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금강에 뱀장어가 돌아오는 날을 꿈꾼다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금강에 뱀장어가 돌아오는 날을 꿈꾼다

최병조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운영위원장

  • 승인 2025-03-24 09:50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KakaoTalk_20250322_210218994
최병조 운영위원장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금강의 지류 미호강의 최상류인 음성군 대소면이다. 초등학교에 다녔던 1970년대에 우리 동네 미호강의 본류는 구불구불했다. 하천 둑에는 미루나무가 그리고 하천 둑과 물이 맞닿는 곳에는 버드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1980년 초 경지정리로 논을 바둑판처럼 만들면서 하천도 직선화되었다. 그러자 하천의 버드나무 숲과 모래사장이 사라졌다. 직선으로 뻗은 하천이 좋은 것인 줄 알았지만, 그때부터 하천의 물이 더러워지기 시작했다. 물놀이를 할 수 없게 되었고, 물고기도 피라미가 주종을 이루고 어느 곳에서나 잡히던 모래무지마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내게는 미호천 상류의 도랑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 우연히 그물에 들어와 요동치던 뱀장어의 기억이 있고, 물이 끊어진 봇도랑의 웅덩이에서 물을 따라가지 못한 물고기를 손으로 잡다가 얼결에 마주한 민물 참게를 만난 기억도 했다. 다리에 털이 덮인 참게는 빠르게 도망을 갔다. 노인들에게 그 시절 이야기를 들어보면 금강과 금강의 지류 어디에서나 뱀장어와 참게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노인들의 기억 속에 뱀장어와 참게에 대한 추억이 또렷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런 기억이 끊기었는데 되돌아보면 그날이 금강 하굿둑이 완성된 날과 같다. 1990년 금강 하굿둑이 만들어진 이후 금강과 지류에 참게와 뱀장어는 사라지고 말았다. 금강의 모든 하천에서 뱀장어와 참게가 사라진 것이다. 그 흔하던 뱀장어와 참게가 사라진 것은 쌀농사와 공장에 물을 공급하겠다는 개발과 무관하지 않다. 생활물자와 쌀로 바꾼 셈인데 왠지 손해 본 것 같다. 눈에 띄게 없어진 것은 참게와 뱀장어지만 우리가 느끼지 못한 순간, 사라진 물고기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하천에서 논농사를 위해 물길을 막은 시멘트 보는 모래의 흐름을 막았고 보의 상류를 펄로 가득 채워 모래와 함께 사는 모래무지, 미호종개, 마주의 서식지를 없앴다.

우리나라에 오는 뱀장어는 필리핀의 깊은 바다에서 태어나서 강을 따라 올라와 민물에서 3~4년을 살면서 성어가 된다. 다 자란 뱀장어는 강을 따라 바다로 돌아가고 필리핀 근처의 마리아나 해구에서 알을 낳는다. 이렇게 바다와 민물을 따라 돌고 돌며 살아가는데 금강 하구에 댐을 막아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지 못하게 하면서 뱀장어가 금강에서 사라진 것이다. 금강을 오르내리던 뱀장어의 순환이 끊기면서 뱀장어의 숫자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30년 전의 10%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계속해서 강의 하구를 막고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뱀장어는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뱀장어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참게, 우어가 이미 사라졌고 강 하구와 만나는 기수역의 각종 게 종류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우리가 관심을 두지 못하는 사이에 엄청난 수의 물속 생물이 사라지고 있다.



낙동강 하굿둑은 완공된 지 35년 만인 2022년 2월에 열었다. 10개의 수문 중 9번 수문을 음력 보름과 그믐 대조기에 하루 2~4시간 정도 연다. 대조기는 한 달에 두 번 바닷물 수위가 강물보다 높아지는 시기다. 모든 수문을 개방한 것은 아니지만 눈에 띄는 변화가 관찰되었다. 대표적인 회유성 어종이자 경제적 가치가 높은 실뱀장어의 낙동강 상류 이동이 수문 개방 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부산대학교 주기재 교수는 "하굿둑 수문을 특정 회유성 어종(실뱀장어)의 생활사에 맞추어 조절해 줄 수 있다면 해당 종의 이동성을 많이 증가시킬 수 있어 어업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금강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해양수산부 주도로 금강하구 생물 다양성을 위한 연구와 다른 연구들에 따르면 금강의 하구 수문을 만조시에 열면 바닷물과 섞이는데 시간과 수문을 조절하면 염분을 하구에서 5㎞ 정도까지만 올라가게 할 수 있다고 한다. 금강 하구를 계절별로 그리고 특정 시기에 부분 개방만 하더라도 농업용수나 공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다는 것이 연구 과정에서 밝혀졌다. 이 결과로 생각해 보면 뱀장어 치어가 금강 하구로 향하는 2~4월까지 금강 하구의 바닷물과 금강물의 수위가 같아지는 만조 때에 수문을 조절한다면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게 되고 그 만나는 시간에 뱀장어 치어가 금강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적은 숫자의 치어가 들어오겠지만 이들이 금강을 따라 각각의 하천으로 흩어져 자라고 다시 바다로 가고 다시 치어가 금강 하구의 수문을 통해서 이동한다면 뱀장어의 숫자는 다시 늘어나게 될 것이다.

뱀장어가 금강에 돌아오면 뱀장어만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바닷물과 민물이 잠시 교차하고 교류하는 순간에 뱀장어, 참게, 우어 그리고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물고기와 게, 그리고 다양한 플랑크톤이 섞이게 될 것이고 금강 하구의 생물 다양성은 높아지게 될 것이다. 미국의 시애틀에서는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를 통해서 강의 건강성과 연어를 통해 얻어지는 지역경제 지속가능성을 측정한다고 한다. 금강에 뱀장어가 돌아오고 금강의 지류에서 뱀장어가 잡힌다면 금강의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것이 된다. 물고기 잡는 어부와 함께 살아가는 경제가 살아나게 될 것이다. 금강에 뱀장어가 돌아오는 것이 금강 유역의 지속 가능성을 알려주는 지표이다.

/최병조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운영위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2.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3. 유성선병원 변승원 전문의, 산부인과내시경학회 학술대회 우수상
  4. 대전시의사회, 성분명 처방 의무화 반대 성명…"의약분업의 기본 원칙 침해"
  5. 자치경찰제 논의의 시작은..."분권에 의한 민주적 통제 강화"
  1. 함께 노래하는 대전 의사들 20년 맞이 정기공연…디하모니 19일 무대
  2. 아산시 소재 고등학교에 나흘 사이에 2번 폭발물 설치 허위 신고
  3. 나에게 맞는 진로는?
  4.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5. 대전대덕우체국 노사 재배 고구마 지역에 기부

헤드라인 뉴스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간선급행버스체계인 BRT '바로타' 이용자 수가 지난해 1200만 명을 돌파, 하루 평균 이용객 3만 명에 달하며 대중교통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행복청은 '더 나은 바로타'를 위한 5대 개선 과제를 추진해 행정수도 세종을 넘어 충청권 메가시티의 대동맥으로, 더 나아가 세계적 BRT 롤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청장 강주엽·이하 행복청)은 행복도시의 대중교통 핵심축으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BRT '바로타'를 세계적 수준의 BRT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17일 밝혔다. 행복청에 따르면..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육군 제32보병사단은 10월 16일 세종시 위치한 예비군훈련장을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융합한 훈련시설로 재개장했다. 제32보병사단(사단장 김지면 소장)은 이날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종 과학화예비군훈련장 개장식을 갖고 시설을 점검했다. 과학화예비군훈련장은 국방개혁 4.0의 추진과제 중 하나인 군 구조개편과 연계해, 그동안 예비군 훈련 간 제기되었던 긴 대기시간과 노후시설 및 장비에 대한 불편함, 비효율적인 단순 반복형 훈련 등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추진됐다. 제32보병사단은 지난 2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조선시대 순성놀이 콘셉트로 대국민 개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3.6km)'. 2016년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주·야간 개방 확대로 올라가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의 주·야간 개방 확대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주간 개방은 '국가 1급 보안 시설 vs 시민 중심의 적극 행정' 가치 충돌을 거쳐 2019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제한적 개방의 한계는 분명하다. 평일과 주말 기준 6동~2동까지 매일 오전 10시, 오후 1시 30분, 오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 나에게 맞는 진로는? 나에게 맞는 진로는?

  •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