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 76주년] 뼈아픈 역사 흔적인 일본 잔재가 대전 곳곳에… 청산 조차 잊혀져가는 토지

  • 경제/과학
  • 대전정부청사

[8.15 광복 76주년] 뼈아픈 역사 흔적인 일본 잔재가 대전 곳곳에… 청산 조차 잊혀져가는 토지

일본인 귀속 재산 의심 토지 심층 조사 진행 중인 곳, 대전에서만 49곳
서구 흑석동, 유성구 방동 등 외곽에도 있지만 가수원동과 죽동 등 도심에도
"대부분 방치. 아주 작아 일재 잔재여도 무관심 속 방치돼 있어"

  • 승인 2021-08-12 16:56
  • 수정 2021-08-12 17:50
  • 신문게재 2021-08-13 1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KakaoTalk_20210812_150501253_02
일본인 귀속 재산 의심 토지로 분류돼 조달청에서 심층 조사 중인 곳. 인근엔 갑천과 체육시설, 아파트 단지가 형성돼 있다. 사진=김소희 기자
"도시 외곽이나 아주 작은 땅 위주니, 일본 잔재여도 무관심 속에 잊혀진 거죠."

12일 오전 대전 서구 인근에 있는 일본인 귀속 재산 의심 토지 중 가까운 곳을 찾았다. 먼저 눈에 띈 건 가수원동에 위치한 하천 부지였다. 현장 방문을 위해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검색했지만, 대부분의 지번이 검색되지 않았다. 과거의 흔적을 찾으러 가는 길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결국 담당자에게 문의해보니, "오랫동안 사용이 안 되는 토지거나 아주 작은 부지이기 때문에 검색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바로 인근에 있는 지번으로 검색해 가는데 가수원동 토지는 놀랍게도 갑천과 함께 있었다. 주변엔 아파트 단지와 체육시설, 공원 등이 있었다. 아주 작은 규모의 부지였지만 등기엔 소유자가 일본인 이름으로 기재된 곳이었다. 유동인구가 상당히 많은 곳에 지워지지 않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KakaoTalk_20210812_150501253
일본인 귀속 재산 의심 토지로 분류돼 조달청에서 심층 조사를 진행 중인 곳. 논과 밭 등으로 활용하고 있는 땅이지만 바로 100m 거리엔 경찰서와 주택 단지가 형성돼 있다. 사진=김소희 기자
유성구에 있는 일부 땅도 다르지 않았다. 죽동에 위치한 토지는 농작 용도로 사용되는 듯했다. 사람의 손길이 닿고 있는 곳인데, 소유자가 일본인 이름으로 돼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인근엔 전부 논과 밭이었지만 100m 거리엔 유성경찰서도 있고 주택 단지도 많다.



사람들의 기억에서만 잊혀졌을 뿐, 일제강점기 시대의 흔적은 그대로 남아있다. 이동하는 내내 광복절을 기념해 도로에 걸려 있던 태극기가 참 무색했다. 2021년 8월 15일은 광복(1945년) 76년째인데 일본 잔재들이 아직도 곳곳에 숨어서 호사를 누리고 있다.

이런 땅이 대전에만 49곳에 달한다. 대전의 5개 자치구 중 서구에만 20곳이고 나머지 29곳은 유성구에 밀집돼 있다. 지목도 하천, 전, 도로, 임야 등으로 다양하다. 고작 19㎡로 소규모인 곳도 있었으며 1만㎡에 달하는 대규모 땅도 있다.

조달청이 심층 조사 중인 대전의 49곳은 일본인 귀속 재산 의심 토지다. 일제강점기 때 창씨개명으로 등기에만 일본 이름으로 기재돼 있을 수도 있으며, 정말 일본인 소유의 토지일 가능성도 있다. 1차적으로 281곳에 대해선 대전시가 기초조사를 하고, 심층 조사가 필요한 49곳에 대해서만 조달청이 조사 중이다.

조사 대상지의 소유자명을 보니 ‘청송OO, 산본OOO, 이원OOO, 목촌OO, 송본OO, 송원OO’ 등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 일본에서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성이라고 한다. 한자로 기재한 성을 일본어인 히라가나로 읽으면 ‘청송은 아오마쯔, 산본은 야마모토, 이원은 이하라, 목촌은 키무라, 송본은 마쯔모토, 송원은 마쯔하라’라고 발음한다. 지자체와 중앙기관에선 이름으로만 일본인 잔재 의심 토지를 구분했는데, 4~5글자의 이름에 이런 배경이 있을 거란 생각조차 못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대전시에서 지난해 등기나 대장에 소유자 이름이 네글자인 경우를 중점으로 조사했고, 일본인 명의로 의심되는 필지 49곳을 넘긴 상황"이라며 "한국인이지만 창씨개명으로 서류에만 일본인 이름으로 기재됐을 수도 있으며, 혹은 정말 일본인 소유 토지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체로 조사를 진행하는 곳들은 도심의 외곽에 있는데, 방치된 땅이거나 혹은 아주 작은 규모의 땅"이라며 "일제강점기의 잔재이지만 많은 이들에게 무관심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 곳들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김소희 기자 shk3296@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수영구, 고령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 시 50만원 지원
  2. 경북도, 올 한해 도로. 철도 일 잘했다
  3. 천안신방도서관, 2026년에도 '한뼘미술관' 운영
  4. 충남교육청평생교육원, 2025년 평생학습 사업 평가 협의회 개최
  5. 세종충남대병원, 공공보건의료계획 시행 '우수'
  1. 2026년 어진동 '데이터센터' 운명은...비대위 '철회' 촉구
  2. 종촌복지관의 특별한 나눔, '웃기는 경매' 눈길
  3. [중도일보와 함께하는 2026 정시가이드] '건양대' K-국방부터 AI까지… 미래를 준비하는 선택
  4. 유철, 강민구, 서정규 과장... 대전시 국장 승진
  5.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 지원을 위한 범정부적 논의가 본격화되는 등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가속페달이 밟히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둘러싼 여야의 헤게모니 싸움이 자칫 내년 초 본격화 될 입법화 과정에서 정쟁 증폭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경계감도 여전하다. 행정안전부는 24일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과 관련해 김민재 차관 주재로 관계 부처(11개 부처) 실·국장 회의를 개최하고, 통합 출범을 위한 전 부처의 전폭적인 특혜 제공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날 회의에서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을 위한 세부 추진 일정을 공..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조기대선을 통한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 두 사안은 올 한해 한국 정치판을 요동치게 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는 연초부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국면에 들어갔고,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이어졌다. 결국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서 대통령 궐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헌법 규정에 따라 60일 이내인 올해 6월 3일 조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 임기 만료에 따른 통상적 대선이 아닌, 대통령 탄핵 이후 실시된 선거였다. 선거 결과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꺾고 정권..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배를 띄운 것은 국민의힘이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다. 두 시·도지사는 지난해 11월 '행정통합'을 선언했다. 이어 9월 30일 성일종 의원 등 국힘 의원 45명이 공동으로 관련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여당도 가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충청권 타운홀미팅에서 "(수도권) 과밀화 해법과 균형 성장을 위해 대전과 충남의 통합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전면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충청특위)를 구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탄 미사 성탄 미사

  •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