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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아시겠지만 상하이는 중국의 경제·금융 중심지입니다. 지금은 세계적인 국제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지요. 중국 위안화 환율이 우리 원화 환율과, 중국 상하이 종합 주가지수가 우리 코스피 주가지수와 밀접하게 연동되어 움직이는 것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그만큼 중국의 경제, 금융 상황은 우리 경제와 금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변수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중국을 잘 알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더구나 지금 중국은 시진핑 3기 정부가 시작되면서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전환기에 처해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과거의 눈부신 경제 성장세를 이어 나갈지, 아니면 미국의 압력과 내부적인 리스크 요인 등으로 인해 도약세가 한풀 꺾이게 될 지 누구도 단언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한국은행 상하이 선임주재원으로 발령받게 되어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중국의 다양한 정치·경제·사회 정보들을 현지에서 직접 수집해 적시에 본부에 제공함으로써 최적의 통화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또한 다양한 계층과 직급의 중국인들과 긴밀하게 교류하면서 한·중 양국 국민들 간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민간 경제외교 전문가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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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디로 말씀드린다면 이번에 출판한 책은 '한국은행 중국경제 전문가가 중립적인 시각으로 쓴 중국경제 입문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이번 책은 경제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주요 목표 독자층입니다. 제가 이전에 펴낸 두 권의 중국경제 관련 책 <쉽게 배우는 중국경제>와 <중국경제산책>의 경우 내용이 풍부하고 현대 중국경제의 역사와 경제지표 등을 잘 정리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가 많았던 반면,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책이라 다소 어려웠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책은 쉬운 용어와 표현을 써서 스토리텔링 식으로 쉽게 풀어 쓴 '이야기 중국경제'입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불확실성 속에서 중국경제의 회복 여부와 속도는 우리 경제 성장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칠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경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한국경제의 미래뿐 아니라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를 파악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중국 관련 정보는 서구 언론의 비판적인 시각에 기반 하거나 혹은 중국 정부의 자화자찬식 해석이 많아 중국경제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접근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책<중국, 마오타이와 알리바바의 나라>를 통해 중국을 편향된 관점으로 보는 두 가지 입장을 모두 지양하면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으로 최신 경제 데이터를 해석하고 중국경제의 미래를 전망하고자 하는 노력을 담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이 책에서는 ‘중국공산당’, ‘토지사용권 판매수입’, ‘디지털위안화’, ‘회색코뿔소’, ‘피그플레이션’ 등 중국을 대표하는 스무 개의 키워드를 통해 중국경제가 어떤 성격과 특징을 지니고 있고, 어떻게 운영되며, 왜 중국이 여타 자본주의 국가와는 다른 시스템을 가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혐중·반중 정서가 심각한 최근 우리 상황에서 이 책이 중국경제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고 여러 가지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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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인 5% 내외는 작년 목표(5.5% 내외)보다 낮은 것은 물론이고, GDP 성장률 목표가 발표된 1994년 이래 최저치입니다. 이는 그만큼 중국경제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코로나 19의 여파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미국의 대중 통상 압력은 계속되는 상황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으로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불안정도 여전하지요. 또한 급증한 부채 규모 등을 감안하면 예전처럼 투자 중심의 경기 회복 정책도 실시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만 성장목표의 하향은 한편으로는 다음과 같은 점도 감안한 수치라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중국경제가 과거처럼 7∼8%의 고성장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경제 규모가 커졌다는 점입니다. 이미 중국 경제 규모는 미국의 77%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이처럼 거대한 경제 규모로 예전과 같은 속도의 경제성장을 달성하기는 불가능한 것이지요. 이는 마치 눈사람을 만들 때 처음 눈덩이가 작을 때에는 쉽게 굴릴 수 있지만, 눈덩이가 커질수록 점점 더 눈덩이를 굴리기가 어려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 변화하고 있고, 성장 못지 않게 분배도 중시한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부작용을 경험한 양적 성장 위주의 경제성장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의지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경제가 올해 목표로 하고 있는 5% 내외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한다면 대중 경제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 호재인 것은 분명합니다. 지난해에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3%에 그쳤습니다. 우리의 대중 수출 비중도 2021년의 25.3%에서 2022년에는 22.8%로 하락하였지요. 중국경기 부진은 우리 중간재의 주요 수출 지역 부진을 의미합니다. 이는 우리의 수출과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올해 중국경기 회복이 서비스 중심의 내수를 위주로 이루어질 경우 우리의 대중 수출이 과거와 같은 수준의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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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우리의 대중 수출이 9개월 연속(22.6월∼23.2월)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우리의 대중 수출이 과거와는 같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는 중국 경기가 부진했던 것이 첫 번째 요인이지만 그 외에도 자급률 상승 등 중국 산업의 구조 전환도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과거에는 우리나라에서 중간재를 수입하던 중국이 이제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는 품목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서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그동안 압도적인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해 오던 중국의 역할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코로나 19 사태에 따른 국경 폐쇄 등을 겪으며 글로벌 각국은 중국에 대한 지나친 생산 의존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생산기지의 다변화를 추구하게 된 이유입니다. 또한 높아지는 인건비 등으로 글로벌 생산기지로서의 중국 매력도 감소하는 중입니다. 바로 베트남을 필두로 하는 동남아 등지로의 생산기지 이전이 일어나고 있는 배경이지요. 그동안 중국이라는 거대한 공장에 막대한 중간재를 공급하며 수출에서 승승장구하던 우리로서는 전략의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앞으로는 중국 중심으로 수출 전략을 추진해서는 큰 낭패를 겪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새로운 시장이나 상품 개척이 필요하겠지요. 특히 급증하고 있는 중국의 소비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다양한 방면의 노력과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2016년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중국인 관광객은 807만 명에 달했습니다. 그 해 우리나라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47%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준이었지요. 그러나 그 후 사드 배치에 따른 갈등으로 점차 감소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중국인 관광객은 602만 명에 달했습니다. 그럼 코로나 19로 강력한 봉쇄조치가 취해졌던 2022년은 어떠했을까요? 단 23만 명에 불과했습니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7%에 불과했지요. 올해는 우리나라나 중국이나 거의 위드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2019년 관광객의 절반 수준만 회복된다고 해도 백화점, 면세점, 여행업 등 우리 경제의 많은 부분이 활기를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다양한 쇼핑 상품과 문화공연 등 소프트웨어적인 관광 상품을 많이 개발해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업그레이드 할 필요가 있겠지요. 또, 중국인 관광객들도 과거와 같은 단체여행 위주 경향에서 탈피해 테마여행이나 개인자유여행 등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 등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관광 이외에도 의료, 양로, 반려동물, 독신경제 등 중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새로운 소비시장 공략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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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경쟁이 장기화 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미·중 갈등 지속으로 한국의 전략적 선택이 중요해졌습니다. 두 국가 간 균형을 어떻게 맞추는 것이 중요할까요?
▲ 미국으로서는 과거 1980년대의 일본보다 지금의 중국이 훨씬 더 버거운 상대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일본은 미국에 안보를 의지했던데 반해 중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은 정치경제 구조가 상이한 이질적인 경쟁자이지요. 그렇게 본다면 미·중간 갈등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 될 것이고, 패권경쟁도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경제력이나 군사력 등에서 중국은 아직 미국에 크게 뒤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잘 아시겠지만 중국은 ‘와신상담(臥薪嘗膽)’과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를 지닌 국가입니다. 상당히 장기간을 참아낼 수 있는 저력과 끈기가 있는 국가라는 의미입니다. 미·중 갈등에 따른 선진기술 접근제약 등으로 중국은 한동안 매우 힘든 시기를 지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이 그냥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요. 다양한 형태의 보복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자, 문제는 우리입니다. 단순하게 말한다면 우리는 미국의 기술과 중국의 시장이 모두 필요한 상황입니다. 2022년의 경우 우리의 전체 반도체 수출에서 홍콩을 포함한 중국 비중이 무려 55.3%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등의 내용을 보면 우리를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중심 국가들에게 중국과의 거래를 궁극적으로 끊으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리로서는 매우 곤란한 상황인 것이지요. 최대한 협상을 통해 시간을 끌면서 다양한 예외조항을 삽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전기차, AI, 빅데이터 등 다양한 부문에서 사항별로 협력하는 유연한 자세와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하이테크 기술 개발 등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고민과 노력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현재는 기술의 우위가 국제정치의 패권을 좌우하는 기정학(技政學.techno-politics)의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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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단기적으로는 미·중 갈등 문제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중 갈등에 따른 반도체 기술 제약 등은 적어도 당분간 중국경제 성장에 큰 저해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만약 중국이 자체 기술개발에 노력해서 성공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에게는 더 큰 위협요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대변되는 인구구조 문제가 중국경제의 성장을 제약할 핵심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2022년에 총 인구가 85만 명 감소하였습니다. 1961년 이후 60여 년 만에 최초로 인구가 감소한 해로 기록되었지요. 인구감소뿐만 아니라 고령화도 문제입니다. 중국도 2021년에 이미 고령사회로 접어들었습니다. 고령사회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를 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문제는 일반적인 선진국들이 국민소득 2만∼3만 달러 수준에서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게 보통인데, 중국은 이제 막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넘은 수준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부유해지기 전에 늙어버린 사회가 된 것입니다. 인구 대국 중국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이지요. 이는 소위 ‘인구보너스(demographic bonus)’가 소멸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인구보너스’란 일할 수 있는 인구 연령대를 가리키는 생산가능인구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노동력과 소비가 증가해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선순환을 의미하는 용어입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고 노동력과 유효 수요는 감소해 경제성장이 지체되는 ‘인구오너스(demographic onus)’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 정부도 이러한 상황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2016년에는 무려 37년간 시행해 온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고 한 가구 두 자녀 정책을 시행했고, 2022년부터는 한 가구 세 자녀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의 젊은 세대들도 가치관의 변화, 주택과 교육비 부담 등의 문제로 자녀를 낳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 외에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청년 취업 제한 등의 여러 부수적 문제들이 있어서 쉽게 추진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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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론과 경험을 두루 겸비한 명실상부한 중국경제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하이에서의 경험과 공부가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과의 교제와 풍부한 독서, 여행을 통한 견문 축적 등이 필요하겠지요. 그리고 제가 한국은행, 나아가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 어떤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하면서 알차게 직장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금융에 대한 개론서와 상하이에 대한 책도 한 번 집필해 보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내공을 많이 쌓아야 하겠지만요… 감사합니다.
대담, 정리 한성일 편집위원(국장)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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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대전 출생. 서대전 고등학교를 수석 입학, 졸업했다. 이후 서울대 경영학과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한국은행에 입행했다. 한국은행에서 기획국, 은행국 등에서 근무했고, 학술연수원으로 선정돼 중국의 대외경제무역대학에서 금융학을 공부했다. 석사 논문 주제는 '한중 통화정책의 전달경로 비교'였다. 이후 베이징사무소, 조사국에서 근무했다. 중국경제와 금융에 대해 더 깊이 알기 위해 주경야독, 한양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중국경제의 트릴레마'다.
2016년 신설된 한국은행 중국경제팀 팀장을 5년이나 역임하는 등 한국은행 최고의 중국경제 전문가 중 한 명이다. 2020년 <쉽게 배우는 중국경제>, 2021년 <중국경제산책-중국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리고 전망>, 2023년 <중국, 마오타이와 알리바바의 나라>를 각각 발간했다. 현재는 한국은행 상하이 선임주재원(소장)으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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