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55강 알묘조장

  • 문화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55강 알묘조장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1-01-2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55강 : 알묘조장(?苗助長) : 싹을 뽑아주어 싹이 자라는 것을 도와주다

글 자 : ?(뽑을 알), 苗(싹 묘), 助(도울 조), 長(어른 장 / 자랄 장 / 긴 장)

출 전 : 맹자 공손추 상편(孟子 公孫丑 上篇)

비 유 : 조급한 마음에 무리하게 일을 진행하다가 오히려 일을 망치게 만듦



'조장(助長)'이란 말은 "흔히 의도적으로 어떠한 경향이 더 심하여지도록 도와서 북돋아 줌: 동아 새국어사전, 이기문 감수, 2001)"이라고 하고, 또 다른 사전에는 "도와서 발달(發達)하게 함이나, 무리하게 도와서 도리어 해(害)가 됨(東亞 漢韓中辭典, 동아출판사, 1986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전국시대 송(宋)나라에 어떤 우매한 농부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기가 심은 곡식이 잘 자라도록 늘 밭에 가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곤 했다. 그런데 그는 매일 보는 (벼)싹의 자람이 어제와 오늘에 차이가 없는 것을 보고 매우 안타까워했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이웃집 곡식의 싹을 보고, 이웃집 곡식의 싹이 자기의 곡식 싹보다 더 많이 자랐다고 느껴져 자기 곡식의 싹이 더 잘 자라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싹이 자라지 않는 것을 도와주는 방법으로 싹을 뽑아 올려보니 한순간 싹의 키가 무척 자란 것을 느꼈다. 그는 그 많은 곡식 싹을 다 뽑아 올려놓고, 지친 상태로 집에 돌아와 집안사람들에게 말했다.

"오늘은 내가 매우 피곤하다. 내가 (벼)싹이 자라는 것을 도와주었다"라고 하면서 자랑을 하였다. 그런데 늘 아버지 하시는 일이 엉뚱한 행동으로 일을 망쳐놓은 경우가 많은 관계로 아들이 걱정스러워 논으로 달려가 보니 싹이 뽑혀져 키는 커져 있으나 모두 말라 죽어있었다.

'알묘조장(?苗助長)'은 맹자(孟子)의 '공손추장구상(公孫丑章句上)'에 나오는 이야기로 오늘에는 줄여서 '조장(助長)"이라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다.

맹자는 부언(附言)해서 의미 있는 교훈을 덧붙인다. 곧 '이 세상에는 싹이 자라도록 억지로 조장(助長)하지 않는 자가 적다. 그런데 억지로 조장(助長)하는 자는 싹을 뽑아놓는 자와 같으니 이는 유익함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해(害)가 되는 것이다,' 라고 지적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빨리 높은 경지에 도달하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순리를 어기고 편법을 동원하여 급하게 서두르다 보면 반드시 낭패를 겪게 된다.

공자는 논어를 통해 '욕속부달(欲速不達 : 일을 빨리 하려고 하면 도리어 이루지 못함)'의 교훈을 남기고 있다. 우리는 이 말을 잘 살펴 조바심이나 조급함을 떨쳐 버리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정진해 나가는 방법을 택하여 행동해야 한다.

비단 벼 싹 뿐만 아니라 지상의 모든 작물은 적절한 환경(햇볕·비·바람·기온·손길·정성)조건에 따라 일정한 기간이 지나야 한다. 봄에 씨앗을 뿌려 싹이 움트면 김을 매야하고, 무성하게 자라는 여름엔 솎아내기를 해 줄기를 튼튼히 해야 하며, 가을이 돼야 추수를 하는 것은 자연의 순리이다.

퇴계(退溪) 선생은 일상생활에서 마음의 병통이 일어나는 것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가장 먼저 억지로 서둘러서 무엇인가를 빨리 이루려고 하는 행위 때문에 병통이 일어난다." 이 말은 억지로 행함과 급하게 서두르는 마음에 대한 경계라고 할 수 있다.

일에는 순서와 절차가 있고. 먼저 할 일과 나중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빠르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빠른 만큼 느림의 역할도 중요 하다는 것이다. 이에 퇴계 선생은 그러한 방법을 통해 세상에서 일한 때의 곤궁함, 출세지향, 이해득실에 대한 집착, 명예욕 등을 버리라고 충고한다. 곧 욕심을 줄일 때, 혹은 욕심을 버릴 때, 스트레스는 이미 저만큼 도망가거나 줄어들게 된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 때문에 재난지원금을 성급히 지급하고 있다. 말도 많고 불만도 많다. 그 이유는 지급하는 시기가 선거전에 돈을 풀어 정치적 이익을 꾀하는 집권당의 꼼수임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에 빚이 늘어 자식과 후손들에게 엄청난 빚을 짊어지게 할 졸속정책이건만 우선 눈앞의 선거승리라는 달콤한 유혹 때문에 급하게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안 받아도 될 사람까지 받게 되고, 정작 필요한 사람은 턱없이 부족하고…….

금년도에도 3. 4차 지원금을 선거전에 서둘러 지급하려고 한다. 서두르지 말고, 꼭 필요한사람을 선별해서 지급해야 할 것이다. 비록 시대는 같지 않지만, 송(宋)나라의 어리석은 농부의 알묘조장(?苗助長)과 다를 바가 없다. 지원금은 받을 때 잠깐의 기분은 좋을지 모르나 나라의 빚은 점점 늘어나고, 국민들의 살아보고자 하는 의지마저 나태하게 만드니 결국은 나라에 큰 해(害)를 끼치는 것이 아닌가…….

채근담(菜根譚)에 '性燥心祖者一事無成. 心和氣平者百福自集.(성조심조자일사무성. 심화기평자백복자집) / 성질이 조급하고 마음이 거친 자는 한 가지 일도 이룰 수 없고, 마음이 화평하고 기질이 평온한 자는 백 가지 복이 저절로 모이느니라.' 고 했다.

길이 새겨야할 명언인 것이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202010130100079140002740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허태정-이장우 도시철도 서로 다른 청사진 표심 '촉각'
  2. 출마제한·내란잔당·낙하산… 충남 국회의원 보궐선거 혼전
  3. 대전 죽동중 신설 요구 잇달아… 교육감 후보들 "학교 설립 긍정"
  4. [신간] "고독사는 과연 비극일까"…'슈카쓰' 담은 소설 '행복한 고독사' 출간
  5. 청주 산모 비극, 대전이라면 달랐을까… 응급실 이송사업 전국확대 관심↑
  1. '이장우 vs 허태정' 리턴매치… 대전시장 주도권 다툼 본격화
  2. 파랑·핑크·초록… 대전교육감 '색(色) 마케팅'
  3. 힘 합쳐도 버거운데…野 '정진석 공천여부' 뇌관 부상
  4. 'AI가 돈사 운영' ETRI 제주서 AX 스마트팜 구축… '탄소중립' 축산 실증
  5. [부고] 김귀남 대전 서구청 언론홍보팀장 시모상

헤드라인 뉴스


이제 국회의 시간… 시민사회 "행정수도법 조속 처리하라"

이제 국회의 시간… 시민사회 "행정수도법 조속 처리하라"

행정수도특별법 공청회를 하루 앞두고, 세종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국회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20년간 이어온 연구와 검토라는 변명의 시간을 종식하고, 행정수도특별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치권의 특별법 당론 채택을 강하게 요구했다. 42개 세종·전국 시민사회단체(이하 시민단체)는 6일 오전 세종시청 브리핑실에서 '행정수도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조속한 입법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지방분권 전국회의 11개 지역단체와 한..

`7천피도 넘겼다` 새 역사 쓴 코스피… 코스닥, 지역 상장사는 소외
'7천피도 넘겼다' 새 역사 쓴 코스피… 코스닥, 지역 상장사는 소외

코스피 지수가 6일 반도체 대형주의 급등세에 힘입어 장중 사상 첫 7000선을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썼다. 그러나 이번 급등세가 소수 종목 및 분야에 편중돼 있다는 점과 코스닥과 지역 상장기업의 동반 상승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447.57포인트(6.45%) 오른 7384.56으로 거래를 마쳤다. 올해 2월 25일 처음으로 6000포인트를 돌파한 뒤 약 두 달 만의 대기록이다. 장 초반에는 코스피200선물지수의 급등세로 인해 올해 7번째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

[민선9기, 문화 숙원 풀릴까] 시립극단은 30년째, 박용래 생가는 주차장…
[민선9기, 문화 숙원 풀릴까] 시립극단은 30년째, 박용래 생가는 주차장…

문화는 특정 도시 경쟁력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각 후보들이 문화, 예술 공약을 내놓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8년 간 대전시 문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결이 다르다. 민선 7기엔 코로나 19 위기 속 예술인 지원과 운영 중심 정책이 두드러졌다. 반면 민선 8기에는 문화시설 확충과 대형 사업을 앞세운 외형적 확장이 눈에 띈다. 중도일보는 이에 따라 지난 8년간 대전시의 문화정책을 되짚어 미래를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앞으로 민선9기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문화정책이 어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유성온천 문화축제 준비 ‘이상무’ 유성온천 문화축제 준비 ‘이상무’

  • ‘공정선거 함께해요’ ‘공정선거 함께해요’

  • 시민 눈높이 설치 불법 현수막 ‘위험천만’ 시민 눈높이 설치 불법 현수막 ‘위험천만’

  • ‘과학과 나무랑 놀자’…유성 어린이 한마당 행사 성료 ‘과학과 나무랑 놀자’…유성 어린이 한마당 행사 성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