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해 준다는 것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해 준다는 것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창화 교수

  • 승인 2021-07-15 10:13
  • 신문게재 2021-07-16 19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KakaoTalk_20201217_172555732
이창화 교수.
"저는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다해서 남편을 돌보아 주었어요. 그런데 남편은 그 고마움을 몰라요.", "사랑하는 제 아들을 위해서 내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면서 희생을 했어요. 그런데 결혼을 하더니 제 마누라만 생각하고 전 안중에도 없는 거 같아요", "저는 그 친구를 정말 사랑해서 그 친구가 하자는 대로 다 해주었어요. 그런데 그 친구는 사소한 내 부탁하나도 안 들어 주더라고요. 다른 애들 부탁은 잘 들어주면서요."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흔히 듣는 말들이다.

내가 사랑하는 어떤 사람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는데 정작 그 사람은 내 사랑과 내 노력에 아무런 보답을 안 한다는 것, 그리고 나 말고 다른 사람을 더 좋아한다는 것에 대해서 속상함, 억울함 그리고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다. 필자는 그런 말씀을 하시는 환자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이 환자분들의 마음의 고통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여기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정신분석학자이자 인문주의 철학자인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고 하면서 '주는 것'의 의미에 관해서 설명한다. 그는 '주는 것'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주는 것'을 자신의 것을 '단념하고 희생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럴 때 '주는 것'은 '박탈당하는 것'과 같은 괴로움을 동반하게 된다. 앞에서 말한 환자분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것을 주면서 자신이 희생하고 있고 자기 삶의 소중한 시간과 노력들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빼앗긴 것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희생과 빼앗김에 아무런 보답도 없는 것에 대해서 속상해하고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진정하게 '주는 것'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진정하게 줄 때는 '주는 행위'를 통해서 자기가 가진 고상한 생명력과 풍부한 잠재력을 경험하게 되고 주는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게 된다. 주는 행위 자체에서 이미 기쁨이라는 보상을 받았기 때문에 다른 보답은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또 사랑의 기본적인 요소를 배려, 책임, 존경, 지식이라고 말한다. '책임'은 '다른 사람의 욕구에 내가 응답하는 완전한 자발적인 행동'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내가 이것을 해주지 않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날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되고, 날 원망하지 않을까 두렵고, 다른 사람들이 날 비난하지 않을까 염려되어서 그것을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그냥 해주고 싶고 마땅히 해주어만 한다고 생각해서 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존경'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독립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기를 바라는 관심이라고 말한다. 주는 행위를 통해서 그 사람을 지배하거나 소유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의 행위가 아니다.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좋아한다고 억울해하고 속상해한다면 이것도 역시 사랑이 아니다(물론 이성 간의 사랑에서는 다를 수도 있다). 에리히 프롬의 말을 되새겨 보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만약 우리가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나의 소중한 것을 주었는데 상대방은 나에게 최소한의 보답, 최소한의 감사하다는 표현마저도 안 한다고 속상하고 억울하게 느껴진다면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해서 내 소중한 것을 준 것은 아니다. 사랑이 아닌 욕심을 가지고 그 사람에게 무언가를 해 준 것이다. 또 걱정과 두려움 속에서 무언가를 해주었다면 이것도 역시 그 사람을 사랑해서 해 준 것이 아니다. 원망과 미움 당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서 해준 것이다. 아들이 나 말고 자기 아내를 더 사랑하는 것 같다고 속상해하거나 나보다 다른 친구를 더 좋아한다고 분노한다면, 내 아들, 내 친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내 자녀, 내 아내나 남편, 내 친구에게 무언가를 해 주고 나서 속상하거나 억울한 마음이 든다면,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에서 해 준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보자.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창화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유통소식] 대전 백화점과 아울렛서 가정의 달 선물 알아볼까
  2. 대선 앞 세종 집값 상승률 2주 만에 12배↑… 대전·충남은 '하락'
  3. "금강수계기금 운영 미흡 목표수질 미달, 지자체 중심 기금 개선을"
  4. 서산 금동관음상 5일 친견법회 마치고 10일 이국땅으로
  5. 백석대,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 위한 협력체계 강화
  1. 남서울대, '산학협력 글로벌 K-스마트팜 포럼'개최
  2. 나사렛대 산학협력단, 2025 인생나눔교실 충청권 발대식
  3. 세종시 이응다리 무대...시인들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4. 대전 대흥동 숙박업소 화재…4명 경상, 35명 대피
  5. JB주식회사, 지역 노인들에게 소중한 장수사진 선물

헤드라인 뉴스


국민이 보는 지역균형발전… `지방 생활 인프라 확충` 가장 필요

국민이 보는 지역균형발전… '지방 생활 인프라 확충' 가장 필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선 '지방 생활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지역균형발전에 가장 필요한 1순위 대책으로는 '지역별 맞춤형 일자리 확충'이 꼽혔다. 3일 국토연구원이 '도로정책브리프'로 발표한 국토정책 이슈 발굴 일반국민 인식 조사에 따른 결과다. 이번 설문조사는 2025년 1월 21~24일까지 진행했고, 표본 크기는 1000명으로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69세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대책을 묻는 1순위 답변으로는 '지역별 맞춤형 일자리 확충'이 27...

`벼락 맞을 확률` 높아졌다…기후변화에 장마철 낙뢰 급증
'벼락 맞을 확률' 높아졌다…기후변화에 장마철 낙뢰 급증

지난해 대전 지역에 떨어진 벼락(낙뢰)만 1200회에 달하는 가운데, 전년보다 4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낙뢰가 잦아지면서 지난 5년간 전국적으로 낙뢰 사고 환자도 잇달아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3일 기상청 '2024년 낙뢰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 지역에서 관측된 연간 낙뢰 횟수는 총 1234회다. 앞서 2021년 382회, 2022년 121회, 2023년 270회 낙뢰가 관측된 것과 비교했을 때 급증했다. 1㎢당 낙뢰횟수는 2.29회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같은 해 충남에서도 전년(3495회)에 약 5배..

산책과 물멍으로도 힐링이 되는…  대청호 오백리길 ‘명상정원’
산책과 물멍으로도 힐링이 되는… 대청호 오백리길 ‘명상정원’

본격적인 연휴가 시작됐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들과 국내외로 여행계획을 잡았거나 지역의 축제 및 유명 관광지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 인파가 몰리는 지역을 싫어해 여유롭고 한가하게 쉴 수 있는 곳, 유유자적 산책하며 휴일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곳이 있다. 바로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에 위치한 명상정원이다. 명상정원은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인 호반낭만길을 지나는 곳에 위치해 있다. 차량을 이용한다면 내비게이션에 명상정원 한터주차장을 검색하면 된다. 주차장에서는 나무데크를 따라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산책과 물멍으로도 힐링이 되는 ‘명상정원’ 산책과 물멍으로도 힐링이 되는 ‘명상정원’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화려한 개막…4일까지 계속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화려한 개막…4일까지 계속

  • 세계노동절 대전대회 세계노동절 대전대회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