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학교 밖 아이들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 학교 밖 아이들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 승인 2021-02-23 10:46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호택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사람이 앓는 질병 중에는 처음 발견한 의사의 이름으로 불리는 병이 꽤 많이 있다. 일반인에게도 제법 알려진 질병 중 주로 아이들에게 발생하면 엄청난 고열을 동반하고 심장 등에 후유증을 남기기도 하는 '가와사키 병'은 첫 발견자인 일본인 의사 가와사키 도미사쿠(川崎富作) 선생의 성을 딴 것이다. 자신의 이름이 호랑이 가죽처럼 후대에까지 불린다는 것은 명예로운 일이고, 많은 의사들이 자신이 발견한 질병에 그 이름이 불리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수많은 훌륭한 연구업적을 내는 의사들이 부지기수로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행운을 얻는 의사는 극히 드물다. 가장 큰 이유는 자신만의 '프레임'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의사들은 대부분 공부를 많이 했고, 또 잘 한다. 지식 흡수 능력이 대단히 좋기에 그들이 만나는 대부분의 환자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 속에 있다. 그렇지만 드물게 그 기준에 맞지 않는 환자를 만나게 되면 이 환자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상황에 속한 질병으로 고생한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 속으로 환자를 대입시키려 한다. 따라서 내 기준에 맞지 않는 질병의 환자를 보았을 때 '새로운 질병이 아닐까' 하는 의심보다는 자신의 프레임 속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하기에 새로운 질병을 찾는 것이 어렵다. 나 자신이 의사이기 때문에 의사들의 진료 관행에 대해 예를 들었지만 우리는 -스티브 잡스와 같은 특별한 사람이 아닌 바에는- 누구나 의사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일전에 우연한 기회에 금산 지역에 사는 '학교 밖 아이들'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나왔고, 공공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데 가정 형편은 쉽지 않고 꿈은 있지만 기댈 언덕이 없는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공부할 장소와 비용은 물론 버스비조차 마련하기 쉽지 않은 아이들이 있고, 특히 여학생의 경우 생리대를 살 비용마저 쉽지 않다고 했다. 자료를 찾아 보니 도시에서는 가출 까페 등을 통해 집단적으로 범죄에 까지 빠지는 아이들마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내가 사는 작은 동네 금산에서는 그런 문제까지 일어나지는 않는 것 같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복지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고, 해마다 그 노력이 커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라는 사실에 공감한다. 비록 내가 낼 세금이 많아지고 사회 전체가 치러야 할 비용이 커질지라도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회 전체가 건강하지 못하게 된다면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필요한 곳에 필요한 도움을 주려면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도움 주는 내 마음보다 도움 받는 사람이 그 도움을 통해 얼마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를 생각하려면 스스로 갖고 있는 갇힌 프레임을 열어야 한다.

'학교 밖 아이들'은 소외되었던 집단이었던 것 같다. 법적으로는 아무 도움도 주지 않는 아버지가 있어 정부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잠깐의 실수로 학교를 나왔지만 검정고시 공부라도 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방황하는 아이들의 얘기도 들었다. 금산군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상담센터에서 이 아이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치과 치료 비용이나 시력에 맞는 안경 하나 마련하기 위한 비용 등등, 소소한 쓰임새에 사용될 비용 마련마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심지어 가정폭력이 무서워 가출한 한 여학생은 한 달 몇 만원의 용돈 마련을 위해 후회할 일을 저지르려던 사례마저 있다고 하니 멀리서만 찾고 크게만 보려고 했던 어려운 사람들을 바로 옆에 두고도 알지 못했다는 후회가 든다.

지자체 공무원들과 복지단체 직원들이 어렵고 힘든 여건 속에서도 그늘에 사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고맙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지만 아직도 어렵고 힘든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꿈을 키우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난 해에 금산의 학교 밖 아이들 중 3명이 검정고시에 합격했다고 한다. 어렵고 힘든 세상이지만 언제나 희망은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NASA 아르테미스 2호 발사, 한국 큐브위성 'K-라드큐브' 사출 성공… 교신 시도 중
  2. 영재고·과학고 의·치대 진학 감소세 "이공계 중시 정책 효과"
  3. [교단만필] 과학의 도시 대전에서, 과학교사로 함께 한다는 것
  4. 충남도,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추진
  5. 교육부 라이즈 재구조화…"시도별 성과 미흡 과제도 폐지"
  1. 민주진보 세종교육감 '임전수 후보' 선출… 6자 구도 새판
  2. "직업환경 보건 지켜질 때 사고와 참사도 예방할 수 있어"
  3. [사이언스칼럼] 문제해결형 탄소 활용 기술
  4. 벚꽃 활짝…대전에 봄 왔네
  5. 홀트대전한부모가족복지상담소 시민참여 N행시 공모전

헤드라인 뉴스


또다시 단전위기 둔산전자타운…관리비 납부 갈등 봉합 `난항`

또다시 단전위기 둔산전자타운…관리비 납부 갈등 봉합 '난항'

전제자품 전문상가인 대전 둔산전자타운이 점포 입점상인 간의 관리비 징수와 집행 주체에 대한 갈등으로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기요금조차 납부하기 어려워 또다시 단전 경고장이 게시됐고, 주변 상권 역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일 찾은 대전 서구 탄방동의 둔산전자타운은 입구부터 단전을 예고하는 안내문이 붙은 채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전기요금을 오랫동안 연체한 탓에 1차 복도와 편의시설부터 단전을 시작해 2차 엘리베이터와 급수용 그리고 상가점포와 사무실까지 단전에도 납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건물 전체에 단전이 이뤄질 수 있..

영재고·과학고 의·치대 진학 감소세 "이공계 중시 정책 효과"
영재고·과학고 의·치대 진학 감소세 "이공계 중시 정책 효과"

영재고·과학고 학생들의 의·치대 진학률이 감소하고 있다. 이공계 인재 육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함께 이재명 정부의 과학기술 중시 정책 기조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영재학교와 과학고를 졸업한 학생들의 의대 진학이 2024학년도 대비 2026학년도 42% 감소했다. N수생을 포함한 수치로, 2024학년도 167명에서 2026년 97명으로 줄었다.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난 2025학년도엔 157명이 의대에 진학했..

대전 원도심, 문화로 다시 숨 쉬다…도시재생과 예술의 결합
대전 원도심, 문화로 다시 숨 쉬다…도시재생과 예술의 결합

대전 원도심은 오랜 시간 지역 문화예술의 뿌리 역할을 해왔지만, 도시 확장과 함께 문화 인프라가 신도심으로 이동하며 점차 활력을 잃어왔다. 공연장과 전시시설, 문화공간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 역시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대전시가 원도심의 역사성과 문화 자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도시재생과 예술을 결합한 '3대 특화 문화시설' 조성을 통해 원도심을 다시 문화 중심지로 복원하고, 일상 속 문화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사업이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벚꽃 활짝…대전에 봄 왔네 벚꽃 활짝…대전에 봄 왔네

  • 고유가에 운행 포기 속출 고유가에 운행 포기 속출

  • 대전 도심을 푸르게 대전 도심을 푸르게

  • 버스와 트램의 장점 살린 3칸 굴절차량 도심 주행 버스와 트램의 장점 살린 3칸 굴절차량 도심 주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