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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전광역시 블로그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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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추웠어요. 몸을 웅크리고 거리에 앉아 있던 그 날도, 그 전날도, 얼마나 오랫동안 여기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아요.
나는 한때 누군가의 집에서 살았어요. 따뜻한 방과 부드러운 손길, 그리고 나를 부르는 이름이 있었죠.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이 거리에서 혼자였어요. 사람들이 내게 화를 내거나 멀리했을 때도 있었고, 차가운 눈길을 피하려고 구석에 숨어야 했죠.
배가 고플 때면 쓰레기를 뒤졌어요. 때때로 빵 조각을 발견하면 기뻤어요. 하지만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어요. 누구도 내게 말을 걸지 않았고,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거든요. 이름을 잊어버렸어요. 나는 그냥 '저 강아지'가 됐죠.
어느 날,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냄새를 가진 여자가 나타났어요. 멀리서 나를 조용히 바라봤고, 맛있는 냄새가 나는 음식을 놓아줬어요.
나는 망설였지만 결국 조금씩 다가갔죠. 그녀의 손길은 따뜻했고, 나는 오랜만에 안심했어요.
그녀는 나를 차에 태워 어디론가 데려갔어요. 그곳은 지금까지의 거리와는 달랐어요. 깨끗한 담요와 맛있는 사료, 그리고 조용한 방이 있었죠.
사람들은 내 몸을 살펴보고 아픈 곳을 치료해줬어요. 그리고 내게 '호야'라는 이름을 줬어요. 오랜만에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러줬죠. 참 이상했어요. 내 마음이 조금씩 녹아내렸거든요.
처음엔 여전히 무서웠어요. 사람들 손길이 낯설고, 다른 강아지들과 어울리는 것도 서툴렀죠. 하지만 매일 다가와 주고 기다려준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나도 용기를 냈어요. 꼬리를 살짝 흔들어봤고, 사람들 손에 얼굴을 비벼봤어요. 그리고 알게 됐어요. 여긴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요.
몇 달이 지나고, 또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러 왔어요.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주고 손을 내밀었어요.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들의 손에 얼굴을 비볐어요. 마음이 편했어요. 그들은 나를 집으로 데려갔어요. 이번엔 정말 내 집이었어요.
지금 나는 매일 산책도 하고, 포근한 소파 위에서 잠들어요. 내 이름은 다시 생겼고,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도 생겼어요. 가끔 예전 거리를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지만, 이제는 괜찮아요. 나는 더이상 혼자가 아니니까요.
나는 호야예요. 그리고 나는 다시 사랑받는 존재가 됐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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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받으며 입양을 기다리는 유기견들. |
30% 이상은 입양되지 못한 채 기약없는 기다림
대전시에서는 매년 약 1600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이 발생하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에는 1593마리가 구조됐으며 2025년 1월부터 4월까지도 매달 78~121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했다. 그중 약 39%는 원래 주인에게 돌아갔으며, 33%는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정을 찾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나머지 30% 이상은 현재도 입양되지 못한 채 남아 있다.
유기동물 중 어린 개체나 소형견은 비교적 빠르게 입양이 진행되는 편이다. 반면 체중이 15kg 이상인 중대형견이나 고령인 동물은 선호도가 낮아 보호소 내에서 장기 체류하거나 끝내 가족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전시가 SNS, 대전TV, 지역방송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입양 홍보를 진행하고 있지만, 중대형견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대전동물보호센터 관계자는 "동물을 기르는 사람은 끝까지 책임져야 하며,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고 싶은 시민은 사지 말고 보호소에서 입양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름 없이 보호 번호로만 불리는 생명에게 가장 먼저 이름을 불러줄 사람이 되어달라"며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실천을 호소했다.
김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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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받으며 입양을 기다리는 유기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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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받으며 입양을 기다리는 유기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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