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재]법의학자 이호 전북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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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법의학자 이호 전북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 특강

‘죽음에 가려진 것들과 죽음으로 배우는 것들’ 주제로
한국장애인연맹 대전DPI 주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과 ‘알쓸인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출연한 이호 교수 초청 강연

  • 승인 2023-07-19 16:09
  • 수정 2023-07-22 21:46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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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가려진 것들과 죽음으로부터 배우는 것들을 생각해봅시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록’과 ‘알쓸인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의 주인공, 법의학자 이호 전북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가 대전에 왔다.

한국장애인연맹 대전DPI(회장 신석훈)는 21일 오후 7시 대전사회서비스원(대흥동 대전복지회관 내) 9층 가치 50에서 7월 제7차 DPI인권정책아카데미 강연을 개최했다.

이호 교수는 ‘죽음에 가려진 것들과 죽음으로 배우는 것들’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법의학의 영역은 사법부검, 개인식별, 임상법의학, 의료법학으로 분류된다”며 “국내 법의학자 인원은 2018년 10월 기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32명(여성 14명), 대학 소속 16명, 개원의 11명 등 총 59명에 불과하다”고 소개했다. 또 “전국 41개 의대 법의학교실 운영 현황을 보면 법의학교실이 있는 대학은 경북대, 고려대, 부산대, 서울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조선대뿐”이라며 “대학과 국과수를 포함한 국내 부검의의 1인당 부검 건수는 평균 160건이고, 국과부 부검의가 1명당 책임지는 국민 수는 한국이 147만 명, 미국이 40만 명, 일본이 80만 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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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 전북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가 ‘죽음에 가려진 것과 죽음으로부터 배우는 것들’을 제목으로 특강하고 있다.
이 교수는 “경찰이 국과수와 법의학 교실에 의뢰한 부검 기준은 2018년 8월 현재 7436건으로 조사됐다”며 “변사는 국민의 건강, 안전, 범죄와 관련해 사망 원인을 밝히고, 국가가 책임지고 처리해야 하는 죽음”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최고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세상을 떠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며 “안전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주검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고가 발생하면 진상 규명, 책임 소재, 가해자 처벌, 피해복원, 재발 방지 수순을 밟게 된다”며 “누군가에게 일어난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모든 실수에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고, 각각의 원인에는 해결 방법이 있다”며 “한 번의 실수는 용납될 수 있지만 반복되는 실수는 범죄”라고 전했다. 또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당사자와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며 “동일한 성격의 사건이 형태를 달리해 발생하는 사건의 에피소드화가 전적인 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해야 사건 예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포렌식(forensic)은 범죄를 밝혀내기 위해 수사에 쓰이는 과학적 수단을 의미한다”며 “영어로 ‘포렌식 메디슨(forensic medicine)’을 뜻하는 ‘법의학’은 법정에서 필요한 의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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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법의학자는 법률상 문제 되는 부분을 의학적으로 밝힌다”며 “법의학자는 사망한 사람을 대하고 사망 원인과 경위를 분석한다는 점에서 일반 의사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의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의사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이후 4년간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다시 법의학 교수 밑에서 박사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안내했다. 또 “법의학 전공자들의 진로는 크게 두 가지”라며 “국과수 법의관이 되거나 법의학 교수가 되는 길인데 전국 41개 의대 중 법의학교실이 있는 곳은 10곳 뿐”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저는 의과대학 교수이자 법의학자로 1998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을 거쳐 현재 전북대에서 법의학자를 양성하고 있다”며 “매일 죽음과 마주하며 개인의 죽음뿐 아니라 사회가 죽음에 미치는 영향 등 죽음과 안전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연구하고 부검을 통해 삶을 해석한다"고 말했다.

그는 “억울한 망자에게 마지막 희망이 되는 것이 '부검' ”이라며 "부검 대상자는 비록 생명은 없지만 저한테 환자이고, 사회적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부검 대상자는 생물학적으로 사망했어도 사회적으론 살아있다”며 “부검이 끝나야 주민등록번호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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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죽은 자는 자신의 몸에 단서를 남기지만 이를 해석하고 진실을 밝혀내기까지는 복잡한 절차가 따른다”며 "경찰이 먼저 사건 현장에서 변사체나 변사 의심이 있는 사체를 조사해 범죄 연루 가능성을 판단하고 부검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고,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청구해 발부받는 절차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또 “부검의는 사건 개요와 현장 사진 등을 검토한 후 부검에 들어간다”며 “사인이 명확해 보이더라도 생명과 직결되는 머리, 목, 몸통은 기본으로 열어보고, 부검 결과로 육안적인 소견을 일차적으로 유가족과 경찰에게 설명한 이후 국과수에 보낸 조직학적 검사나 혈액 검사 결과가 나오면 종합해서 부검감정서 작성에 들어가는데 이 모든 과정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수일에서 수 주가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검은 보통 집도 부검의와 보조 역할을 맡는 법의조사관, 카메라로 기록하는 사람 등 팀을 이뤄 진행된다”며 “시체 1구를 부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내외”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1년에 평균 140구를 부검하는데 부검 대상은 수사기관에서 의뢰한 사인 불명의 변사체”라며 “국과수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약 6년 동안 1년에 평균 400~500구에 달하는 시신을 부검했고 현재까지 부검한 시체는 약 4000 여 구가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부검실에 들어오는 시체를 보면 고인이 생전에 말하지 못한 억울함이나 메시지를 몸에서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의과대학 재학 시절 당시 '탁' 치니 '억'하고 쓰러지는 식의 억울한 죽음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법의관을 꿈꾸게 됐다”며 "사인을 규명하고, 진실을 정확히 전달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검을 통해 얻는 메시지는 죽은 자뿐 아니라 산 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사인이 명확한 죽음이라고 하더라도,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통계를 만들면 우리에게 적합한 안전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호 교수는 1968년 전북 임실군에서 태어났고 전라고와 전북대 의대를 졸업했다. 전북대 대학원 의학과 박사이다. 이철규 의문사 사건(민주조선 창간호 북한동조 논문 게재사건과 관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명수배 받아오던 조선대 교지 편집위원장이 광주시 제4수원지 상류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의 충격으로 법의학자의 길을 선택하게 됐고, 대학시절에 학생운동에 투신하기도 했다. 현재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주임교수, 대한법의학회 편집위원장, 대검찰청 법의학자문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방송 ‘그것이 알고 싶다’에 자주 나와 얼굴을 알렸고 다수의 예능,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유퀴즈 온 더 블럭’ 114회에 출연해 준수한 입담을 보여주었고, 2022년 12월2일부터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에 고정패널로 출연 중이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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