난 결혼기념일에 받은 버버리. 중저가 브랜드는 몇 개 있지만, 제대로 된 명품가방은 두 개가 전부다. 마니아가 아니어서 명품브랜드에 열광하는 이유를 예전에는 도대체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소유하고 몸과 가까이하다 보니 이 녀석들만의 오묘한 매력을 알 것도 같았다. 단순히 질리지 않는 패턴과 스테디한 디자인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들의 경영철학 내지는 가치관으로 호기심이 커졌다. 말하자면 '장수의 비결'이랄까.

'버버리'는 과거 럭셔리를 추구하는 명품 산업의 특성상 폐쇄적이었다. 그러다 2003년 안젤라 아렌츠가 CEO를 맡게 되면서 큰 변화를 맞이한다. 우선, 새로운 고객이자 미래 소비층인 밀레니얼 세대에 주목했다. 'Fully Digital Transformation' 전략을 내세워 생산부터 조직, 프로세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까지 기업 전반에 일대 혁신을 끌어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TI 조직도 통합해 물류부터 판매 데이터까지 실시간 관리 체제로 전환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패션쇼의 변화다. 밀레니얼 세대들의 감성에 맞춰 당시 론칭한 아이폰5와 아이폰5S를 통해 쇼를 생중계했다. 더불어 애플 뮤직에 버버리 채널을 오픈해 쇼에 사용될 음원을 추천받고 판로까지 확장했다.



'루이비통' 역시 공격적인 경영 행보로 유명하다. 2017년 스트릿 브랜드인 슈프림과 협업해 큰 관심을 끌었다. 상류층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브랜드가 특정 동네 사람들한테만 사랑받는 서민 브랜드에 손을 내민 거다. 파격은 계속됐다. 게임 브랜드인 '리그 오브 레전드'와도 콜라보했다. 게임 내 여성 캐릭터의 옷에 루이비통 모노그램 패턴을 적용하고, 캐릭터 무기에 로고를 새겨 넣었다. 또 온라인에 그치지 않고 제품생산량을 늘려 오프라인까지 판로를 넓혔다.

루이비통과 버버리는 고유의 정통성에서 과감히 탈피해 혁신했다. 혁신(革新)은 '살가죽을 벗겨낸다'라는 뜻을 품고 있다. 수많은 조직에서 시무식 때마다 습관처럼 부르짖는 상투적인 용어로만 인식됐지만, 사실 함부로 써서는 안 되는 용어다. 내 살갗을 벗겨내는 고통에 버금갈 만큼의 노력을 기울이거나 해보지 않은 일을 통해 바꾸거나 고쳐서 새롭게 했을 때 혁신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신축년에 접어들면서 사내 조직이 개편됐다. 기존의 미디어부와 편집부, 몇 개의 출입처가 합쳐져 '디지털룸'으로 재구성됐다. 지방언론에서는 유례없는 파행 행보이기에 관심과 기대, 우려가 뒤섞여있다. 가 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새로운 환경을 마주했을 때 등장할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한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 모든 게 새로워진 이 상황을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과거 코미디프로그램을 보던 세대로서 '유머1번지'에 나왔던 유행어가 생각난다. "잘 돼야 될 텐데…."


한세화 기자 kcjhsh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년 부동산 제도 달라지는 것은?
  2.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8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3. 대전 교육공무직 파업에 공립유치원 현장도 업무공백 어려움
  4. 인도 위 위협받는 보행자… 충남 보행자 안전대책 '미흡'
  5.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1. "내년 대전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 필요"… 대전 시민단체 한목소리
  2. 대전권 9개 대학 주최 공모전서 목원대 유학생들 수상 영예
  3. [인터뷰]"지역사회 상처 보듬은 대전성모병원, 건강한 영향력을 온누리에"
  4. 박정현 "기존 특별법, 죽도 밥도 안돼"… 여권 주도 '충청통합' 추진 의지
  5.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헤드라인 뉴스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전남을 시작해 충청권을 가로질러 수도권으로 향하는 초고압 송전망이 농경지와 주택가, 학교 일원을 경유해 건설될 것으로 예상돼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에 또다시 대규모 국가산업단지를 신설하고 입주 기업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려 지방에 대규모 송전선로를 건설할 때 환경권과 생활권 침해 피해는 지역에 돌아온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17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앞으로 대전을 관통해 건설될 예정인 '신계룡-북천안 345㎸ 송전선로 시설 계획을 규탄하는 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정부는 2022년부터 2036년까지 송변전설..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과 보령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형)가 잇따라 발생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17일 충남 보령시 청소면, 천안시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폐사가 증가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동물위생시험소가 확인에 나섰다. 충남 동물위생시험소가 18일 확인한 결과, H5형이 검출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고병원성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는 1~3일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성환읍 소재 농장은 과거 4차례 발생한 사례가 있고, 청소면 농장은 2022년 1차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22..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이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글로벌 AX(인공지능 전환) 혁신도시'로 거듭난다. 대전시와 한남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KT, 비케이비에너지(주), ㈜엠아르오디펜스는 17일 '한남대 AX 클러스터 및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연구기관과 AI 전문기업을 지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거점센터는 한남대 캠퍼스 부지 7457㎡ 규모에 2028년까지 건립될 예정이다. 이날 협약식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