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유등천에 뱃살을 묻다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유등천에 뱃살을 묻다

주황룡 대전시 하천관리사업소장

  • 승인 2021-10-25 16:22
  • 신문게재 2021-10-26 19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주황룡 소장
주황룡 소장
하천 산책로에서 살랑거리는 코스모스를 바라보노라면 유등천도 어느새 가을 속 깊이 빠져있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둔치에서 배드민턴을 즐기는 사람들, 코로나가 온 세상을 뒤덮고 있지마는 그래도 시민들 대부분이 여유롭게 가을을 제대로 만끽하고 있는 듯하여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다만, 일부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이 불안하여 아쉽기는 하다.

하천관리사업소장 임무를 맡고부터 나는 주말에 토요일은 산, 일요일은 하천으로 걸어 다닌다. 출근은 집에서 이틀에 한 번 꼴로 하천으로 걸어서 사무실까지 온다. 약 2시간 30분 소요된다. 걸으면서 생각을 가다듬는다. 하천에 인공적 시설물 설치보다는 하천 그대로의 자연적인 특성을 살려 많은 시민이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그러면서 걷는다.



유등천은 충남 금산면 진산면 삼기리의 인대산과 월봉산 기슭에서 발원하여 안영동, 유천동, 도마동, 용문동을 지나 삼천동에서 대전천과 합류한 후 갑천에 유입되는 연장 15.53㎞의 국가하천이다. 우리 지역 3대 하천(갑천, 유등천, 대전천)중에서 두 번째로 길고 하천변에 버드나무가 즐비하여 '버드내'라고 불렸다고 한다. 현재의 유등천이라는 명칭은 「1872년 지방지도」(공주)에서 처음으로 확인된다고 한다.

글 제목에서 언급했듯이 대전천은 나의 유년, 청년 시절을 담았던 하천이지만 유등천은 30∼40대의 나에게는 꿈과 희망, 그리고 건강을 주었으며, 지금은 평생 동반자가 되어버린 '산(山)'을 일깨워준 정말 고마운 하천이다.



체격에 비해 엄청난 비만이었던 30대 초반, 용문교에서 복수교까지 하천 산책로를 왕복 12킬로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와 관계없이 꾸준히 걸었다.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 듯이, 아니면 우렁이 각시를 유등천 한구석에 몰래 숨긴 것처럼 매일 새벽녘에 그렇게 걸었다. 그래서 무려 20㎏의 뱃살을 감량하여 몸이 가벼워졌고, 이 때문에 내가 미치도록 산을 즐기게 해준 고마운 하천이다. 그 당시의 하천 산책로는 지금보다는 허술하고 빈약했지만, 유등천을 좋아하고 아끼는 시민들 덕택에 오늘날의 산책로는 몰라보게 정돈되었고 깔끔해졌다.

그러한 노력의 결실이 백두대간 왕복 종주, 9개 정맥과 100대 명산을 완주하는 쾌거를 만들어냈고 비록,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세 번째 백두대간을 도중에 그만두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유등천에 묻어버린 뱃살은 정말 하나도 아깝지가 않다.

3대 하천 내 모든 산책로가 좌안과 우안으로 나뉘는데 유등천은 걷는 방향에 따라 하천의 색깔과 즐거움이 사뭇 다르다. 뿌리공원 쪽에서 삼천교 방향으로의 물 흐름을 우안이라고 부르는데 아파트가 밀집된 우안은 시민들의 운동, 여가 쉼터 등을 충족시켜주는 시설물들이 혼재되어 있고 좌안 일부 구간(수침교, 가장교, 약 1.5㎞)은 시민들께서 자발적으로 게시해 주신 많은 전시물이 하천 벽에 있어 이를 보면서 하천을 걷는 시민들의 즐거움을 배가 되도록 해주고 있다.

이러한 시민들 하천 사랑의 의지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유등천을 상징하는 버드나무길이 오랜 기간 누적된 토사로 수변 경관을 해치고 있고 무성한 잡풀들이 산책하는 여성들에게 혐오감과 불안감을 주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토사 및 잡풀들을 제거한 후 아름다운 꽃길을 조성하여 사계절 내내 예쁜 꽃과 흐르는 물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도록 안전하고 쾌적한 휴식공간으로 만들 것이다.

얼마 전에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 수 없는 너구리로 인해 달빛과 함께 산책하는 시민들에게 신선한 호기심을 주었지만, 너구리보다는 수달과 감돌고기들이 유등천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안정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하천으로 가꾸어 나가야겠다.

버드나무 아래에 돌 벤치도 설치하고 제초작업도 산책로나 자전거도로 등 통행이 빈번한 곳은 지금보다 작업횟수를 늘려서 어디서나 걸을 때 하천의 흐름을 보일 수 있도록 해야겠다.

자연환경자원이 부족한 우리 대전시는 3대 하천의 특성과 아름다움을 살려서 시민들이 피곤하거나 지칠 때 편안히 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오늘도 유등천은 삼천교에서 대전천과 한 몸이 되어 둔산대교에서 갑천과 합류하여 모두 어우러져서 금강으로 유유히 빠져나간다. 마치 오래 사귄 친구들처럼…. /주황룡 대전시 하천관리사업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온기 페스티벌" 양산시, 동부 이어 서부 양산서 13일 축제 개최
  2. 천안 불당중 폭탄 설치 신고에 '화들짝'
  3. 대전 학교 냉난방 가동 체계 제각각 "중앙통제·가동 시간 제한으로 학습권·근무환경 영향"
  4. [중도초대석]김연숙 심평원 대전충청본부장 “진료비 심사, 의료질 평가...지속가능한 의료 보장”
  5. 천안시, 2026년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참여자 모집
  1.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노후 전선·붕괴 직전 천장… 충남경제진흥원 지원 덕에 위기 넘겨
  2. ‘조진웅 소년범’ 디스패치 기자 고발당해..."소년법, 낙인 없애자는 사회적 합의"
  3.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4. 대전경찰, 지난 대통령선거 선거사범 50명 송치… 지난 20대보다 174%↑
  5.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위기의 소상공인 다시 일어서다… 경영·디지털·저탄소 전환까지 '맞춤형 종합지원'

헤드라인 뉴스


‘호국영령, 충남 품으로’… 부여국립호국원 건립사업 탄력

‘호국영령, 충남 품으로’… 부여국립호국원 건립사업 탄력

조국을 위해 헌신한 호국영령을 기리고 모시는 ‘부여국립호국원’ 조성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전국 광역도 중 유일하게 국립호국원이 없었던 설움을 씻어내고 충남에서도 호국영령을 제대로 예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9일 총사업비 495억원 규모의 부여국립호국원 조성사업을 위한 2026년 타당성 연구용역비 2억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말 기준 충남 보훈대상자는 3만3479명으로, 참전유공자·제대군인 등을 포함한 향후 국립묘지 안장 수요는 1만8745명으로..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도…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9조 원 돌파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도…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9조 원 돌파

인공지능(AI) 버블 우려와 미국 12월 금리 변동 불확실성으로 국내 증시가 흔들리고 있지만, 충청권 상장사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일반서비스와 제약 업종의 활약이 돋보이면서 한 달 새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전월 대비 4조 5333억 원 증가했다. 한국거래소 대전혁신성장센터가 9일 발표한 '대전·충청지역 상장사 증시 동향'에 따르면 11월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179조 446억 원으로 전월(174조 5113억 원) 보다 2.6% 늘었다. 같은 기간 충북 지역의 시총은 2.4%의 하락률을 보였다. 대전..

태안화력발전소 폭발 사고 발생… 2명 중상입고 병원 이송
태안화력발전소 폭발 사고 발생… 2명 중상입고 병원 이송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9일 오후 2시 43분께 "태안화력발전소 후문에서 가스폭발로 연기가 많이 나고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인력 78명과 소방차 등 장비 30대가 현장으로 출동했다. 해당 폭발로 인해 중상을 입은 2명은 병원으로 이송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도착한 지 1시간여 만인 오후 3시 49분께 초진을 완료했고 현재 자세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내포=오현민 기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