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 6년만에 열린 '멍 때리기 대회'… 잔디밭에서 벌인 조용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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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서 6년만에 열린 '멍 때리기 대회'… 잔디밭에서 벌인 조용한 경쟁

10월 21일 대전문화재단 주최로 열린 '대전 멍때리기대회' 참가해보니
70명의 참가자 다양한 개성으로 대회 임해…한밭수목원서 풀멍 즐겨

  • 승인 2023-10-22 15:03
  • 수정 2024-02-06 10:39
  • 신문게재 2023-10-23 6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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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대전문화재단 주최로 한밭수목원에서 개최된 대전 멍때리기대회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1시간 반 동안 정말 멍을 때릴 수 있을까?' 이 궁금증에 참가해봤다. '대전 멍때리기 대회'

지난 주말인 10월 21일 한밭수목원 서원 잔디광장에서는 대전문화재단 주최로 '대전 멍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회화와 설치, 퍼포먼스 작가로 유명한 국내 예술인 '웁쓰양'이 만든 대회로, 90분 동안 원하는 자세로 멍을 때리면 되는 시민 참여형 퍼포먼스 예술 행사다.

대전에서는 2017년 중구 으능정이 거리에서 첫 대회가 열렸었는데, 이번 대회는 6년 만에 열린 행사였다. 전국에서 서울, 제주를 제외하고 2회째 개최는 대전이 유일하다. 높은 관심에 이번 대전 대회에는 407명이 참가 지원을 했고 70명이 잔디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조용한 경쟁을 벌였다.

처음 대회에 참가했다는 대학생 최겨레 씨는 "호기심에서 참가하게 됐다"며 "머릿속을 어떻게 오랫동안 멍을 때릴 수 있을지 생각을 해왔는데, 가장 편한 자세를 찾고 복식호흡을 유지하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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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길리슈트를 입은 대전 멍때리기대회 참가자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오후 2시 참가 등록을 마치고 대회장으로 들어서니 참가자들의 복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간호사복과 의사 유니폼, 군복, 제복, 교복뿐 아니라 풀과 물아일체가 되기 위한 길리슈트과 한복, 거북이 등껍질을 등에 매달고 온 참가자도 있었는데, 예술점수를 얻기 위해 각자 자신의 직업과 개성을 표현한 거다.

멍때리기 대회는 기술점수와 예술점수를 통해 수상자를 가렸다. 대회 내내 선수 별로 15분마다 심박수를 체크해 최대한 안정적으로 수치가 나온 사람이 기술점수를 많이 얻어갈 수 있었다. 예술점수는 참가자들의 개성 있는 복장, 멍 때리는 모습, 참가 사연 등을 보고 시민들이 마음에 드는 참가자에게 투표한 개수로 따지는 듯 보였다.

참가 이유도 다양했다. 멍을 잘 때려서 도전은 물론 가족, 친구와 추억을 쌓기 위해서도 있었지만, 연인과의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가족을 위해 일하다 이제라도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쉼이 필요한 직장인들의 설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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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멍때리기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웁쓰양 작가 (사진=정바름 기자)
오후 2시 반. 가볍게 체조를 하고, 한밭수목원에서 본격적인 '풀멍'을 시작했다. 90분 내내 멍을 때리는데, 자세는 바꿀 수 있어도 졸거나 웃으면 안 됐고 핸드폰을 보거나, 잡담도 금지였다.

의외로 어려웠다. 적막한 상황에서, 재밌는 복장을 입고 온 참가자들이 무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는 모습에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일어나서 멍을 때리는 사람도 있었으니 최대한 주변을 보지 않고 온 신경을 집중하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 멍을 때리는 게 아닌 생각이 꼬리를 물었는데, 시간이 흘러서야 마음이 안정되면서 파란 하늘과 한밭수목원의 푸릇한 자연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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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멍때리기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조경연 씨
대회가 끝나고 가장 안정적으로 멍을 때린 이들에게 시상이 이어졌다. 이날 모 대학병원의 방사선종양학과에서 근무 중인 조경연 씨가 1등을 차지했다. 조 씨는 "사실 떨어질 거 같다는 예감이 점점 들어서 많이 내려놓고 대회에 임했는데, 그 덕분에 심박수가 내려가 우승하게 된 거 같다"고 웃으며 소감을 말했다.

웁쓰양 작가는 "멍때리기 대회는 바쁜 주변 환경을 멈춰야겠다는 생각에서 열게 된 대회"라며 "한밭수목원은 풀멍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공원이다. 멍 때리기 굉장히 좋은 장소에서 6년 만에 기쁜 마음으로 대회를 잘 치렀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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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적은 참가 사연에 시민들이 투표한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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