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 뒤 몽블랑을 가다]3-지금 뚜벅뚜벅 걷는 길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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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 뒤 몽블랑을 가다]3-지금 뚜벅뚜벅 걷는 길이 최선이다

문명의 혜택에 발걸음이 가볍다.
산장, 불편한 만큼 이점도 많아
가이드의 '플랜B' 작동, 안전이 최고

  • 승인 2023-09-19 10:27
  • 수정 2023-09-19 10:31
  • 신문게재 2023-09-20 9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첫날이동코스
첫날이동코스.(사진=김형규 여행작가)
트레킹(trekking), 심신 수련을 위해 산이나 계곡 따위를 다니는 도보 여행. 등반과 하이킹의 중간 형태로, 하루에 15~20㎞ 정도 걸으며 야영 생활을 한다고 사전에 정의돼 있다. 건강과 힐링, 낭만을 떠올리게 하는 트레킹 열풍 속에 많은 코스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투르 뒤 몽블랑(TMB·Tour du Mont Blanc)'은 대표적 코스로 손꼽힌다.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인 몽블랑(4810m) 둘레를 일주하는 170㎞ 트레킹 코스다. 보통 프랑스 레주슈(Les Houches)에서 출발해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 레주슈 바로 윗 도시인 샤모니몽블랑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 3개국을 통과한다. 주로 6∼9월 여름철에 세계 트레커들이 찾는다. 올해 7월 '충청도 사나이'의 뚝심으로 투르 뒤 몽블랑 트레킹에 도전한 김형규 작가의 여행기를 지면에 옮겨본다. 12월까지 매주 수요일 자에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벨뷔언덕
트레킹 시작을 알리는 벨뷔언덕 표지판 앞에서 트레커들이 코스를 상의하고 있다.(사진=김형규 여행작가)
첫날(현지 일자 7월21일)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다. '투르 뒤 몽블랑(TMB·Tour du Mont Blanc)'에선 날씨가 가장 민감한 화두다. 누구도 섣불리 '맑다', '비 온다'를 단언하지 않는다. 가이드 실비에게 "오늘 날씨가 어떨 것 같느냐"고 물어도 대답은 한결같다.

"가봐야 알 수 있어요."

다만 구름이 많으니 비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하루 이동거리는 대략 22㎞쯤 될 것이다. 레주슈 호텔을 출발해 케이블카-벨뷔언덕-구름다리-르 샹펠(Le Champel)-라 비에트(La Villette)-레 콩타민 몽주아(Les Contamines-Montjoie)-곤돌라 이동-로젤레트 산장(Refuge Restaurant La Roselette)까지 거리다. 기상이변 등 변수만 없다면 점심 시간을 포함해 8시간 후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 첫날부터 다소 무리일 수 있지만 해가 넉넉하게 남은 오후 4시에 여장을 풀 수 있으므로 불만은 없다. 그 시간에 도착하면 냄새나는 옷을 빨아 널 수도 있고 생맥주도 마실 수 있으리라. 로젤레트 산장은 전기나 통신, 화장실, 샤워시설이 열악하다는 정보를 들었지만 이미 각오한 바다. 깊은 산중에 호캉스를 바랄 수는 없지 않은가. 다만 생면부지의 남녀들과 거의 살을 맞대고 억지 잠을 청해야 하는 현실만큼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가이드 실비는 로젤레트 산장이 나름 빈티지가 있고 저녁 식사도 맛나다고 자랑했다.

깡통 상자처럼 생긴 붉은 색 전통 케이블카를 타본 지 얼마 만인가. 레주슈에서 벨뷔언덕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는 의외로 속도가 빨랐다. 경사도까지 거의 수직에 가까워 탑승객들은 청룡열차라도 탄 듯 스릴감을 만끽했다. 출발지 해발고도가 1000m인데 벨뷔언덕(1801m)까지 5분 만에 올라갔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니 걸어서 올라가는 트레커도 눈에 띄었다. 서너 시간쯤 도보로 올라가면 케이블카 종점의 서쪽인 보자고개(Col de Voza)에 도달한다.

트램
가이드 실비(오른쪽)가 벨뷔언덕의 트램정거장에서 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형규 여행작가)
TMB를 효율적으로 일주하는 방법 중 하나가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는 것이다. TMB 코스에 위치한 마을 중 규모가 큰 도시에는 대개 등산, 스키, 산악자전거 동호인들을 위해 곤돌라와 케이블카가 설치돼 이 시설을 이용하면 시간과 체력을 아낄 수 있다. 트레킹 중 산장이 아닌 시내 호텔급 숙소에서 쉬고 싶을 때는 산에서 내려와 셔틀버스를 타고 도시로 이동하면 된다. TMB 시즌 중에 운행하는 셔틀버스는 놀랍게도 무료다.

벨뷔고개에 올라 전방을 바라보면 다수의 표지판과 함께 철길이 하나 보인다. 일부 트레커는 이 트램(Tramway du Mont-Blanc)을 타고 여기까지 와서 TMB를 시작한다. 트램 선로는 벨뷔언덕을 지나 동쪽 몽블랑 방향으로 비오나세 빙하(Glacier de Bionnassay) 근처 '독수리 둥지'란 의미의 르 니드 대글(Le Nid d'Aigle) 정거장까지 이어진다. 몽블랑 트램은 산의 경사도에 대응하도록 선로 가운데에 톱니가 박혀 있다.

오늘의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은 보자고개에서 비오나세를 거쳐 레 콩타민 몽주아까지 가는 방법과 케이블카에서 내려 트리코고개(Col de Tricot, 2120m)까지 올라갔다가 레 콩타민 몽주아까지 내려가는 코스가 있다.

실비는 일단 트리코 고개로 방향을 잡았다.

보통 트레커는 TMB중심부에 조금더 깊숙이 들어간 트리코고개를 지나 미아주 산장(Refuge de Miage)에서 1박을 하는 걸 정석으로 받아들이지만 산장예약이 관건이다. 잠을 잘 산장의 위치에 따라 코스도 다양하게 변화를 줄 수 있는 게 TMB다.

구름다리
구름다리 아래 흐르는 급류는 비오나세 빙하가 녹은 물이다.(사진=김형규 여행작가)
트리코고개 방면으로 2㎞쯤 지났을까 TMB 초기의 명소인 구름다리가 나타났다. 많은 수량의 급류가 다리 아래로 쏟아져 내려갔다. 비오나세 빙하가 녹은 물이다. 심하게 흔들리는 구름다리를 건너자 두 개의 갈림길이 나왔다. 좌측이 트리코고개로 가는 길이지만 실비는 우측 노선을 택했다.

좌측 코스는 우측보다 난이도가 높고 로젤레트 산장까지 가려면 한참 우회해야 한다. 더군다나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트레킹을 시작한 지 한 시간 남짓 됐을까, 빗방울이 '우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실비의 명령에 따라 판초우의를 꺼내 입었다. 판초우의가 생소한 일부 일행이 능숙하게 시범을 보이는 실비를 따라했다. 한 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해발고도를 800m나 높이고 비까지 내리면서 한기가 몰려왔다. 만일 해발이 더 높은 트리코 고개(2120m)로 가는 중에 비를 만났다면 체력 소진이 더욱 컸을 것이다.

/김형규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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